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무지개 떴어요!"
"정말? 잠깐만..."
수화기를 내려 놓고 달려 나갑니다.
저번에 무지개 전화를 받았을 때는
늦장을 부려 못 봤지만 오늘은 꼭 봐야지..
신발도 신지 않고 뒤뚱 뒤뚱 달려 나갔는데
무지개 무지개 어디 숨었나..
보이질 않습니다..
"정민아.. 무지개 없는데?"
"어-어.. 나는 보이는데..."
"정말? 다시 기다려 봐..."
역시나 역시나 무지개는 없습니다.
"무지개 없어.."
"어-어.. 여기는 아직도 있는데.."
"그럼.. 정민아.. 무지개 타고 선생님에게 와라..
무지개 다리 꼭 붙들고....."
"어-어.. 무지개를 어떻게 타요? "
"그런가? 아.. 정말 슬프다!"
전화를 끊고 한숨을 두 숨으로 나누는데
"선생님.. 무지개 봤어요?"
창근이 전화 입니다..
"아니? 정민이 전화받고 달려 나갔는데..
못 봤다.."
"정말요? "
"그래..그런데.. 선생님 지금 꿈 꾸는것 같다?"
"왜요?"
"저번에 무지개가 떴을 때도 정민이가 먼저 전화했거든.
그리고.. 그 다음 창근이가 전화하고...
뛰어 나갔는데 또 무지개가 없는거야..
전에 있었던 일이 똑 같이 일어나잖아?
꿈을 꾸는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 너무 똑같잖아?"
" 또 정민이가 저보다 먼저 전화했어요?"
"응"
"괜찮아요.. 선생님.. 제가 사진 찍어 놨어요"
"그래? 잘 되었네? 사진 나오면 꼭 보여줘"
"알았어요"
무지개를 보면 소원을 빌어야 된다고
창근이는 말합니다.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창근이는 소원이 이루어졌다 합니다.
창근이의 소원은 무지개를 또 보는 것이라 합니다.
선생님도 무지개를 보면 소원을 빌고 싶습니다.
창근이가 사는 하안동과
정민이가 사는 철산동과
우리네 아이들이 사는 성냥갑 아파트와
선생님이 사는 옥길동이
무지개 다리로 이어져서
전화 하지 않고 무지개 타고 언제든지 올 수 있도록..
옥길동 키 작은 산은
햇님먹고 트름을 하는지
옥길동 마당을 빨갛게 물들이고
무지개 무지개 야속한 무지개
풍선처럼 부풀어서 뻥 터졌는지
빨간색 하늘색만 남겨놓고
희망이 두 눈을 빨갛게 물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