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
" 안녕하세요! "
조그마한 녀석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조그마합니다.
등짝만한 가방을 가로질러 메고서
뽀송뽀송 걷는 걸음을 보는 것은 참으로 행복입니다.
" 선생님! 오늘은 기침 안 하네? "
" 그래, 너희들이 이마에 찍어 준 뽀뽀때문에 감기가 저 멀리 산 넘어 가 버렸단다. "
" 오늘도 뽀뽀 해 드릴께요 "
" 그래 그래 고맙다. 이녀석아. "
" 에이... 자꾸 이 녀석이라고 하지 마요. "
" 그럼, 뭐라고 불러줄까? "
" 이것봐요. 가방에 이름이 써 있잖아요. "
" 어디보자... 음... 그래, 이름이 써 있구나.. 어디.. 이... 녀...석! "
" 아니에요. 김 수 한 이에요. 김! 수! 한! "
" 그래 그래 알았다. 이 녀석아! "
" 에이.. 정말? "
매일같이 되풀이 되는 장난에도
아이들은 시시해 하지 않습니다.
지겨워 하지 않습니다.
지겹지 않은 선생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 오늘은 무슨 이야기 해 줄꺼에요? "
" 글쎄... 어디 한 번 볼까? "
말똥말똥 뚫어져라 쳐다보는 녀석의 눈망울을 봅니다.
" 아이구.. 눈부셔! "
" 왜 그래요? "
" 네 눈이 너무 부셔서 썬글라스를 껴야 되겠다. "
" 에이.. 거짓말! "
" 정말이야. 못 믿겠으면 가서 거울을 한 번 들여다 보렴.
아마 눈이 너무 맑아서 네 녀석도 퐁당 빠지고 말걸? "
" 히히히 "
거울을 보러 가지 않습니다.
정말인지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말은 언제나 기분좋은 사실이기에.
" 오늘은 무슨 얘기 해 주실꺼냐구요 "
" 음.. 오늘의 이야기는 바람 똥을 싼 달봉이! "
" 우히히.. 재밌겠다. 어서 해 주세요 "
" 그래 그래 자 그럼... "
이야기가 시작되면
볼륨을 줄인 라디오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꼴깍 침마져 꼬옥 쥐고서
한 마디라도 놓칠 새라 깜박임도 없이 바라봅니다.
선생님의 작고 낮은 목소리에
나풀나풀 날개를 날기도 하고
숑 숑 방구끼는 로켓트도 되었다가
까르르 배 간지르듯이 웃음으로 넘어 지기도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야기 쟁이 선생님은
이야기 보따리를 술술 풀어내는 시간 뒤로
살짝 뒤돌아 킥킥 웃어 댑니다.
초롱초롱 쳐다보는 두 눈에
벌겋게 달아오른 행복도 식히고
못내 좋아 혼자 웃어보기 위해서입니다.
" 이야.. 재밌다. 내일도 해 줘야되요. 알았죠? "
" 그럼 그럼 또 다시 해가 뜨면 새로운 이야기도 생기지... "
" 선생님! 우리 재미있는 놀이해요. "
" 무슨 놀이할까? "
" 음... 동물원 놀이! "
" 그래 그래. 그럼, 동물원 놀이하자. "
" 난 싫어! "
가만히 듣기만 하던 한 녀석이 뽀로롱 삐칩니다.
" 그럼, 넌 무슨 놀이 하고 싶은데? "
" 음.. 소꼽놀이... "
" 에이.. 시시해! "
살짝 다문 눈으로 흘겨보는 녀석입니다.
" 음.. 그럼, 이렇게 하자 "
" 어떻해요? "
" 동물원 놀이도 하고 소꼽놀이도 하고... "
두 녀석이 못내 못마땅한 얼굴입니다.
" 놀이 나라에는 소꼽놀이도 있고 동물원도 있잖아? 그러니까 함께 할 수 있어. "
" 알았어요. 그럼, 놀이해요. "
" 음.. 선생님은 뭘 할까? 할아버지를 할까? 늙은 코끼리를 할까? "
" 선생님은 애기 해요. "
" 애기? "
" 예.. 애기해요"
" 그래, 그럼.. 애기 해야지.. 엄마 엄마 나 젖 줘이잉... "
" 아이..지금은 잠잘 시간이에요.. "
" 그래? 그럼 잠 자지 뭐.. 음냐.. 쿨 쿨... "
.
.
.
.
눈을 감는다고 절로 꿈이 꾸어지진 않습니다.
눈을 뜨고 있다고 해서 꿈을 볼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꿈이란
요술 지팡이처럼 당장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적어도 희망이에게는 그렇습니다.
희망이의 꿈은
지금처럼 이렇게 하루 이틀 행복한 후에
흰 머리 소복머리 눈이 덮혀도
아침이면 언제나처럼 아이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작고 작은 녀석들
한 밤만 자고나면 한움큼씩 자라지만
다행히 이 세상에는
아이들이 아이들을 낳습니다.
어때요?
희망이의 꿈 얘기
재미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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