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입니다.
오랫만의 일요일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일요일이지만
심술나면 한 달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일요일입니다.
오늘은 나를 위해 수염을 깎습니다.
아이들이 올 때면
까칠한 수염
따가워 도망가는 녀석들에게 미안해서라지만
오늘은 나를 위해 수염을 깎습니다.
청소를 합니다.
어지러운 책상위에서
헝클어진 침대까지
바구니에 가득 담긴 빨래
세탁기에 맡깁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작아서라기 보다는- 세탁기
많아서입니다.- 빨래
주방으로 갑니다.
지난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 설겆이
내가 하면
누구인가는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찾아서
오늘해도 내일해도 상관없는 일들을 찾아서
매일 매일 일상적으로 되풀이 되는 일들을 찾아서
그 속에 감추어진 새로움을 찾아 냅니다.
그 속에 감추어진 행복을 찾아 냅니다.
일상이 즐겁다면 삶이 즐겁습니다.
하루의 절반을 삼키는 일상속에
살아있는 삶이 있습니다.
새로움에 목마른 사람일수록
매일 매일 되풀이 되는 설겆이 속에서
매일 매일 되풀이 되는 청소 속에서
매일 매일 되풀이 되는 일과 속에서
새롭게 터져나는 기쁨을 찾아 내야 합니다.
빨래를 널고 베란다에 앉습니다.
노란의자 꺼내놓고 베란다에 앉습니다.
한나절 뜨거운 햇볕아래
솔 솔 나부끼는 바램사이
시나브로 젖음이 마름되듯
흘러가는 하루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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