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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희망이의 일기


"얘들아, 생일축하 노래 불러줄래?"

"왜요? 누구 생일이에요?"

"응"

"누구 생일인데요?"

"선생님 생일!"

"정말요?"

"안 불러줄꺼야?"

"불러 줄께요"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김창욱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김창욱 멋진 김창욱 생일 축하 합니다.

"어째 기분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나쁜 것 같기도 하네.."

"생일 축하 해 줘서 기쁘고 반말을 한 것 같아서 기분 나쁘기도 하고.."

"히히히.. 헤헤헤"

선생님을 위해

생일 그림을 그려 줍니다.

커다란 종이 위에 선생님이 눕고

기원이가 땀방울 뚝 뚝 흘려가며

선생님 몸집따라 크레파스로 선생님을 그립니다.

"선생님.. 너무 크다"

"다 됐니?"

"네.."

선생님 모양의 그림에 얼굴도 그리고

색칠도 하고 분주하게 크레파스를 움직입니다.

"선생님. .무슨 색 좋아하세요?"

"파랑색"

동수가 파란 색 크레파스로 '사랑해요'라고 씁니다.

한 쪽 구석에 빨간 글씨로 '메롱'이라고 써 있습니다.

"이거.. 누가 썼니?"

"주빈이요"

"주빈이 어디있니?"

"저기서 블럭놀이 해요"

저만치 블럭으로 무엇인가 열심히 만들고 있는 주빈이가 보입니다.

"주빈아.. 이거 네가 쓴 거니?"

대답 대신 혀를 낼름거립니다.

선생님도 덩달아 혀를 낼름거립니다.

"얘들아, 생일 선물 줘야지.."

"없는데요? 내일 가지고 오면 안 되요?"

"아냐..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어.. 선물이 없는 녀석은 선생님에게 뽀뽀해라"

주빈이 저만치 도망갑니다.

동수가 일어나 볼에다 뽀뽀합니다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

병준이가 일어나 볼에다 침을 바릅니다.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

내경이가 일어나 볼에다 한 번 이마에다 한 번

스물 네명의 아이들이 제 각각 다른 모양으로

선생님 얼굴에 풀칠을 하듯 침을 바릅니다.

"선생님. .좋아요?"

"얼굴이 침투성이 된 느낌이다"

"히히히.. 헤헤헤.."

"선생님은 생일 선물로 무엇을 받으면 제일 좋아요?"

"잘 알텐데..."

"모르는데요?"

한 녀석이 손뼉을 치며 말합니다.

"알았다. .여자친구.. 결혼할려구.."

아이들이 저마다 박수를 합니다.

선생님도 빙그레 웃습니다.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요.. 생일이 되면 선물을 받는 것이 아니고

엄마, 아빠에게 인사해야 한데요.. 미역국도 끓여 줘야 한대요"

"그래. .맞아.. 생명을 주신 분들은 엄마, 아빠니까..

그런데.. 선생님은 미역국 끓여드릴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셨다.."

"슬퍼요?"

"그래.. 슬퍼.. 하지만 기쁘기도 해... 선생님의 엄마는 마음 속에

항상 살아 계시니까..."

"보고 싶어요?"

"그래.. 보고싶어.. 하지만 이제는 매일 볼 수 있어.. 선생님 마음 속에

항상 웃고 계시니까.."

늦은 시간.. 아버지 계신 집으로 갑니다.

곤한 잠을 주무시고 계십니다.

텔레비전만 열심히 떠들고 있습니다.

주무시는 얼굴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얼굴만 뵈면 죄인이 됩니다.

"아버지.. 저 왔어요.."

"응? 응? 응.. 왔냐?"

.....

"여자 만났것은 어떻게 되었냐?"

"여자요?"

"거.. 희정이가 소개 시켜 준다던 그..그 친구 있잖아.."

"아..예... 싫데요.."

"싫대? 그럼 너는?"

"저는 그냥..."

"에그.. 칠칠맞은 녀석.. 여자 하나 못 사귀고.. 거.. 아버지가 해도 잘만 하겠는데..

이 아버지는 맘만 먹으면 애인도 사귀고 결혼도 할 수 있다..."

"그럼. .아버지께서 다시 결혼하세요.. 제가 적극 밀어 드릴께요.."

"에그.. 그게 아버지께 할 말이냐? 이놈아?"

"히히.."

자리에 앉으십니다.

"너는 도대체 거기서 뭐하는거냐? 너네 대장은 누구냐?"

"대장이요? 그런거 없어요.. "

"아...거 있잖아.. 그 ... 사장말야.. 사장..."

"여긴 시민단체라서 대장이나 사장같은거 없어요.. "

"그럼.. 누가 월급주냐?"

"월급이야... 히히.. 아이들이 주죠..."

"에그... 철없는 소리만 하고... 쯧쯧..."

"너는 거기서 얘들 봐 주고 경비서고 그러냐?"

"경비요? 저 경비 아니에요.. 선생님이에요.. 애들 가르치는.."

"가르치긴 뭘 가르쳐? 노는 걸 가르쳐? 거 왜 나이살 먹어서 애들하고

놀고 있냐? 번듯한 직장엔 안 들어가고.."

"제게는 직장보다 더 좋은 일인데요..뭘.."

"이 애비는 정말 너만 보면 한심하다.. 거기서 무슨 비젼이라도 있냐?"

"비젼이요? 많죠... 거 ..모름지기 사람은 한 우물을 파라고 했잖아요?

전 다른건 몰라도 한 우물은 확실히 파고 있으니까 아버지 바라시는

뭐가 되고도 되고도 남을꺼에요..."

"이그... 정말.. 그런데.. 오늘 왜 왔냐? 바쁜데..."

"아버지랑 밥이나 한끼 먹으려구요.."

"다 늦은 시간에 밥은 무슨 밥이냐?"

"오늘이 제 생일이잖아요.."

"생일? ...... 아...그러고 보니.. 그러네? 내가 얼마전까지 기억하고 있었는데..

어디... 오늘 돈을 부치느라고 가진게 없네.. 내일 돈 십만원이라도 붙여주마.."

"아니에요.. 아버지.. 밥 이나 한끼 먹으면 되죠..."

"그래.. 그러면 동생들하고 약속이나 잡아라... 이 녀석들은 집에 들어 오는지..

나가는지.. 통 알 수가 없네..."

아버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무람도 듣고 철 없다는 소리도 듣고

걱정에 한숨에 혀 차는 소리도 수도없이 듣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께서는

가는 걸음 한 걸음도 놓치지 않고 지켜 봐 주십니다.

"아버지.. 내일 올께요.. 저녁에요.. 일찍 들어 오세요"

"그래.. "

"문 단속 잘 하세요.. 오늘 막내가 늦어서 자고 온데요.."

"그래. ."

등줄기로 땀이 흐릅니다.

어머니께서 끓여 주시던 입맛 돋구던 미역국이 생각납니다.

냉면 그릇 가득 떠 주시던 하얀 쌀밥이 생각납니다.

툭 툭 등 쳐 주시며 그래도 잘난 아이들이라고

품에 안아 주시던 어머니 생각이 간절합니다.

어머니..

생일인데 미역국 한 그릇 끓여 드리지 못하네요..

마음으로 가슴으로

어머니께 미역국 한 그릇 올립니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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