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길동으로 가는 길입니다.
선생님들과 때 늦은 저녁을 먹고
배 불러 생각해도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옥길동으로 가는 길입니다.
가을바람에 은행잎이 쏟아집니다.
황금 잎 드러누운 푹신한 길입니다.
부른 배 두드려가며 흥얼거리는 노래
아이들이 불러 주는 '작은 세상'입니다.
아빠들이 오셨습니다.
아빠들과 함께 하는 참여수업.
흰 쌀밥 찧어 떡을 만들고
떡 고물에 굴려 맛있는 떡을 만들고
한 입 두 입 꿀꺽 삼키는
목 메이고 가슴 따뜻한 수정과 같은 시간입니다.
거울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이 하는 모양을
아빠들이 따라합니다.
작은 엉덩이 빙그르 돌면
커다란 엉덩이 쿵-하고 돕니다.
혓바닥도 내밀고 코도 만져 봅니다.
아이는 아빠의 어린시절 거울입니다.
마임놀이를 합니다.
커다란 무를 뽑아 봅니다.
엉덩이가 씰룩거리며
양 팔에 힘을 더합니다.
두 눈에는 손바닥만 보이지만
우리의 마음에는 커다란 무가 보입니다.
마음과 마음이 닿으면 즐거운 웃음이 열립니다.
그림자 놀이를 합니다.
해 질녘 아이의 커다란 그림자
아빠가 만들어 주는 길다란 그림자입니다.
넘어져도 푹신하게 감싸주는
아빠는 떨어지지 않는 아이의 커다란 믿음입니다.
일곱 살은 줄넘기를 합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줄넘기
아빠 발에 걸리고
아이 발에 걸리고
걸리고 걸리고 걸리다 보면
한 번 넘고 두 번 넘고 세 번 넘다 보면
아이의 작은 숨이 아빠의 숨이 됩니다.
아빠의 가쁜 숨이 아이의 숨이 됩니다.
하나의 숨결이 됩니다.
처음에는 놀아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아빠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앞에 무릎꿇고
눈 높이만 맞추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아빠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면 선생님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숨을 맞춥니다. 들숨, 날숨
하나의 호흡이, 한 번의 호흡이
아이의 가슴에서 아빠의 가슴으로
아이의 들숨이 아빠의 날숨이 되고
아빠의 호흡이 아이와 하나가 됩니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호흡을 맞추는 것입니다.
아빠도 아니고 아이도 아니고
우리가 되는 호흡입니다.
다섯 살 녀석들은 천 놀이를 합니다.
여섯 살 녀석들은 훌라후프 놀이를 합니다.
일곱 살 녀석들은 줄넘기 놀이를 합니다.
오색가지 천으로 밤 하늘을 수 놓고
훌라후프와 줄넘기로 한 밤의 눈부신 햇님을 만듭니다.
내경이가 왔습니다.
인천으로 이사를 갔던 내경이.
친구들이 보고 싶어 내경이가 보고 싶어
일요일이라 찾아 온 길입니다.
친구는 내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 가장 소중한 곳에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친구만 있다면
무엇을 하든 아빠만 있다면
우리네 아이들은 건강한 웃음을 만들어 냅니다.
멀고 먼 미국에서도 달려오는 행복한 웃음입니다.
마지막을 알리는 경쇠소리에
아빠와 아이들은 감동을 나누어 갖습니다.
소중한 시간은 짧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기억은 오래 오래 남습니다.
오늘 밤 옥길동에는 밤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달아놓은 눈 부신 햇님이
오늘 밤을 하얗게 비춰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 선생님은 행복으로 잠을 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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