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화장실에요.."
꽃다지반 선생님입니다.
"어떤 녀석이 똥을 싸고 여기저기 똥을 묻혀 놨어요.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아이들 손 닦는 수건으로
뒤를 닦은 뒤 휙 던져두고 갔지 뭐에요? 제가 그거
치우느라 진땀을 뺏어요"
"어떤 녀석이 그랬지?"
물청소로 깨끗해진 화장실을 보면서
지난 시간을 상상해 봅니다.
'그놈 참.. '
작년 여름
어떤 녀석이 수돗가에서 열심히 손을 닦고 있었습니다.
"뭐하니?"
"손 닦아요"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고 나오는데
여전히 손을 닦고 있습니다.
"아직도 손 닦니?"
"네"
사무실에 들러 준비물을 챙기고 다시 교실로 가는데
아직도 그 녀석 손을 닦고 있습니다.
"아직도 손 닦니?"
"네.."
"그녀석.. 손이 닳아 없어지겠다.."
스쳐 지나는데 그 녀석 손에 물컹한 것이 보입니다.
"그게 뭐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가만히 다가서니 손을 뒤로 감춥니다.
"보여 봐.."
뒤로 돌아간 손을 살그머니 잡으니
물컹한 똥이 만져집니다.
"이 녀석.."
실수로 옷에다 똥을 쌌는데
누가 보면 어떻하나 걱정이 되었는지
손을 바지속에 넣었다 빼고 씻고
손을 바지속에 넣었다 빼고 씻고 하면서
똥을 없애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오래 걸린다.. 선생님이 도와줄께..."
녀석을 데리고 샤워실로 갑니다.
바지를 벗기니 온천지에 똥입니다.
덕지 덕지 달라붙은 똥을 손으로 떼어내며
녀석의 엉덩이를 찰싹 때립니다.
"이 녀석아.. 선생님에게 얘기하지 그랬냐..
어쨌든 수고했다.. 똥 씻느라고..
다음부터는 선생님에게 꼭 얘기해라.."
"저.. 똥 안 쌌어요.."
"그래.. 너 똥 안쌌다.. 선생님도 못 봤다..
옷에 더러운 것이 묻어서 씻어주는 것 뿐이다..
그렇지?"
"네..."
얼굴이 빨개진 녀석을 바라보며
찰싹 손자국이 난 엉덩이를 바라보며
피식 웃던 기억...
점심시간입니다.
오늘 도시락 반찬을 싸 온 녀석은
선생님 곁에서 식사를 합니다.
아이들은 반찬 당번이 되는 날만 기다립니다.
반찬은 엄마가 만들지만
유세는 아들이, 딸이 합니다.
"선생님.. 어디서 똥 냄새나요"
"똥냄새?"
가만히 냄새를 맡아보니 가까운 곳에서 납니다.
옆에 앉은 녀석 얼굴을 멀끄럼히 쳐다 봅니다.
엉덩이를 가만히 바라보니 바지위로 고개 내민 팬티가
똥 투성입니다.
"얘들아, 잠깐만 기다려라..
선생님이 안 가져온게 있다.."
점심준비를 하는 녀석들을 실습선생님에게 맡기고
녀석을 샤워실로 데려갑니다.
바지를 내려보니 낮익은 똥이 천지입니다.
"너.. 이 녀석.. 아까 수건으로 똥 닦은 녀석이 너냐?"
"네.."
"이 녀석아.. 꽃다지반 선생님이 화장실 청소하느라고
얼마나 힘드셨는지 아냐? 옷 다 벗어라.. 선생님이 다른 옷 가져올께.."
똥으로 범벅이 된 팬티를 손으로 구겨 빨며
한마디 던집니다.
"이 녀석아.. 이런 걸 어떻게 입고 앉아 있었냐?
기분이 참 안 좋았을텐데.. 선생님은 이런거 입고
절대 앉아 있지 못하는데 너 참 수고했다.. "
알몸으로 피식- 웃는 녀석에게 물을 뿌려 줍니다.
"자.. 이거 입어라.. 맞을지 모르겠네.."
옷을 갈아입고 꽃다지반 선생님을 찾아 갑니다.
꽃다지반 문 앞에서 한마디 거들어 줍니다.
"네 녀석때문에 선생님이 청소하셨다..
그러니까 죄송하다고 얘기해야겠지? 할 수 있지?"
"네.."
선생님께 사과하고 돌아서는 녀석의 눈에
눈물 한 방울이 걸려 있습니다.
"잘 했다.. 이 녀석.. 가자.. 밥 먹으러.."
반찬을 나누어 주는 녀석은 신이 났습니다.
엄마가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친구들에게 선전하느라 난리입니다.
"선생님.. 제 왜 옷이 바뀌었어요?"
"응? 응.. 옷이 더러워서 갈아입었다.."
"그래요?"
피식 웃는 녀석..
그래.. 네 녀석도 경험이 있지?
알면서도 모른 체 하는 녀석...
알면서도 모른 체 하는 선생님..
7살쯤 되면 옷에 오줌을 싸고 똥을 싸는 것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일입니다.
더욱이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탈이 난 녀석들은 전전긍긍합니다.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숨겨줘야 할 것과 들어내줘야 할 것을 알게 됩니다.
친구들 속에 묻혀 있는 녀석들은
선생님의 손으로 살짝 위로 올려주고
허둥 지둥 사과처럼 빨간 녀석들은
선생님의 손으로 살짝 숨겨 줘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은 허물은 드러내고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유치원 선생님만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비가 옵니다..
내일은 갯벌로 아빠랑 야영을 가는데..
소중한 기억에
빗줄기 같은 한 줄 소중함이 더해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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