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메고 길을 나섭니다.
옥길동 언덕을 넘어
옥길동 뒷산 그림자를 밟으며
지하철 차량기지 옆구리를 간지르며
터벅 터벅..
길가에 핀 보라색 솜털 방망이 꽃
넌 이름이 뭐니?
이름이요.. 아무려면 어때요..
흙이면 어떻고 돌이면 어때요..
이곳에 이렇게 활짝 피어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 그럼.. 넌 누구니?
누구냐구요? 아무려면 어때요..
제가 당신이든 또는 당신이 나이든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제 이름은 당신에게 욕심이 되지요.
당신 마음에 고스란히 담아 두고자 하는..
제가 누군이든 당신에겐 고통도 되지요.
항상 담아두지 못하는 아쉬움이 될테니까요.
바닷가 예쁜 돌멩이
품에 안고 집에 오면
옥길동 구르는 돌과 다르지 않듯
내가 있어야 할 곳에 내가 있음이 중요하죠..
당신이 아이들 곁에서 희망이 선생님이듯이..
평생학습원으로 갑니다.
1시간을 걸어가고 1시간을 걸어옵니다.
오늘은 선생님들 교육이 있는 날입니다.
창문하나 없는 똑 부러진 사각형의 교실에서
뒷걸음질 하는 마음입니다.
세시간이라는 시간과 성냥갑같은 공간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입니다.
한결같은 90분에
눈꺼풀을 꼬집는 졸음쫓기놀음은
차례대로 돌아온 한 마디 시간에 끝이납니다.
휴식시간입니다.
거울속에 얼굴위로
촘촘히 박힌 졸음녀석 골라내는 휴식시간입니다.
네모 반듯한 방에 마음이 풀립니다.
눈꺼풀을 짓누르던 형광등이 꺼지고
꼬마 초 네개가 온 몸을 휘감으며
소리없는 작은 울림에 성냥갑이 열립니다.
네모 반듯한 방
창이 열립니다. 온통 창입니다.
마음이 창을 넘어 마음에 창이 담깁니다.
이야기를 나눕니다.
평생학습원에서 일하시는 분..
걸음이 불편하고 입이 불편하고
움직임이 불편하신 분..
열린 마음에 너무나도 편한 마음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집니다.
배움을.. 앎을.. 나눔을..
배움을 나누고
앎을 나누고
나눔을 다시 배우는
귀가 크고 입이 작은 그 짧은 시간에
마음이 오가는 경청을 배웁니다.
소리에 귀 기울이기
말에 귀 기울이기
상대에게 귀 기울이기
내 마음에 귀 기울이기
기울이다 못해 통째로 마음이 되는
기울이다 못해 통째로 받아 안는 경청은
은은한 금빛의 경쇠의 울림마냥
마음을 두드려 한없이 펼쳐집니다.
1시간을 걸어가고 1시간을 걸어 옵니다.
길가에 핀 보라색 솜털 방망이 꽃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기도 보기도 전에 아우성하는 성급함이
잘게 잘게 부수어져 꽃이 됩니다.
온전히 듣고
통째로 듣고
마음으로 한 가득 하나되는 꽃이됩니다.
그러는...넌.. 이름이 뭐니?
나?
있을곳에 있는 아이들의 선생님..
희망이 선생님..
너와 같이 온전히 하나되고 싶은
희망이 선생님..
오늘은 참으로 걷기에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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