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달봉샘의 성장통

감기 걸리고 싶어.


엎치락 뒷치락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배개를 배었다 뺐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차는데

가만히 있지도 못합니다.

앉은뱅이 선풍기

입김같은 더운 바람만 돌돌 뱉어 냅니다.

어기적 어기적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틉니다.

거푸 거푸

세수를 하고

송알 송알

맺힌 땀방울도 털어 냅니다.

시원함도 잠시

잊을만하면 그리운 이처럼

쫓아도 쫓아도 덤벼드는 모기처럼

한 밤의 더위는 잠도 없습니다.

' 도저히 못 참겠다 '

못 참으면 어쩔건데?

도망갑니다.

짤뚝 잘린 반 바지 입고

너풀 너풀

반팔 티 입고

슬리퍼 덜덜 신고서

현관문을 엽니다.

쏴- 아

들릴 것만 같았던 바람은 간데없고

멍한 밤 냄새만 가득합니다.

툴툴 걸어 어디를 갈까나

하릴없이 걷기에

밤 공기도 반갑지 않습니다.

어깨가 이상하다?

씰룩거려 봅니다.

방어복을 잊은 미식축구 선수처럼

어깨가 들쑥 날쑥 허전합니다.

! ! !

앞 산 달음질하듯

허구헌날 무등타던 녀석들이 없습니다.

매일같이 정복당하던 곳이 휑한 까닭입니다.

허전함은 순식간에 온 몸에 전염됩니다.

손바닥이 간질간질

조막손 옹알거림이 없습니다.

손잡이처럼 잡히기만 하던 그 손에

졸리운 바람만이 하품하며 지납니다.

허벅지가 흔들흔들

종아리 힘주어 서지 않아도 넘어지지 않습니다.

옷걸이에 옷 걸리듯

빨래줄에 빨래 메달듯

대롱 대롱 아이들이 없습니다.

입술이 씰룩씰룩

" 뭐해? "

심심한 놈 골려주지도 못하고

골난 놈 딴지도 못 걸고

성한 입에 거미줄치듯 밥만 먹는 입 입니다.

고개들어 하늘보니

여기 총 저기 총

별들도 띄엄띄엄

하늘도 심심합니다.

덥기도 덥지만

가슴 팍 못내 설렁한 것이

감기라도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꼬멩이 선생님

이마에 이마

볼에 볼

체온과 체온을 맛대고

이 동네에서 저 동네 다리놓듯

애들 감기 홀짝 실어오던 그 때가 그립습니다.

허구헌날 방학은 아니지만

몇날몇일 휴가는 아니지만

더운 바람에 살짝 얹어

조그만 녀석들 잠 못 들게하는

감기라도 실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렇듯 잠 못 이루는 밤이면

감기라고 걸리고 싶습니다.

하늘 총총

듬성듬성 이 별들이

아이들 수만큼도 없는 것이 얄밉습니다.

이렇듯 하늘이 온통 가마솥같은 날이면

아이들이 너무나도 보고 싶습니다.

'달봉샘의 성장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냉면 만들기  (0) 2010.05.05
별 게 다 행복한 날  (0) 2010.05.05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0) 2010.05.05
하늘나라 우체국  (0) 2010.05.05
  (0) 2010.05.05
죄없는 마음에도 티끌 앉을까 두렵소.  (0) 2010.05.05
묻고 답하기  (0) 2010.05.05
세상 밖으로 4.  (0) 2010.05.05
세상 밖으로 3.  (0) 2010.05.05
세상 밖으로 2.  (0) 201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