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중에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열 손가락 중에
미운털 박힌 손가락, 꼭 하나 있습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돌려 보고 눈 감고 봐도
요리 조리 골라가며
눈 앞에 성성한 녀석 하나 있습니다.
앉으라 하면 앉지 않고
불러도 대답 없고
두 번 세 번 부를 때에
친구들이 등짝 밀어 돌려대야 쳐다보고
이리오라 얘기하면
쭈삣 쭈삣 올 생각을 안 하고
두 번 세 번 오라해야
거북이 첫걸을 떨어지고
온갖 장난 몽땅 몰아
제 녀석만 가진듯이
선생님 품 안에 올 때까지
별의 별 장난을 다합니다.
쪼르르 달려 와 고자질하는 아이들이
한결같이 똑 같이 얘기하는 이름
바로 그 이름
친구가 좋아서 툭 툭 치고
좋은 나머지 더욱 툭 툭 치고
그것은 좋다는 몸짓이 아니다 말해도
그때에만 끄떡 뜨떡
고개질이 끝나기도 전에
툭 툭 치고 또 다시 치고
몰라서 그러면 밉지도 않다고
알면서 하는 놈이 더욱 밉상이라
웃는 얼굴 성내지 못한다 하지만
미운 털 박힌놈이 잘못하고 웃으면
성에 성을 보태어 울화가 치미는데
미운녀석 손 붙잡고
말 없이 바라 볼 때
네 녀석을 모르는
나란 선생 미안하고
네 녀석이
내가 선생인 걸 알게 하여 고맙고
전날 받은 꿀밤나무
이마위에 볼록해도
아침마다 품에 안겨
뽀뽀하는 그 녀석은
아마도 분명히
하늘에서 내려 온
좋은 선생 만들어 주는
꾸러기 천사가 분명할 터!
열 손가락 중에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열 손가락 중에
숨은 날개 펄럭이는 손가락, 꼭 하나 있습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돌려 보고 눈 감고 봐도
요리 조리 골라가며
눈 앞에 살아있는 천사 하나 있습니다
천사는 반드시 착하고
천사는 반드시 예쁜짓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천사가 가르쳐 준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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