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왔니?"
"예.. 저기 있잖아요. .저기.."
우물쭈물..눈치를 보는 녀석..
크게 숨쉬기를 합니다.
가슴 가득 사랑을 모아
날 숨 마다 사랑을 전해야지...
"안녕..○○야!"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휭-
옥길동 마당에 마실나온 도마뱀처럼
후닥딱 뛰어가는 녀석..
사랑 가득 숨을 꼴깍 삼킵니다.
오늘은 고구마 없는 고구마밭에
풀을 뽑으러 가는 날입니다.
"선생님은 누구를 제일 좋아하세요?"
"응? ○○!"
" 그럼 저는요?"
"너도 사랑하지.."
" 질경이반은요?"
"질경이반 친구들 모두를 사랑하지.."
"그럼.. 제일 사랑하는 친구는요?"
"응? ○○!"
"우리를 다 사랑한다고 하면서 제일 사랑하는 친구는 왜 ○○에요?"
"으-응.. 그것은 선생님 마음을 ○○에게는 많이 주지 못한 것 같아서.."
"왜요?"
"그러니까 ○○가 선생님 마음을 잘 모르지.."
"선생님. .이 풀 이렇게 뽑는거 맞아요?"
"그래..뿌리까지 잘 뽑았다.."
"그런데. .왜 뿌리까지 뽑아야 해요?"
"이런 풀들에게는 뿌리에 생명이 있기 때문이지..
줄기들은 뿌리에서 생명을 나누어 가지고 자라는 것이고..
그러니까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 뿌리까지 몽땅 뽑아 버리면
이녀석들이 나중에 자기들이 있던 자리를 못 찾아서
다시 자라지 않게 되지.. 그렇지만 계속 놔두면 또 그 자리를 찾아 자라..
그래서, 항상 잘 지켜봐야 해... "
"알았어요.. 이렇게...이렇게 하는거 맞죠?"
"그래.. 그렇게 하는거야.. 잘 했다.."
굽은 허리 슬그머니 훔쳐 듭니다.
아이들 뒷 모양을 훔쳐 봅니다.
엉덩이가 씰룩 씰룩 똥 싸는 모양으로
흘러내린 바지위로 하얀팬티, 노란팬티
색깔들이 춤을 춥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게 있다?"
"뭐가요?"
"쭈그리고 앉으면 왜 팬티들이 바지위로 고개를 내밀까?
뭘하나 궁금해서 그런가? 저기 좀 봐. .전부 팬티가 얼굴을 내밀었지?"
"정말?"
"쭈그려 앉으면 팬티가 답답해서 숨을 쉬려고 고개를 내미나 봐.."
"히히.."
"얘들아, 선생님 좀 도와줘!!"
질경이반 교실입니다.
"뭘요"
"선생님이 어제 밤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어떨까?"
"선물이요?"
"응..선물.. 마음을 담은 선물.."
"마음을 어떻게 담아요?"
"여기 이 편지에다가.. 그리고.. 또.. 선생님 방에 가서 찾아봐야겠다.
같이 갈 사람?"
"저요.." "저요.."
예은이와 수민이가 손을 듭니다.
"이게 좋겠다"
"선생님.. 그 꽃 선생님이 만들었어요?"
"응.. 종이로 만든 꽃인데 예쁘지?"
" 예뻐요.."
" 편지에 마음을 담고 종이꽃에 사랑을 담으면 되겠다"
"그런데, 선생님.. 꽃 안에 사탕을 넣는 것은 어떨까요?
○○는 사탕을 더 좋아할 것 같은데.."
"사탕은.. 이빨이 썪잖아.."
"그래도.. 사탕을 더 좋아할 것 같은데요.."
"그래? 그런데.. 지금 사탕이 없는데.. 그냥 이렇게 주면 안 될까?"
"사탕이 있으면 좋을텐데..."
질경이반 녀석들이 심판을 봅니다.
편지 내용이 어쩌구 저쩌구..
꽃 선물이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만들어진 선물을 들고 민들레반을 맞습니다.
민들레반 녀석들..
오지않으려는 ○○를 두 팔에 끼고서
두 팔로 두 다리를 밀면서
교실로 데리고 옵니다.
"고맙다.. 민들레반.."
선생님 마음을 읽어주고
선생님 사랑을 보여주고
편지와 꽃을 건넵니다.
"좋겠다. 선물 받아서.."
"너희들은 선생님이 너희들 마음속에 다 넣어놨다.."
"어디요? 어디있는데요?"
"잘 봐. .보이지?.."
"에이...."
편지도 받기 싫고 꽃도 받기 싫다고 합니다.
한 녀석이 대신 받아 계속 거듭니다.
"받아.. 받아. .나 같으면 받겠다..."
질경이반 친구들의 훈수에
민들레반 친구들의 손길에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당깁니다.
얼렁뚱땅 배구놀이
○○얼굴에 피어나는 함박꽃을 훔쳐 봅니다.
"그래.. 그래.. 조금씩.. 조금씩.. 해 보는거야.."
대아에 물을 담아 기울면
기울면 기운대로 평평해 지듯
기울면 기운대로 사랑을 나누는 아이들
부족함이 많은 선생님
기울면 기운대로 풍요롭게 채워주는
옥길동 천사들에게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