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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너는? 지금은?


"아니~ 이 녀석이... 너 청소 안하고 장난만 할꺼야?"

"제도 그랬어요"

.

.

.

"선생님! 제가 때렸어요"

때렸다는 녀석을 부릅니다.

"얘가 네가 때렸다고 하는데?"

"제도 때렸단 말이에요"

.

.

.

한 녀석이 훌쩍이며 다가옵니다.

"왜 그러니?"

"제가 발로 찼어요"

발로 찼다는 녀석을 부릅니다.

" 네가 얘를 발로 찼니? "

" 0 0 가 시켰어요"

.

.

.

잘못을 이야기할 때는

친구 뒤에 쏘-옥 숨습니다.

숨고나면 마치 내가 보이지 않을 것처럼

마치 내 잘못이 없어질 것처럼

줄을 설 때도 먼저 서야하고

이야기를 할 때도 먼저 해야하고

화장실에 갈 때도 먼저 가야하고

차를 탈 때도 먼저 타야하는 녀석들이

잘못을 이야기할 때는 친구가 먼저 입니다.

어디서 배웠을까요?

엄마 뱃 속에서 톡- 하고 떨어져 나왔을 때

아마도 이 세상이 그렇게 보였나 봅니다.

아장아장 네 발로 기어 다닐 때

발 밑을 오가던 꼬딱지만한 벌레들이

서로들 먼저 가려고 아웅다웅 싸웠나 봅니다.

"어버버버..." 말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가장 친절하게 다가선 말들이 그런 말들이었나 봅니다.

아마도 그랬나 봅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선생님을 봅니다.

내 모습은 어떠한가

보이는 아이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자신을 봅니다.

"아니~ 친구말고 너 말야.. 선생님은 지금 네 얘기를 하는 중이야

네가 청소를 안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에게 묻는거야.

친구가 청소를 하는지 않하는지를 묻는게 아니야.

선생님에게는 청소를 하지 않는 다른 친구보다

지금 청소를 하고 있지 않은 네가 더 중요하거든.

친구가 아닌 네게 묻는거야.

네가 왜 청소를 안 하고 있느냐고."

잘못 앞에서 친구 뒤에 나를 숨기는 것처럼

다가오지 않은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의 힘듬을 잊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잘못 앞에서 당당히 나를 내세울 수 있는 것처럼

내일이 아닌 바로 오늘

바로 지금 이곳에서의 나의 모습을 바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좋든 좋지 못하든

행복하든 행복하지 못하든

아이들에게 "너는?" 하고 묻듯이

언제나 "지금은?" 하고 되묻는 선생님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던지는 물음은

언제나 내게 돌아오는

자신을 향한 물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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