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문을 열고 고개를 내밉니다.
뿌연 하늘에 달님이 어디론가 숨었습니다.
다행입니다.
달밤에 체조는 아니니까..
불을 켭니다.
아이들이 뛰 놀던 마루위에
맨날로 섰습니다.
쿵쾅 쿵쾅.. 음악이 나옵니다.
어깨춤을 추며
콩닥 콩닥 뛰어 봅니다.
아빠랑 야영에서
율동체조를 하다가
다음동작을 잊어 버렸습니다.
어디다 버렸지?
한참이나 찾아 헤메다가
기억 저편에서 겨우 찾아 옵니다.
왜 이러지?
요즘 들어 잘 잊어 버립니다.
남의 체조도 아니고
스스로 만든 체조를 잊어 버리다니..
끌 끌.. 기가 막힙니다.
흥얼 흥얼 노래가락에 맞추어
몸을 움직입니다.
내일은 잊어 버려서는 안되지..
내일은 몸놀이 참여수업이 있습니다.
잠을 자면서도 줄 줄 외우는 동작을
폴짝 뛰고나면 잊어 버리는 통에
골백번도 더한 체조에
한 번을 더하는 중입니다.
"이런걸 해야해요?"
율동체조를 해야 한다는 말에
엉덩이를 돌리고 따꿍 따꿍 뛰는
아기자기한 작은 몸짓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 모릅니다.
ymca 병아리 선생님이 되었을 때 일입니다.
춤이라고는 엉덩이 한 번 흔들어 본 적 없는 몸
기합이나 넣고 세차게 발차기나 하던 몸
어린이 율동체조를 하려하니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표정 따로 입니다.
'어찌한다?'
난감합니다.
아이들 앞에서 하는 것도 쑥쓰러운데
엄마들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어 대야 한다니...
'내가 괜히 유치원 선생님 한다고 했다보다'
밤 잠을 못 이룬 병아리 시절입니다.
'안되겠다.. 도저히 못 따라하겠다..'
식초 병를 던져 버립니다.
혹시나 혹시나 뼈 마디가 살 살 녹아서
문어 다리처럼 사뿐 사뿐 해질까
보름이나 마시던 식초입니다.
무용과를 나온 선생님의 동작을
태권도를 20년이나 배운
뼈 마디 딱딱한 남자가 따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꿈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체조를 만들어야 하겠다'
그래서 만들기 시작한 체조가
이제는 무려 스무가지가 넘습니다.
몸놀이 선생님이 되신 새내기 선생님
무용과도 아니고 체육과도 아니고
수학과를 나오신 별꽃반 선생님
참여수업을 앞 두고 체조를 배웁니다.
"팔은 이렇게 흔들고 고개는 더 재끼고.."
체조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에
스스로 놀랍니다.
내일은 참여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환하게 켜진 질경이반 교실에서
띵가 띵가 음악소리에 맞추어
엉덩이도 흔들고 소리도 지르고
흥에 겨워 몸에 겨워 졸음에 겨워
땀방울에 송이 송이 열매을 달며
체조연습을 합니다.
참여수업 때 찍은 비디오를 봅니다.
커다란 선생님 조그마한 꼬맹이들 앞에서
씰룩 씰룩 체조하는 모습은
언제봐도 완벽한 어색함입니다.
'그래도 상관없다..'
아이들은 선생님 얼굴 바라보고
선생님은 아이들 웃음만 보면서
흥에 겨워 흥을 나누는 시간이
선생님으로서는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창문을 힘껏 엽니다.
달아.. 달아 .. 밝은 달아..
달아.. 달아.. 부끄럼에 숨은 달아..
달밤에 체조하는 선생님..
펑퍼짐한 엉덩이를
모이쪼듯 쪼아주렴..
공을 차듯 뻥 - 차 주렴..
깡총 깡총 뒤뚱 뒤뚱
맑고 맑은 꼬맹이들 얼굴속에
퐁당 퐁당 빠지도록..
첨벙 첨벙 빠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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