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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달팽이 대화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저 달팽이 몇명이게요?"

"달팽이는 마리라고 하는거야.."

"어이구.. 너무 어려워요.."

"처음에는 다 어려운거야.."

"그럼..다시.. 선생님.. 저 달팽이 몇마리게요?"

"네 마리.."

"땡! 여섯마리에요"

"아니? 벌써 새끼를 두 마리나 낳았어?"

"아니요? 제가 두 마리 더 데려 왔어요"

"그래? 그럼.. 그 달팽이 이름이 뭔데?"

"이름이요? 음.. 잠깐만요.. 달팽이 좀 보고 올께요"

한 녀석은 굉장히 크다고 합니다.

또 한 녀석은 밥을 잘 먹는다고 합니다.

또 한 녀석은 집에서만 지낸다고 합니다.

또 한 녀석은 기둥을 잘 타고 올라간다 합니다.

또 한 녀석은 아주 작다고 합니다.

또 한 녀석은 너무 느리다고 합니다.

모두 여섯마리..

이름을 붙였는데 생각할 때마다 이름이 달라집니다.

"선생님. .이름 못 외우겠어요.

두 마리는 놔 줘야 되겠어요"

"이름 써서 붙여 놓으면 되지.."

"전 글씨 못 쓰는데요?"

"엄마에게 써 달라고 하면 되지.."

"그런데. .저 못 읽는 글씨 있는데요?"

"그럼.. 엄마에게 읽어 달라고 하면 되지.."

"그래도 어려워요.. 두 마리 놔 줄래요"

"그래? 그럼 하나만 물어 볼께.."

"예.. 물어 보세요"

"질경이반이 몇명이지?"

"스물 다섯명이요"

"달팽이는?"

"여섯명이요"

"여섯마리라고 하는거야.."

"아.. 여섯마리요"

"어떤게 더 많아?"

"질경이반이요"

"그런데 선생님은 스물다섯명 이름을 다 외우지?"

"네"

"만약에 선생님이 질경이반 아이들 이름을 다 못 외워서

너희들 중에서 열 명은 다른 반에 가라..그러면 그 친구들.. 기분이 어떻겠어?"

"슬퍼요.."

"그렇겠지? 달팽이도 그럴지도 몰라.."

"그런데.. 선생님은 어떻게 스물 다섯명 이름을 다 외워요?"

"외우는 방법이 있지.. 어떤 방법이냐면.. 아침마다 인사하며 이름을 부르지.. 이름을 모르겠거든 그 녀석의 가방이나 옷에 써 있는 이름표를 보지.. 그렇게 매일 매일 인사하다 보면 이름을 모두 외울 수 있어.. 너도 매일 매일 한 번씩 인사하며 이름을 부르면 여섯마리 달팽이 이름을 모두 외울 수 있을꺼야.."

"아..그러면 되겠네요.. 이름부르기..."

"그래.. 매일 매일 불러줘야 달팽이도 네가 달팽이 아빠인것을 안단다.."

"달팽이 아빠요?"

"그래. .달팽이 아빠.. 선생님은 흰둥이, 하늘이, 찐득이, 푹신이 아빠이고 너는 달팽이 아빠이지.."

"헤헤헤..."

또 한 녀석에게 전화가 옵니다.

"선생님. .저.. 달팽이 키워요"

"달팽이?"

"네... 한 마리인데요...이름은 귀염둥이에요.."

"귀염둥이라.. 이름처럼 귀엽겠는걸?"

"네.. 헤헤.."

옥길동에는 달팽이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느릿느릿 걸어가는 달팽이를 만나면

가방속에 몰래 몰래 숨겨 갔다가

엄마 몰래 달팽이 아빠가 됩니다.

아빠 몰래 달팽이 엄마가 됩니다.

"그런데. .있잖아... "

"뭐요?"

"전에 키우던 도마뱀있지? 징글이.."

"아.. 징글이요?"

"그래. .징글이.. 우리가 키우다가 다시 놓아주었지?"

"네.."

"왜 놓아 주었지?"

"엄마, 아빠를 보고 싶어 할까봐요.."

"맞아.. 그런데. .달팽이도 엄마, 아빠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음..."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사람들이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마음대로 키워서도 안 되지..우리와 똑 같은 생명이거든.. 그리고. .어떠한 생명이든 자기가 살던 곳을 제일 좋아하지.... 너희들도 엄마, 아빠와 헤어진다면 아무리 좋은 곳에 가 있어도 하나도 즐겁지 않을꺼야..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 알았지?"

"네..."

아이들은 생명을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생명을 소중히 여깁니다.

좋아하는 것과 소중히 여기는 것...

같으면서도 많이 다릅니다.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하나 하나 배워가는 삶이 아름다운 삶입니다.

달팽이 처럼 느릿느릿 배우더라도

한 번 한 번 또 한 번 걸을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달팽이의 모습은

아무리 느려도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달팽이에게 배웁니다.

오늘의 선생님은 달팽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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