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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지민이와 고구마


까만 얼굴들 사이로 하얀 얼굴 하나

지민이가 왔습니다.

"선생님..지민이 왔어요!!"

하얀 태권도복을 입고

하얀 얼굴로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새하얗게 웃는 지민이..

"지민아!!"

호주머니에 집어 넣듯

두 팔로 가슴에 넣습니다.

덩달아 함께 안기는 녀석들

현관문이 아수라장입니다.

"잠깐만..잠깐만.. 동생들이 못 들어온다"

5살 꽃다지반 녀석들

계단 밑에서 동그란 입을 헤-

'무슨일이지?'

동그랗게 앉습니다.

"얘들아.. 반가운 친구가 왔다.. 지민이..

드디어 발가락 친구가 나타났구나.."

친구들이 박수를 보냅니다.

그칠 줄 모르는 박수에

아이들의 성화에

지민이 커다란 두 눈이

행복탕에 풍덩-

느낌나누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지민이가 왔으니 지민이랑 짝 할 친구!!"

한 손이 모자라 두 손까지 까치손까지 드는 녀석들..

"너무 많군.. 지민아.. 지민이가 짝을 골라야겠다"

고민에 고민을 더하는 지민이

"팔 아프다.. 빨리 정해라.."

팔들이 쭉 쭉 늘어납니다.

"제영이요"

제영이 한 입이 두 입, 세 입 벌어집니다.

한 녀석은 아빠다리

한 녀석은 벌린다리

두 몸을 꼭 껴 안고

머리를 맞대고 눈을 감습니다. 마음을 엽니다.

숲 길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친구와 한 몸, 한 마음이 됩니다.

머리가 아프다는 성원이..

지원이 다리를 베고 눕습니다.

떠들썩하게 성원이를 사랑하는 지원이

성원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오늘은 슬픈 기분 하은이, 수민이

두 손을 맞대고 마음을 마주 댑니다.

햇볕 누운 창가에 선생님 모둠 다리 앉아

질경이반 녀석들 모여드는 마음에

행복한 아침을 맞습니다.

오늘은 고구마를 심는 날입니다.

커다란 물통을 낑낑 들고

고구마 밭 비탈길을 오릅니다.

"우와.. 선생님 힘 쎄다"

"이놈아. .힘 안 쎄도 좋으니까 거들어라.."

울퉁 불퉁 고구마

올록 볼록 고구마 밭입니다.

"고구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물이요!!"

"맞았다.. 질경이반 힘센 친구들은 고구마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가져다 준다.. 저 밑 수돗가에서.."

" 좋아요..."

두 녀석에 물통 하나씩..

어른이 들어도 큼지막한 물통

조그마한 녀석들이 업고 갑니다.

땀방울 방울 물통에 모여

커다란 물통에 고구마 밥이 가득입니다.

"자..고구마를 심을 때는 말야.."

호미로 땅을 파고 밥을 주고

고구마를 정성껏 눕힌 다음

흙을 곱게 덮고 사랑으로 토닥 토닥한 다음

다시금 맛있는 밥을 줍니다.

"선생님.. 고구마를 왜 세우면 안되요?

꽃은 서 있잖아요.."

"너희들은 얘기때도 걸어 다녔니?"

"아뇨?"

"고구마도 얘기때는 누워 있어야 한다..

밥을 먹고 힘이 나면 저절로 일어 선다.."

"고구마는 다리가 없잖아요.. 어떻게 일어서요?"

'다리보다 튼튼한 뿌리가 있잖아.. 뿌리가 다리다.."

"그럼.. 뿌리로 걸어 다녀요?"

"아니? 고구마는 걸어 다닐 필요가 없지.. 가만히 있으면서 뿌리로 친구들을 부르지.. "

"친구가 있어도 만날 수 없잖아요. .가만히 있으니까.."

"아니? 움직이지 않고도 서로 만나게 해 주는 것이 고마운 땅이란다.. 땅에 뿌리가 있다는 것은 서로 통한다는 것이지.. 그리고 정말 정말 움직이고 싶으면 줄기를 타고

움직이지..그래서 고구마 줄기는 계속 길어지는 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이 놈아.. 너는 고구마는 언제 심을꺼냐?

고구마를 입으로 심냐? 쫑알쫑알 말만 하고.."

"하면 되잖아요.."

대단한 풍경입니다.

아이들이 휙- 지나가고 나면

잡초밭이 벌거숭이가 되고

아이들이 휭- 지나가고 나면

벌거숭이 밭에 고구마 줄기가 가득합니다.

십시일반 아니 십시백반입니다.

"역시.. 아기스포츠단은 위대해!!"

통일반 선생님이 한바탕 놀라십니다.

다섯살 꽃다지반 녀석들

풀을 뽑을 때도 커다란 옥수수를 쑥 뽑더니만

고구마를 심어 놓는 족 족

쑥 쑥 뽑아 냅니다.

"아니.. 이녀석들아. .심어 놓은 고구마는 왜 뽑냐?"

꽃다지반 녀석들..

아직도 풀을 뽑는 줄 아나 봅니다.

검붉은 흙땅에 선 아이들

창호지에 스며드는 빗물처럼

바지단에서 얼굴까지

흙빛이 듭니다.

"이놈들아.. 고구마를 심으랬지.. 너희들을 심으랬냐?

옷들이 왜들 그러냐? 땅이랑 씨름하러 왔냐?"

올 여름

또 다시 만날 괴물 고구마를 위해

아이들은 비탈길을 오릅니다.

: 너무나도 정성껏 심어서인지 아이들이 가꾼 고구마

호박만한 수박만한 고구마가 된 적이 있었지요..

고구마를 캐던 아이들.. 엉덩이를 콩 찍으며

"선생님. .괴물이에요.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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