사랑 하나.
"선생님. .큰 일이에요..
그 녀석이 글쎄 사랑에 빠졌데요"
"누가요?"
"제요.."
선생님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녀석이 있습니다.
아침 청소를 마치고
현관문에 노란의자 꺼내놓고
뽀글 뽀글 포장지를 톡 톡 터뜨리던
해바라기 선생님
아이들 방귀소리에
방긋 미소를 짓습니다.
"선생님. .차 왔어요.."
아이들이 탄 버스가
회관앞에서 빙그르 돕니다.
아이들의 시선도 선생님을 따라 빙그르 돕니다.
손을 흔들면
창 가득 손바닥이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 무릎위로 폴짝 뛰어 오르는 녀석들
무릎이 모자르면 목에 팔에 잡히는대로 대롱 대롱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사랑해요!"
"엉?"
바로 이녀석입니다.
"자..몸놀이 시간이다.."
갸우뚱 갸우뚱 빙글 빙글 폴짝 폴짝
커다란 선생님 울긋불긋 표정속에
한 녀석 멍하니 바라보기만 합니다.
"너는 왜 체조 안 하니? 하기 싫어?"
"아니요? 보는게 더 좋아요.. 히.."
"자.. 자유놀이하자.. 오늘은 친구놀이!!"
친구손을 잡고 블럭놀이도 하고 공도차고
화장실도 갑니다.
한 녀석.. 선생님 옆에 폭 하고 떨어집니다.
"너는 왜 자유놀이 안 하니? 친구가 없어?"
"아니요.. 이렇게 있는게 더 좋아요..
선생님..옆에.."
다른 반 몸 놀이 시간에도
화장실 가면서 빼꼼히
물 마시러 가면서 빼꼼히
괜히 생각나면 빼꼼히
마주치면 빙긋 웃는 모습이
눈망울에 선생님이 맺혀 있습니다.
"선생님.. 그 녀석 단단히 사랑에 빠졌나 봐요..
매일 선생님 얘기만 해요..
제가 선생님하고 얘기만 했다하면 득달같이 달려와서
꼬치 꼬치 묻는것이 정말 대단하다구요.."
"그래요? 사랑은 좋은것이지요..."
사랑 둘.
"선생님..저는 성원이가 제일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친구가 세 명 있지만요
그 중에서 성원이가 제일 좋아요.
성원이랑 결혼 할꺼에요.."
"그래? 성원이는 별로 안 좋아한다고 그러던데?"
"아니에요. 성원이는 남자친구들 앞에서는
씩씩하지만 여자 친구들 앞에서는 쑥기가 없어요.
집에 가면 제 얘기 많이 한대요.."
쑥기... 쑥기라..
눈 둘 곳을 찾지 못하는 성원이..
"성원아.. 너 좋아한다는데 너는 어떠니?"
고개만 설레설레 흔드는 성원이
축구공을 뻥 하고 차던 성원이가
홍당무에 퐁 하고 담겼습니다.
히히히.. 히히히..
"뭐가 그렇게 좋으냐?"
"성원이 봐요..너무 멋있지 않아요?"
"뭐가 멋있는데?"
"얼굴이 잘 생겼잖아요.."
"얼굴이? 얼굴보다는 마음이 잘 생겨야지...
그게 더 중요한거야.."
"마음이 잘 생겼으니 얼굴이 잘 생겼죠..
선생님은 못 생겼지만.."
"뭐라구?"
성원이만 보면 턱을 괴고 쳐다보는 녀석
온통 성원이 밖에 없습니다.
사방천지가 성원이입니다.
사랑 셋.
"자..결정해라..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반말하면
오늘도 몸 익히기 시간내내 서 있기다.. 어떻게 할래?"
"몸 놀이 할래"
"몸 놀이 할려면 반말하면 안 된다니까.. "
"반말 안 할께"
"지금 하는거 반말 같은데.."
"알았어유"
"예쁘게 말해야지.."
"알았어....요"
"좋다..몸 놀이 하자.."
지난 몸 익히기 시간 허수아비 마냥 섰다가
기어코 반말을 하겠다고 펑 펑 울고 간 녀석
유독 선생님에게만 반말을 하는 녀석
오늘은 선생님을 재치고 몸 놀이를 선택합니다.
"거 봐.. 존댓말하니까 좋지?"
"아니? 몸 놀이 하니까 좋은데?"
"이놈이.. 끝나자 마자 반말이네?
그런데 왜 반말하는건데? 선생님한테만?"
"그냥..."
피식 웃으며 달려가는 녀석
녀석의 "그냥"이란 말이
이제서야 무슨 말인지 알 듯 합니다.
할아버지 간사님이 말씀하십니다.
20년을 살아 겨우 터득한 것이 있다고..
첫번째가 저절로..
머리 아프게 고민 고민 살아본 들
아무 생각없이 벙글 벙글 살아본 들
인생은 저절로 굴러 가더라..
두번째가 거저..
내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거저 생기는 일, 거저 생기는 것
거저라는 것을 알면 세상이 편하다
세번째가 그냥..
내 맘이 행복으로 터져버릴 것 같을 때
겨우 뱉을 수 있는 한 마디
그냥..
옥길동 언덕의
작고 하얀 회관에서는
오늘도
폴 폴 사랑의 연기가 피어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