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나라에는 어린이 날이 있을까?
매일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아기는 생일이 따로 있을까?
가끔씩 부모님께 마음의 선물을 전한다면 어버이날이 필요할까?
이런 나라에 과연 선생님을 위한 스승의 날이 있을까?
왜 5월에는 이런 날들이 빼곡히 숨어 있을까?
왜 우리는 이런 날들을 만들어 놓은 것일까?
오늘은 어린이날입니다.
오늘만큼은 아이를 위해 살겠노라 다짐을 한 아버지와
오늘만큼은 망설이지 않고 졸라야지 결심을 한 아이가
두 손을 꼭 잡고 걸어갑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 행사가 있는 날입니다.
오늘만큼은 어린이들을 위해 준비하노라 새벽 잠을 설친 어른들과
오늘만큼은 늦잠을 잘 수 없노라 아침 새가 된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합니다.
온갖 악기 온갖 장식을 단 멋진 군인 아저씨들이 나팔을 불고
사물놀이 패 징소리 북소리 꽹과리 소리에 볼이 흔들 흔들합니다.
1년내내 떡 버티고 섰던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팻말도
오늘 만큼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린이 날을 위해 잔디들이 길을 내었나 봅니다.
천막들이 쳐지고 이곳 저곳 기웃거릴 꺼리들이 넘쳐 납니다.
망치들이 못을 때릴때마다 어린이들의 웃음보 하나씩 만들어 냅니다.
끙 끙 힘을 쓸때마다 어린이들의 환호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입니다.
몰래 몰래 들어 온 모자 장수 아저씨
뒷문을 사뿐 넘어 살짝 살짝 다가선 아이스크림 아줌마
조끼를 입은 아저씨들과 실랑이를 벌입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입니다.
5월에는 비가 많더니만
햇님도 어린이 날을 준비했는지 지난 햇볕까지 마져 뿌려 줍니다.
이상한 표정입니다.
찡그린 눈과 웃고 있는 입
햇볕으로 그을린 눈을 웃음으로 식혀주나 봅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입니다.
어디에 어떻게 숨어 있었을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좁은 공원에
너무나 많이 모였습니다.
광명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사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입니다.
"안녕하세요!!"
1년동안 못 본 얼굴
2년동안 못 본 얼굴
3년동안 못 본 얼굴
기억이 날 듯 말 듯 얼굴
반가운 인사속에 반가움을 나눕니다.
어제와 오늘이 함께 만났습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입니다.
때 가는 줄 모르게 밥 때도 지나고
이리 저리 좁은 길을 왔다 갔다 하다보니
팔둑이 벌겋게 성을 냅니다.
콧잔등이 수줍게 따끔 거립니다.
양 볼이 우물 우물 햇볕을 씹습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입니다.
오늘은 이상한 날입니다.
내가 버린 쓰레기 내가 줏으면
탱 탱 소리나는 탱탱볼을 줍니다.
텅 텅 속이 빈 고무공을 줍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입니다.
1년 중 단 하루만 어린이를 생각한다면
단 하루를 뺀 1년은 누구를 생각할까요?
1년 중 단 하루만 어린이가 주인된다면
단 하루를 뺀 1년은 누가 주인일까요?
언제나 푸른 하늘과
언제나 밝은 태양과
언제나 밝은 태양과
언제나 푸르른 나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작은 실에 꼭 꼭 묶인 둥 둥 하늘 풍선을 보며
우리네 아이들의 손목을 꼭 꼭 묶어 두는 어른들을 생각합니다.
오늘은 어린이 날입니다.
오늘같은 날이 항상 이었으면 합니다.
오늘같은 날은 항상 있는 날입니다.
오늘같은 날은 달력에만 적어 두지 마세요
오늘같은 날은 가슴속에 세겨 두세요
오늘같은 날은 내일도 계속 되어야 합니다.
오늘같은 날은 모레도 계속 되어야 합니다.
오늘같은 날은 1년 중의 1년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같은 날 어린이의 마음속에
없던 욕심, 없던 투정 생기지 않게 해 주세요
오늘은 어린이 날입니다.
우리네 아이들이 어린이 날만 기억하게 마시고
우리네 아이들이 좋은 날을 기억하게 해 주세요
오늘은 좋은 날중의 하루입니다.
수고하신 어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희망이도 그 어른의 한 사람임을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