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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대머리 선생님


"뭐에요? 누구 허락 맞고 한거에요?"

무슨 소리냐구요?

질경이반 녀석들이 선생님을 야단치는 소리입니다.

어제 저녁

몇 달째 길러 오던 머리를

싹둑 싹둑

너무도 단정하게 스포츠 머리로

싹둑 싹둑

허전하지만 머리 감기에는 너무나도 편했는데

"선생님.. 안녕하.. 어? 얘들아.. 선생님 대머리 됐다!!"

아침부터 회관에 파도가 칩니다.

순식간에 장터에 팔려 나온 돼지 머리 신세가 되었습니다.

5살 꽃다지반 녀석들마져

'달봉이가 대머리가 되었다'고 소리치고 뛰어 다닙니다.

교실 의자에 앉습니다.

아이들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기회를 기다려 온 녀석들이 의자에 앉자마자 쏘아붙입니다.

"누구 허락 맞고 머리를 자른 거에요?"

"나.. 머리 자르지 않았어.. 이것 봐.. 머리 그대로 있잖아?"

허전한 농담입니다.

"그게 뭐에요? 대머리 같이.."

"에이.. 그렇게 자르면 뭐 멋있을 줄 알구..."

순식간에 구호가 되어 외칩니다.

"길러라.. 길러라... 길러라..."

"그래도 예쁘지 않니? 잘 보면 예쁠텐데..."

"길러라..길러라..길러라.."

도대체 지금 당장 머리를 어떻게 기르라는 것인지

수그러들 기세가 아닙니다.

"자.. 얘들아.. 눈 감자.. 눈 뜨는 녀석은 오늘 자유놀이 없다!"

조용해진 틈을 타서 한 숨을 쉽니다.

"내 머리 내 마음대로 자르는데.. 뭐!!"

"뭐라구요? 길러라.. 길러라.."

궁시렁 궁시렁 혼잣말도 놓치지 않습니다.

"왜 잘랐어요?"

"으..응... 그게.. 어저께 길을 걸어 가는데 예쁜 아가씨가 '어머.. 머리를 자르면 여자친구가 생기겠네요' 그러잖아.. 그래서.. 잘랐지..뭐...."

궁색한 변명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발을 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분인데

이발에 대한 평은 하루를 꼬빡 채웁니다.

머리에 곱게 찔러 놓던

어울리지 않던 선생님의 머리띠가 그립다고 합니다.

부시시한 얼굴에

도깨비 머리가 보고 싶다고 합니다.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하지만

만나는 녀석들마다 귀를 막고 피해 다니지만

녀석들은 모를 것입니다.

녀석들의 야단이 선생님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지..

오늘은 아이들이 세운 벌로 손을 들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잘랐다는 이유였지만

선생님을 너무도 사랑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선생님.. 머리 왜 자르셨어요?"

늦은 저녁

함께 있는 선생님의 질문에 빙그레 웃어 봅니다.

달봉이 마냥 그칠 줄 모르는 웃음입니다.

오늘은 정말 달봉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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