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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선생님이 좋아요!


현관에 놓여진 작고 노란 의자

혓바닥을 길게 빼고

고양이 살금이마냥 늘어져 있습니다.

의자에 앉습니다.

찜질방에 앉은 것마냥

따뜻하다 못해 따끔거립니다.

햇볕 따가운 아침입니다.

저만치 버스 지붕이 보입니다.

아이들이 옵니다.

차량지도 선생님의 마이크 목소리가 들리고

버스 복도에 줄 지은 아이들이 보입니다.

콩! 콩!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은

한 발 떨어질 때마다 콩콩 튀어 오릅니다.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인사하기 전에 먼저 인사합니다.

머쓱하게 쳐다보기 전에 먼저 말을 건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녀석들 틈으로

햇살처럼 삐집고 들어오는 녀석을 붙듭니다.

"안녕하세요!"

"히히히"

웃음 속에 반가움이 묻어 납니다.

웃음이 인사인 녀석입니다.

"선생님! 있잖아요. 나 어제 콘도 갔다 왔어요"

"콘도? 이야~ 재미있었겠다"

지난 이야기로 인사하는 녀석입니다.

갑자기 귀에 번개가 번쩍!

한 녀석이 손톱으로 귀를 잡아 당깁니다.

"아야! 아퍼! 진짜 아프다!"

귀가 얼얼합니다.

역시나 인사하는 녀석입니다.

하나같이 똑같은 녀석이 없는 것처럼

하나같이 똑같은 인사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하나같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지만

하나같이 다른 인사를 똑같은 마음으로 받습니다.

어떤 녀석은 선생님 무릎을 타고 놉니다.

어떤 녀석은 쫑알쫑알 지난 이야기를 쏟아 냅니다.

어떤 녀석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눈으로만 바라봅니다.

어떤 녀석은 휙- 하니 편지만 던져주고 갑니다.

어떤 녀석은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어떤 녀석은 문 밖에 서서 거미줄만 쳐다 봅니다.

무릎타는 녀석 엉덩이를 톡 치면

쫑알 쫑알 이야기를 빙그르 돌리면

멀리 달아난 눈, 앞으로 쏘옥 당기면

휙- 하니 배달 된 편지 살짝 열어보면

아픈 배 살살 문질러주면

문 밖에 나가 손 한 번 잡아주면

똑같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이 좋아요!"

좋아하는 마음은 어떤 모양일까요?

아마도 물처럼 모양이 없을 것입니다.

바가지에 담으면 바가지 모양

물병에 담으면 물병모양

마음에 담긴 모양 그대로

그렇게 쏟아져 흐르는 자연스러운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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