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나타났습니다.
지난 여름 검게 하늘을 덮었던
그 검은 녀석들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파리도 곤충이에요?"
"곤충?"
피식 웃음이 납니다.
"파리는 곤충이 아니라 해충이란다."
"해충은 뭐에요?"
유식한 한 녀석이 자신있게 대답합니다..
"바다에 사는 곤충이 해충이야.. "
유식한 또 한 녀석이 말합니다.
"해파리는? 바다에 사는 파리야?"
우-와...
이거 일곱살들의 대화 맞나요?
멀끄럼히 쳐다 봅니다.
선생님이 뉘우칩니다..
선생님이 말도 안되는 농담을 일삼은 죄로
우리네 아이들이 전염이 되었나 봅니다.
"해충은 해로운 벌레라는 말이에요.."
"파리는 똥에도 앉고 음식에도 앉기때문에
파리의 다리에 병균이 묻어서 우리 음식에도 옮기지요..
그리고 파리는 너무 많아서 다른 생물들을 위해서
줄여줘야 해요..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이 파리채이지요..."
'죽인다'라는 말을 쓰지 않기 위해 한 말인데
하고 나서 보니 또 농담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작년 우리반 녀석들...
파리 잡는것이 인기있는 자유놀이였습니다.
옥길동 회관에는 파리가 많습니다..
그 많은 파리들중 선발대가 도착한 셈입니다.
다섯살 녀석들.. 파리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지
점심 시간 파리가 날아 다니면 도시락을 팽개치고
도망 다닙니다... 무섭다고 합니다...
파리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여섯살 녀석들.. 더럽다고 합니다.
뿌리치며 인상을 씁니다.
인내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일곱살 녀석들.. 파리를 잡으러 다닙니다.
한 손에는 파리채, 한 손에는 작은 휴지를 들고
파리채로 잡은 다음 휴지로 담습니다.
어떤 녀석.. 잡을 때마다 꾸-욱 누릅니다.
"엄마가 그러시는데요.. 파리는 죽어서도 알을 낳기때문에
이렇게 눌러서 죽여야 한데요..."
선생님이 할 말을 잃습니다.
솜씨 좋은 녀석들.. 날으는 파리는 안 잡고
파리채 목만 부러뜨립니다.
작년 여름.. 10개나 되는 파리채를 샀습니다.
'음...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하지?'
좋은것인지.. 나쁜것인지..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닌것 같습니다..
파리를 보는 것, 파리를 뿌리치는 것..
파리를 잡는 것.. 옥길동 회관의 자연스런 생활입니다..
한 녀석이 묻습니다.
"선생님 침대에는 왜 여름도 아닌데 모기장이 있어요?"
"너도 여기서 자 보면 안단다..
모기보다 귀찮은 것이 파리라는 것을.."
볕 좋은 일요일에 낮잠을 자는 단꿈을 꾸다가도
파리떼의 웽 웽 질주 소리를 들으면
잠이 싸-악 달아나곤 합니다.
또 다시 책상위에 등장한 애프킬러..
파리가 나타났습니다.
또 다시 파리와의 한판승부를 시작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