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습니다.
새벽입니다.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가장 시끄럽고 부산스러운 녀석들은
새들입니다.
매일 매일 이사를 다니는 녀석들처럼
분주한 모습입니다.
새들이 나무들을 깨웁니다.
현관문에 쪼그리고 앉아
아침을 준비하는 새벽을 봅니다.
아침이 오는 모습을 봅니다.
하늘이 열립니다.
하품이 납니다.
오늘은 5살, 6살녀석들의 참여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한낮의 태양은 무척이나 뜨겁습니다.
하늘을 바라보기에 너무나도 뜨겁습니다.
앞을 보고 가는 시간입니다.
뜨거운 하늘입니다.
참여수업이 끝이 났습니다.
베란다에 노란 의자를 꺼내놓고
옥길동 산 그림자를 바라봅니다.
문뜩 새벽의 모습을 봅니다.
밝음을 준비하는 새벽이 있듯이
어두움을 준비하는 무엇이 있어야 할텐데
무엇이지?
옆쪽 창가에
쪼그려 앉아 오징어를 먹고 있는
민들레반 선생님이 있습니다.
"선생님!"
"네?"
"해가 뜨기 전을 새벽이라고 하잖아?"
"네"
"그럼..해 지기 전을 뭐라고 해?"
"글쎄요?"
궁금합니다.
방으로 뛰어 갑니다.
국어 사전을 찾습니다.
새벽..새벽..새벽..
새벽과 비슷한 말은 있어도 반대되는 말은 없습니다.
어둠을 준비하는 것은
밝음을 준비하는 것과 반대가 아닌가?
저녁.. 저녁..저녁..
그렇다면 새벽과 저녁이 반댓말?
아.. 그런데 초저녁이란 말도 있습니다..
몽롱합니다.
총무님을 만났습니다.
"총무님!"
"응?"
"새벽과 반대되는 말이 뭐에요?"
"음..저물녘?"
"저물녘이요?"
저물녘에서 물을 빼면 저녁이 되나?
저물녘..저물녘... 사전을 찾습니다.
해가 저무는 저녁 무렵..
아리송합니다.
생협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선생님.. 해뜨기 전과 해 지기 전을 뭐라고 해?"
"음.... 여명과 황혼..."
"여명? 황혼?"
여명...여명...
희미하게 날이 밝을 무렵..
황혼..황혼..
해가 막 져서 어둑어둑한 상태..
사전을 덮습니다.
새벽.. 아침.. 점심.. 낮.. 저녁.. 초저녁.. 밤..
하루를 나눈 이름입니다.
또 다른 이름도 있을 것입니다.
연습장에 나란히 적어 봅니다.
하나씩 하나씩
이름을 들여다 볼 때마다
오늘 하루가 그려집니다.
하루가
다섯조각으로 여섯조각으로
나누어 진 것이 아니라
다섯조각이 여섯조각이 만나
하루가 된 것입니다.
새벽에 하품하고
아침에 청소하고 참여수업하고
점심에는 점심밥을 먹고 또 청소하고
낮에는 또 열심히 참여수업하고
초저녁에는 노란의자에 앉아 산 그림자를 보고
저녁에는 저녁밥을 먹고 회의를 하고
밤에는 컴퓨터 앞에서 하루를 되짚습니다.
그리고 깊은 밤에는 잠을 잘 것입니다.
오늘 하루입니다.
재미있습니다.
새벽이 오지 않을때는 없습니다.
아침은 반드시 새벽을 모아 만듭니다.
오전의 기다림은 한 낮의 뜨거움을 낳습니다.
낮은 저녁을 준비하고 저녁은 어두운 밤을 맞습니다.
밤은 고요함 속에 또 다시 새벽을 준비합니다.
'자연스럽다'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내게 소중한 하루를 모아
빙그레 웃을 수 있는 하루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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