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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고양이 아침


.. 일요일입니다.

옥길동 회관에

차곡 차곡 먼지 쌓이는

일요일입니다.

아이들의 뜀박질 소리에

까르르 즐거운 마음에

천정까지 치쏫았던 먼지구름이

하늘하늘 나풀나풀

옥길동 바닥에 누워보는

고즈넉한 일요일입니다.

늦은 아침

방문을 열고

터벅 터벅 화장실을 향합니다.

길다란 복도를 지날때면

복도창에 드리운

아이들의 살 냄새가 살아납니다.

옹기종기 궁뎅이 마주앉아

멀끄럼이 쳐다보다

눈길마다 손도장 찍어대던

다섯살 꽃다지반 녀석들의

엉성한 입심들이 들려옵니다.

덜그럭 덜그럭

책상,의자 부딪히며

잦은 비에 마실나온 지렁이마냥

아침 햇살 쫑알쫑알 참새마냥

매일같이 분주하던

일곱살 민들레반 녀석들이 보입니다.

신내화 자욱 선명하던

촉촉한 화장실 바닥위로

일요일 아침의 고요함은

마른걸레마냥 건조하기까지 합니다.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남자 선생님만을 위한

하나뿐인 소변기 옆으로는

커다란 옥길동 창이 있습니다.

민들레반 놀이터가 보이고

지하철 차량기지 철담이 보이고

도심의 시끄러운 분주함이 꼬리만 살짝 보이는

안성마춤 바라보기 창입니다.

머리 떨어진 해바라기 줄기들 사이로

그 길다란 장대들 사이로

새끼 고양이 네마리가 소풍을 나왔습니다.

길죽한 콧대하며 날까로운 눈매하며

늘어지게 하품하며 입냄새 풍겨대는

뚱뚱한 고양이 찐득이 분위기가 아닙니다.

옥길동 터줏대감

날렵쟁이 도둑고양이의 어린 새끼들입니다.

엄마 고양이의 날까로운 보호 아래

아기고양이들의 따사로운 아침입니다.

뒤뚱뒤뚱 걸음마를 하는 녀석도 있고

작은 들풀 입에 물고 질겅질겅 씹어대는 녀석도 있고

발바닥을 툭 툭 쳐 가며

지나가는 벌레마다 시비거는 녀석도 있습니다.

어린시절 동물의 왕국에서 보았던

대 평원 사자들의 여유로운 모습처럼

옥길동 고양이들의 작은 아침은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입니다.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봅니다.

아기 고양이 재롱에 넋을 잃고

옥길동 아침이 어찌가는지도 모르게

고스란히 아침을 내어 놓으며

하릴없는 일요일 아침

마음 한켠이 즐겁습니다.

내일이 오면

아이들과 옥길동 새 식구들을

만나러 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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