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벌레 소리가 요란합니다.
점점이 들려오는 개 울음소리
방 문턱을 몰래 넘다
아뿔사!
발 밑에 숨어있던 밤이 꿀꺽 삼켜 버립니다.
사방이 어둠입니다.
할로겐 불빛에 어둠이 뒤엉키는 모습을 봅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한 연수 마지막 날
노트 위를 바쁘게 기어 다니는 깨알만한 벌레를 따라
하얀 종이위에 지난 시간을 그려봅니다.
해지고 남은 여운을 따라
잠시 들렀던 야트막한 산 길에서
줄무늬 모기떼를 만났습니다.
인심좋은 선생님들 덕에
오랫만에 포식을 한 모기들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나들이였습니다.
책 읽고 이야기하고
밥 먹고 또 이야기하고
걷고 움직이는 시간보다
말하고 듣는 시간이 많은 앉은뱅이 선생님들.
펜을 쥔 손 그림자 뒤로
졸졸 따라 다니는 검은 글씨마져 앉은뱅이 모양입니다.
밤이 오는줄 모르고
밤이 가는줄 모르게
이야기가 피고 이야기가 지는 하루입니다.
숨은 나를 찾습니다.
선생님이라는 이름은 숨기에 참 좋은 이름입니다.
톡톡 건드려도 보고
이리저리 돌려 보기도 하고
뒤집어 탈탈 털어보기도 합니다.
인상을 쓰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성 내고 토라지며 토닥거리기도 합니다.
허구헌날 왜 지지고 볶는 일에 이렇듯 정성을 들일까요?
나를 모르면 너도 모르고
너를 모르면 우리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를 모르면 아이들도 모르고
아이들을 모르면 가르치려 들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가(테두리, 울타리)를 치는 사람이지
가르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자유롭지 않으면
아이들이 날지 못합니다.
선생님이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꿈 꾸지 못합니다.
선생님이 배움을 모르면
아이들이 스승인 줄 모릅니다.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선생님에게 가장 슬픈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고 받은 말들이 '씀'이 되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주고 마음 마음이 널리 '씀'이 되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담고 나누는 일이 함께 일어나야 함을 배웠습니다.
선생님들과의 짧은 나눔이
아이들과의 긴 나눔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날벌레 한 마리가 귓전을 어지럽힙니다.
끄떡끄떡 외등이 졸고 있습니다.
행복한 선생님이 만드는
행복한 밤이 지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