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달봉샘의 성장통

고주망태


고주망태: 술을 많이 마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

오늘은 아버지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저녁 6시부터 시작한 어머님들의 식단모임이

3시간 째 계속 되는 가운데,

아버지 모임 시간이 30분이나 지난 가운데

희망이 선생님은 늘어지게 하품을 합니다.

어제 있었던 아빠랑 나랑 등반이 너무나 힘드셨는지

아버님들 모습은 좀처럼 보이질 않습니다.

3기 좋은 아버지 모임 회장님이 오십니다.

조금 늦으신다던 창근이 아버님께서 오십니다.

선생님 포함 3명..

심심한 숫자입니다.

"오늘은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정리 할까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귀한 아버님 한 분 오십니다.

"늦었지만 부랴 부랴 왔습니다."

선생님 포함 4명..

역시 심심한 숫자입니다.

"오늘은 밖에서 이야기하는것이 어떨까요?"

"좋지요"

닭 파는 집에 닭 먹으러 모였습니다.

"여기 맥주 500 4잔하고 닭 한 마리 주세요"

심심한 안주가 나오고

주점부리 안주가 나옵니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오늘 영 안 오시네요?"

"어제 힘드셨나 보네요.. 다들.."

"그런데.. 참. .선생님.."

"예?"

"아이들은 정말 신기해요? 산에 올라갈 때만 해도

헥헥 거리던 녀석들.. 아이 하나에 걱정하나 짊어지나 했는데

올라가서는 점심먹고 또 다시 뛰어 다니는것을 보면 말이죠?"

"그렇죠... 맞아요.. 아이들이 신기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죠.."

진땀흘려 가며 보름동안 준비한 마술도

아이들은 2시간이면 마술사가 됩니다.

아이들은 살아있는 복사기인가 봅니다.

아이들은 피로가 쌓이지 않나 봅니다.

쌓일만큼 그늘이 없기 때문일까요?

어른들은 하루를 살아도 이틀치의 피로를 짊어지고 사는데

아이들은 하루종일 뛰어 놀아도 한 잠 늘어지게 자고나면

다음날은 거뜬하니 말이죠..

"어제 저녁에는 늦은 시간 피곤한데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자고

하잖아요? 그래서 내일 쓰면 안 될까 하는데 손목을 잡더니

의자에 앉히더라구요.. 그래서 그 녀석이 부르는데로 자판을

치는데.. 아 글쎄.. 선생님.. 있잖아요.. 선생님..제가요..

선생님..그러니까요.. 언제 말이 시작되는지 답답해서 제가 한 수

도와 주기도 했답니다.."

한 녀석이 손목을 잡습니다.

"선생님.. 있잖아요"

"응? 왜?"

"그러니까요.. 응.. 네..."

"그래.. 왜?"

"그러니까요. .선생님.. 있잖아요.."

"으-응?"

말을 시작하려면 아직도 여러번의 뜸이 필요합니다.

마음 급한 사람은 선생님 하면 안됩니다.

"그래. .말해 봐"

"그러니까.. 화장실 갔다 와도 되요?"

"그래.. 갔다와라.."

한참이나 뜸을 들여서 겨우 나온 이야기가

화장실에 가겠다는 이야기..

별 내용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도 뜸을 들이는지..

라고 생각하면 큰일이지요..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 별난 이야기 있는가요?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가 소중한 이야기이고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에 아이들의 눈을 마주하는 것이

별난 일입니다.

한참이나 뜸을 들이는 사이에

서로에게 소중해 집니다.

한참이나 뜸을 들이는 사이에 말이죠..

기다릴 줄 아는 부모가

기다릴 줄 아는 선생님이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부모입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선생님입니다.

머리 없는 닭이 술 상에 오릅니다.

"우리 아들 녀석.. 요즘에 부쩍 반항합니다.

한 번에 오케이 하는 것이 없어요..

한 번은 꼭 트집을 잡고 넘어 갑니다.

그것이 과정인가 봐요.. "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요?

한 엄마가 있었답니다.

옆집 아들 녀석 보니까

예쁜 단추옷에 멜빵 바지가 예뻐 보이길래

하나 사 주었답니다.

그런데 이 녀석.. 옷을 입히기는 했는데

벗을 줄을 모른답니다.

옆집 아들 녀석은 혼자서도 잘 입고 잘 벗는다는데

이녀석은 허구헌날 엄마 손이 필요하니..

그래서 벌컥 화를 냈답니다.

"는 왜 제처럼 저렇게 못하니?"

그랬더니 아들 녀석 하는 말이

"제는 제 엄마 아들이잖아요.."

우리는 우리의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옆집 아이를 우리 아이처럼 키울 수 없는것 처럼

우리 아이를 옆집 아이처럼 키울 수 없습니다.

고무줄 바지도 잘 못 입는 녀석에게

멜빵 바지를 사 주면 안 되지요..

옷은 편하기 위해 입는 것이지

불편하기 위해 입는 것은 아니니까요..

거꾸로 교육이 무엇인지 아세요?

옷 입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옷 이야기로 합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퍼맨을 빼고는

바지위에 속옷입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엄마들은 속옷 입기 전에

바지 입는 법 부터 가르치려 합니다.

바지는 속옷위에 입어야 편합니다.

옷 중에서 가장 중요한 옷이 속옷이지요..

지금 속옷을 입고 있는 아이들에게

바지를 입히지는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하늘을 날지 못하는 수퍼맨이 줄줄이 나옵니다.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요?

우스게 소리 이지만 결코 웃어서는 안 될 이야기입니다.

맥주 4잔을 시켜놓고

거품이 거품을 물어 줄어드는 모양을 지켜보며

좋은 아버지들의 이야기는 술 잔을 넘쳐납니다.

선생님 포함 4명에 맥주 4잔

심심한 숫자입니다.

하지만 결코 심심한 이야기들이 아닙니다.

한 잔술에 모두들 고주망태가 됩니다.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이야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는

좋은 아버지들의

고주망태이야기입니다.

배고픔을 달래주는 닭고기에

마음을 덮어주는 고마운 이야기입니다.

집으로 돌아가시는 걸음 걸음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고주망태 아빠를 반갑게 맞아 줄

아이들이 있어 부럽습니다.

오늘도 여지없이

아빠들이 부럽습니다.

'달봉샘의 성장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S. O. S.  (0) 2010.05.04
선생님이 무서워요!  (0) 2010.05.04
싫은 친구 좋은 친구  (0) 2010.05.04
희망이의 일기  (0) 2010.05.04
거꾸로 보기  (0) 2010.05.04
소리지도  (0) 2010.05.04
마징가 Y  (0) 2010.05.04
쓰레기 괴물  (0) 2010.05.04
어린이 나라  (0) 2010.05.04
사랑에 빠졌어요.  (0) 201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