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하는 우경이
여덟 살!
우경이는 여덟 살입니다.
서른 네 살!
달봉이 선생님은 서른 네 살입니다.
우경이가 일곱 살 때 달봉이 선생님은 서른 세 살이었습니다.
우경이가 일곱 살 때 달봉이 선생님은 우경이의 담임 선생님이었습니다.
달봉이는 일곱 살 때 우경이가 붙여 준 별명입니다.
우경이는 여덟살이 되면서 초등학생이 되었지만
달봉이 선생님은 여전히 일곱 살 담임 선생님입니다.
다른 친구들은 집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지만
우경이는 유치원에 있는 대안학교에 다닙니다.
우경이도 선생님도 나이를 먹었지만
우경이만 나이를 먹은 것처럼 우경이만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달봉이 선생님은 여전히 일곱 살 담임선생님입니다.
봄이 되면 개나리가 다시 피듯이 새로운 동생들이 왔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동생들이 인사를 하는 모습이 초등학생이 된 우경이 눈에는 못마땅합니다.
동생들 어깨를 툭툭 치며 현관으로 들어섭니다.
"이 녀석아! 차례차례 들어와야지"
달봉이 선생님의 동그란 웃음이 보입니다.
"내 맘이지!"
"어? 이 녀석이... 선생님에게 반말을 하네?"
"반말하면 어때? 이제는 선생님도 아닌데 뭐!"
"이 녀석아! 선생님이 왜 선생님이 아냐?"
"이제는 우리 선생님이 아니니까 선생님이 아니지. 비켜! 들어가게!"
심통 맞게 들어서는 우경이입니다.
저 녀석이 왜 저러지? 안 하던 반말을 다하고?'
달봉이 선생님 눈에는 우경이가 이상해 보입니다.
그때부터 우경이는 달봉이 선생님에게 계속 반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체육시간입니다.
유치원 때는 체육시간이 매일 있었는데, 초등학생이 되고 나니
체육시간이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없습니다.
달봉이 선생님이 우경이의 체육 선생님이 되셨습니다.
"자! 우리 신나는 체조부터 해 볼까?"
"치~ 나는 체조하기 싫어!"
"우경아! 수업 시간에 반말하면 안 되지?"
"내 맘이야!"
'저 녀석이...'
다른 아이들이 우경이를 쳐다봅니다. 우경이가 반말하는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이대로 두었다가는 다른 아이들도 달봉이 선생님에게 반말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경아! 선생님에게는 반말을 하면 안 되지요? 그리고, 지금은 수업시간이잖아요. 그러니까 더더욱 반말하면 안 되는거에요."
달봉이 선생님이 우경이에게 존댓말을 합니다. 마치 존댓말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 가르쳐 주는 것처럼.
"내 맘이라니까!"
우경이는 더욱 큰 소리로 반말을 합니다.
"선생님에게 반말하는 녀석하고는 수업을 함께 할 수 없어요. 존댓말을 하든지, 교실에서 나가든지 우경이가 선택하세요. 자! 어떻게 하겠어요?"
"나갈래!"
우경이가 교실 문을 꽝 닫고 나가버립니다. 문 소리에 달봉이 선생님의 가슴이 땅까지 내려갔다 올라갑니다. 아이들이 웅성거립니다. 우경이의 행동에 모두들 놀란 모양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놀란 사람은 역시 달봉이 선생님입니다.
"너희들은 잠깐만 기다려라!"
달봉이 선생님이 우경이를 쫓아 갑니다. 우경이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습니다.
"너 잠깐 이리와 봐라!"
달봉이 선생님의 목소리가 떨립니다.
"왜! 나가라면서!"
우경이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달봉이 선생님의 가슴은 떨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가면 어떻게 하니? 친구들도 다 보고 있는데"
"나는 나가라고 해서 나간 것 뿐이야."
"너 이 녀석. 안되겠다. 너희 담임 선생님에게 얘기해야 되겠다."
"얘기 하든지 말든지"
우경이의 손을 이끌고 담임 선생님에게 갑니다. 우경이의 담임 선생님은 1학년 교실에서 다음 수업을 준비하고 계시는 중입니다.
"선생님! 우경이가 수업 시간에 선생님에게 계속 반말을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우경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멀리 창 밖만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냥 세워 놓으세요."
"세워 놓으라구요? 교실에요?"
"예! 그렇게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교실에 세워 놓도록 하지요. 너도 잘 들었지? 이 녀석아!"
온 몸에 있는 심술이 얼굴로 다 모인 우경이입니다. 담임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면 달라질까 했는데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체육수업을 합니다.
음악에 맞추어 율동체조도 하고 매트위에서 구르기도 하고.
우경이는 교실 앞에 가만히 서 있습니다.
달봉이 선생님은 우경이를 힐끔 힐끔 보면서 수업을 합니다.
선생님의 머리 속에는 우경이만 가득합니다.
체육수업이 끝났습니다.
아이들이 인사를 합니다.
"우경이는 잠깐 남아라!"
"왜! 수업 끝났잖아!"
달봉이 선생님이 우경이 앞에 작은 의자를 가져다 앉습니다.
"선생님이 할 말이 있어."
친구들이 교실을 나서다 말고 우경이를 쳐다봅니다.
"무슨 말인데! 나도 가야 한단 말이야"
달봉이 선생님이 우경이의 손목을 잡습니다.
"우경이가 선생님에게 왜 반말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까 그 얘기를 해 주기 전에는 나갈 수 없어. 알겠니?"
"싫어! 싫다니까! 나 갈꺼야. 이거놔. 이거놓으라구!"
우경이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손목을 잡아 당깁니다. 달봉이 선생님의 손에 힘이 더해집니다. 우경이가 힘을 쓸수록 선생님의 가슴이 저려옵니다.
"이야기만 해 주면 갈 수 있다니까. 왜 그러는지, 왜 반말을 하는지"
"싫어! 싫다구!"
정말 이야기하기가 싫은 모양입니다. 두 눈에 눈물이 흐르고 소리를 질러댑니다.
선생님은 어쩔 줄 몰라 손목에만 매달립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데려가서 잘 이야기하겠습니다."
우경이 담임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우경이를 데리고 갑니다.
울면서 교실을 나서는 우경이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달봉이 선생님은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게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습니다.
우경이 담임 선생님께서 들어오십니다.
"선생님께서 우경이 마음을 너무 많이 빼앗아 가셨어요"
"예? 그게 무슨 말이세요?"
우경이 담임 선생님의 말에 달봉이 선생님은 영문을 모릅니다.
"우경이 어머님하고 상담을 하였는데요..선생님이 우경이 마음을 너무 많이 빼앗아 가셨다구요"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자세히 좀 말씀 해 주세요, 네?"
"아시게 되실 꺼 에요."
그날 밤 달봉이 선생님은 까만 밤을 하얗게 지세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우경이는 체육시간이면 교실 앞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
달봉이 선생님도 더 이상 반말하는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마음은 항상 우경이만 바라보았습니다.
몇 달이 지났습니다.
5월 5일. 어린이날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아이들의 엄마, 아빠, 선생님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즐거운 놀이잔치가 벌어졌습니다.
방울 방울 기쁨 가득한 땀방울을 만들며
점심시간을 맞습니다.
우경이도 선생님도 즐거운 어린이날입니다.
우경이 어머님께서 도시락을 들고 오십니다.
"선생님! 제가 도시락을 준비했는데 맛있을지 모르겠네요"
"담임 선생님도 계신데 저까지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우경이의 마음이에요"
"예? 우경이의 마음이요?"
"예"
도시락을 건네시는 어머님의 표정에 무엇인가가 숨어 있습니다.
"저희 우경이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아니, 뭐..."
빙그레 웃으시는 웃음 뒤로 어머님의 말씀이 이어집니다.
"저도 우경이가 선생님에게 반말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답니다. 선생님은 그 이유를 모르시죠?"
"아니 그걸 어떻게..."
선생님이 마른침을 삼킵니다.
"선생님도 알다시피 우경이가 일곱 살 때 선생님을 어지간히 좋아했어야지요.
장난꾸러기도 그런 장난꾸러기는 없지만 그래도 선생님 생각하는 마음은 아마도 일곱 살 반에서 제일이었을 꺼에요. 그런데, 이 녀석이 여덟살이 되고나서는 걱정을 많이 하더라구요. 이제는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선생님을 친구처럼 그렇게 좋아하던 녀석이라..."
"친구처럼이요?"
"예, 친구처럼이요. 제가 선생님에게 반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경이에게 물었어요. 네가 좋아하는 선생님인데 그렇게 반말하면 되겠냐구요. 그랬더니 이 녀석이 대뜸 그러더라구요. 존댓말하면 이제는 친구처럼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이제는 동생들 선생님이 되어서 그렇다고 하면서 그래서 친구같은 선생님을 잃기 싫어서 반말을 하는거라고 말이죠. 절대로 존댓말하지 않을것이라고 말이죠"
들녘의 허수아버 마냥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선생님이었습니다.
나무토막처럼 움직일 수 없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우경이 어머님이 주신 도시락을 손에 들고 멍하니 도시락만 쳐다보는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랬구나! 그랬구나 이 녀석. 네가 그런 줄도 모르고...'
선생님의 가슴에서 펑펑 눈물이 쏟아집니다.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우경이의 마음을 몰라 준 바보 같은 선생님의 눈물입니다. 흘려도 흘려도 모자란 눈물입니다.
체육시간입니다.
우경이가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방울 방울 행복한 땀방울이 체육실 가득히 쏟아집니다.
"우경아! 체육 재미있지?"
"응! 재미있어!"
"이놈이! 아직도 반말을 하네?"
"히히히"
도망가는 우경이
쫓아가는 달봉이 선생님
우경이의 얼굴에
달봉이 선생님의 얼굴에
커다란 사랑이 대롱대롱 메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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