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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거꾸로 보기


놀이터입니다.

아이들의 발냄새 가득 그물 침대위로 살그머니

흔들 흔들 몸부림에 하늘이 흔들립니다.

박수하듯 손을 벌린 나뭇잎이 소란스럽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습니다.

살랑 살랑 박수부채 귓불이 간지럽습니다.

콩닥 콩닥 심장소리 거미줄을 만듭니다.

시원한 바람이 등줄기를 지납니다.

쑤-욱 쑤-욱 새 소리에 눈을 뜹니다.

머리 위 가지위로 메추리 한 마리 앉았습니다.

메추리 똥꼬가 씰룩 씰룩 날개짓에 똥가루가 날립니다.

퍼드득.. 쑤-욱 쑤-욱 메추리 가는 곳에 바람이 붑니다.

"선생님! 물이 안 나와요"

오늘은 광명시 단수의 날!

이틀동안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눈꼽을 떼자마자 커다란 통을 찾아 나섭니다.

질경이반 작은 마당에 벌건 대아 하나

빗물이 가득 고인 통 안에

이름없는 실내화 한짝

허우적 허우적 꿈틀 꿈틀

이름 모를 작은 생명들의 세상입니다.

손가락으로 휘 휘 저어보니 놀란 몸이 허둥 지둥

"미안하다.. 통이 필요해서..."

물을 받고 설거지에 복도청소

물 필요한 곳에 물을 어서 줍니다.

"선생님! 물이 안 나와요"

"오늘부터 두 밤동안 물이 안 나온다"

"왜요?"

"네놈들이 물을 아껴쓰지 않아서 물이 없어졌다"

"정말요?"

"아니? 거짓말!"

"에이.. 그럼 왜요?"

"수돗물 나라 아저씨들이 수돗물 지나는

길을 청소한단다. 혹시 고장났으면 고치기도 하고..

물도 많이 걸으면 때가 낀단다.. 목욕을 하는 것이지.."

"우리 집에는 물이 나오던데요?"

"너희들은 아파트에 살아서 그래"

"??"

"아파트에는 물이 안 나올때를 준비해서 옥상에 커다란 물통이 있어"

"봤어요.. 분홍색.." "어? 우리 집 옥상에는 없는데? 분홍색?"

"선생님이 친구집 옥상에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옥상에서 보니까

집들이 커다란 물통을 하나씩 쓰고 있더라.. 모자처럼..

분홍색도 있고 파랑색도 있고.."

"YMCA에는 물통이 없어요?."

"YMCA에는 물통이 없지..그래서 물이 안 나오는거야.."

"그럼..물통을 사면 되잖아요?"

"그래야겠지? 두 밤동안에는 물통을 살 수 없으니까

우리는 물 없이 살아야 한다.. 두 밤동안.. "

"마시는 물은요?"

"그건.. 선생님이 아침에 작은 물통에 받아 놓았지.."

"선생님.. 화장실에 커다란 물통이 있던데요?"

"그것도 선생님이 받아 놓은거야.. 두 밤동안 쓸 물이니까 아껴 써야 해"

"선생님.. 쉬 마려워요"

"쉬?"

"네"

"거참 이상하네?"

"뭐가요?"

"수돗물은 잠겼는데 왜 고추는 잠기지 않지? 오줌은 계속 나오잖아..

오줌길은 청소 안 하나?"

"히히히. .고추래..."

오늘은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다름이 없습니다.

화장실에서도 복도에서도

몸터에서도 마음터에서도

다름없는 아이들입니다.

불편할 줄 알았는데

있던게 없으면 힘들 줄 알았는데

없으면 없는데로 있으면 있는데로

아이들은 변함이 없습니다.

괜시리 선생님 마음만 불편했나 봅니다.

마시는 물 나눠 먹고

손 씻는 물 나눠 씻고

나팔꽃 화분에도 조금만 밥을 주고

커다란 물통 물이 줄지 않듯

아이들의 마음에도 즐거움은 줄지 않습니다.

"선생님.. 내일도 물 안 나오죠?"

"그래.. 내일도 아껴쓰자.. 물!!"

"네, 안녕히 계세요..."

쑤-욱 쑤-욱 메추리 소리에 눈을 뜹니다.

물구나무 서기를 합니다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 되고

하늘에서 내린 나무 나뭇잎 똥을 쌉니다.

땅이 된 하늘 길로 둥근 해가 기어갑니다.

하늘 된 땅 길로 흙냄새가 내립니다.

땅을 딛고 하늘 딛고

세상을 뒤집어 거꾸로 세상이 된다면

아이들이 어른되고

어른들이 아이되면

저녁 해 꿀꺽 삼킨 옥길동 뒷 산만큼

뜨끈 뜨끈 행복한 세상이 될까나?

거꾸로 누워

하루 해 거꾸로 바라봐도

여전히 행복한 세상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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