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게 무슨 꽃이에요?"
"우-와! 예쁘다"
"무슨 꽃이냐구요?"
"글쎄.. 너무 예쁜데.. 모르겠다..
주빈이가 발견했으니 주빈이꽃이라 하자..
나중에 진짜 이름을 알때까지.."
주빈이 꽃이 활짝 핀 교회옆을 지납니다.
"에구.. 똥이네.."
"주빈아.. 조심!!.. 에구.. 밟았네.."
"앙.. 선생님. .어떻해요?"
"옛날에는 모르고 똥을 밟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대..
주빈이에게도 오늘 좋은 일이 생기겠는걸?"
순간 일부로 똥을 밟는 녀석이 있습니다.
"일부러 밟으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아.."
쓱싹 쓱싹 똥을 문지르는 소리..
"이야..노란꽃 정말 예쁘다.."
"선생님은 정말 꽃 이름 모른다.."
"그러게? 분명히 선생님도 배웠는데 생각이 안 나네.."
"이건 선생님이 발견했으니까 선생님꽃이라고 해요.."
"그럴까?"
드디어 아는 꽃 발견..
"저거는 냉이야.. 이렇게 작고 많은 것은 황새냉이라고 한다?"
아는체를 하려고 보니 한 녀석도 없습니다.
"얘들아, 같이 가자.."
약수터에 도착했습니다.
"선생님.. 놀아요.."
"오늘은 산에 가서 소리지도를 그리자.."
"소리지도요?"
"그래..소리지도.."
"그게 뭔데요?"
"소리지도는 길하고 집을 그리는 지도가 아니라
귀에 들리는 소리를 그려놓은 지도를 말하지..
그런데 소리지도는 한 번 밖에 못 쓴다?"
"왜요?"
"소리가 자꾸 이사를 다니니까.."
"??"
"그려보면 알아.. 왜 지도가 자꾸 바뀌는지.."
약수터 산중턱에 오릅니다.
"여기가 좋겠다.."
"선생님.. 여기에 뭐 있어요.."
"엄마야!!"
"이게 뭐지? 으-응? 두꺼비네?"
"두꺼비요?"
두꺼비라 하고 보니 영 자신이 없습니다.
개구리같기도 하고 맹꽁이 같기도 하고..
선생님은 이름에는 영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 두...꺼비.."
자세히 보니 두꺼비 같습니다.
엉금 엉금 기는 두꺼비..
발을 탁 탁 칩니다.
"선생님.. 왜 그래요?"
"여기는 우리가 앉아야 하니까 숲속으로 보내려고.."
두꺼비가 내 준 자리에 동그랗게 앉습니다..
"자.. 하얀 지도를 나눠줄께..
이제부터 눈을 감고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자...
여기 가운데 우리가 있고
소리가 나는 쪽에 그림을 그리는거야."
"새 소리가 나요..까치.."
"그럼.. 까치를 그리자.."
"전 글씨가 편해요.."
"글씨를 써도 되고 그림을 그려도 되고.."
"저쪽에서도 새 소리가 나요..
휘바람 소리 같아요.."
"휘바람 새인가 보다.. 휘바람 새도 그리고.."
"선생님.. 비행기 소리에요..."
"그래? 그럼 비행기도 그리자.."
"선생님.. 저 쪽이 너무 시끄러워요.."
"누가 시끄럽게 하는데?"
"친구들이 저기서 떠들고 있어요.."
"그럼. .떠드는 친구들도 그리자.."
"냄새도 한 번 맡아볼까?"
"풀 냄새가 나요.. 나무냄새도 나요.."
"그럼 풀도 그리고.. 나무도 그리고.."
하얀 종이위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날개가 큼지막한 까치..
입이 왕방울만한 휘바람 새..
멋들어진 하늘의 비행기..
풀과 나무..
보기에도 좋은 지도가 완성됩니다.
"자.. 잘 봐.. 이렇게 지도를 완성했는데..
여기에 비행기가 있고 여기에 까치가 있는데
지금도 소리가 들리는지 들어볼까?"
"선생님.. 지금은 이쪽에서 들려요.."
"그렇지? 그래서 이 지도는 한 번밖에 못 쓰는거야.."
제각각 다른 모양의 소리지도..
한 번밖에 쓰지 못하는 소리지도..
아이들이 그려놓은 소리지도속에는
옥길동 약수터가 살아 있습니다.
"소리지도는 한 번밖에 못 쓰지만
소리지도를 마음에 놓으면 약수터가 마음속에 그려진다?"
"정말요?"
어떤 아버님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 아들 녀석이 그러는거에요..
아빠는 내 마음이 보여?
그래서 보인다고 했죠?
그랬더니 내 마음이 아빠에게 뭐라고 하는데?
갑자기 난감해 지데요?
그래서, 응.. 아빠말 잘 들어라.. 그랬지요..
그랬더니 이 녀석 하는 말..
그건 아빠 마음 아냐? 그러는 거에요..
할 말 없데요? 이럴 때는 뭐라고 해야 해요? 선생님?"
뭐라고 해야 하나?
아이들은 마음과 항상 가까이 있는데..
그래서 마음대로 노는것을 좋아하는데..
마음이 뭐라고 말을 하나?
마음이 하는 말은 마음이 들을 수 있고
그래서 마음으로 다시 전해 주는 것이라고 해야하나?
밤 길에 넘어지지 말라고 뿌려놓은 하얀 돌가루를 밟으며
옥길동 구비 구비 나들이 길 돌아옵니다.
어느새 땅 속으로 풍덩 떨어진 개나리꽃 노래를 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