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옵니다.
만득이 아홉번째 이야기- 방학귀신 편.
아홉번째 손님이 들어옵니다. 아홉번째 손님은 귀여운 꼬마입니다.
"어떻게 왔니?"
"안녕하세요.. 만득이 형이죠?"
"그래.. 몇살이니?'
"일곱살이에요"
"귀여운 얼굴에 왜 슬픔이 가득하지?"
"제 몸이 자꾸 뚱뚱해져서요.."
"몸이?"
"예..."
"어디... "
꼬마의 눈을 들여다 봅니다. 눈동자에 빨간 무엇인가가 보입니다.
"네 눈에 빨간 무엇이 있구나.."
"정말요?"
"그래.. 형이 네 마음속에 한 번 들어가 봐야겠다..
그래도 괜찮겠니?'
'제 마음에 어떻게 들어가요?"
"응.. 형 눈만 쳐다보면 돼.. 아프지도 않고 오래 걸리지도 않아.. 형은 네 눈을 통해 네 마음속에 들어갈 수 있거든... 괜찮겠니?"
"네..."
"그럼...."
꼬마의 마음은 굉장히 넓습니다. 산도 있고 강도 있고 나무도 있고 하늘도 있고 바다도 있습니다. 꼬마의 넓은 마음속을 걷습니다. 지저귀는 새들도 있고 예쁘게 웃는 꽃들도 있고 부시럭 대는 곤충들도 있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걷습니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넓은 바다, 시원한 바람..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꼬마의 마음입니다.
"동물이 없네?"
이상하게 동물들만 보이지 않습니다.
소나무 울창한 숲 속에서 커다란 흔들림이 있습니다. 만득이는 나무뒤에 몸을 숨깁니다. 나무가 지끈 쓰러지며 푸드덕 새들이 날아 오릅니다. 씩씩거리며 달려오는 것은 온 몸이 새빨간 커다란 붉은 돼지입니다.
"음.. 저것이었군!"
"내일 다시 올 수 있니?"
"내일이요?"
"응..내일.. 오늘은 내가 준비할게 있거든..."
"알았어요. 내일 꼭 올께요"
꼬마가 돌아가자 만득이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준비합니다.
꼬마가 찾아왔습니다.
"나를 따라와라.. 괜찮아.. 겁낼 것 없어.."
겁먹은 얼굴로 바라보는 꼬마의 어깨를 두드리며 만득이가 앞장섭니다.
냉이꽃 흐뜨러진 넓은 들판입니다.
"이정도 넓은 곳이면 되겠군"
만득이는 꼬마의 눈을 똑바로 쳐다봅니다.
"지금부터 내 이야기를 잘 들어. 네 마음속에는 돼지 한 마리가 살고 있어. 온 몸이 새빨간 붉은 돼지가.. 그 돼지는 네 마음에 있는 동물들을 전부 먹어치우고 지금은 나무들까지 먹어치우고 있단다.. 그 돼지를 가만히 놔두면 네 마음에 있는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결국 너까지 먹어치우고 말꺼야.."
"제 마음에 왜 돼지가 생겼어요?"
"너.. 유치원 다니니?"
"예.."
"지금은유치원 방학이지?"
"어떻게 알았어요?"
"유치원 다닐때는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잤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지?"
꼬마가 신기한 듯 쳐다봅니다.
"음식도 먹고 싶은 것만 먹고, 텔레비전도 보고 싶은 만큼 보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엄마에게 때도 쓰고 말야.. 그렇지?"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네 마음속에 있는 돼지를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단다.. 바로 내 마음속에서지.. 그 돼지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을 때 생겨나는 돼지란다. 처음에 태어날 때는 새끼 손가락보다도 작은 모양인데 하도 욕심이 많아서 무엇이든지 먹어치우는 욕심꾸러기지.. 먹으면 먹을수록 몸이 점 점 커지는데 네 마음보다 몸이 커지면 네가 위험하게 돼. 네 몸이 점점 뚱뚱해지는 것도 다 그 붉은 돼지때문이야. 동화책에서 불가사리하는 괴물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을꺼야.. 그렇지?"
"네.. 알아요. 그 괴물은 쇠만 먹는 괴물이잖아요.'
'그래.. 그 괴물이 죽어서 생긴 귀신이지.. 붉은 돼지귀신이라고 한다"
"붉은.. 돼지..귀신?"
"그래.. 하지만 걱정할 것 없어. 형이 그 귀신을 쫓아낸 적이 있으니까."
"정말요?"
꼬마의 얼굴 가득.. 희망의 웃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네 도움이 필요해.. 그 돼지는 네 마음속에 있는 돼지라 너의 힘이 필요해.."
"제가 어떻게 도와드려야 해요?"
만득이는 호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냅니다.
"자.. 이걸 받아"
꼬마의 손바닥에 놓여진 것은 작은 바늘하나, 하얀 실 조금, 그리고 콩 하나..
"이게 뭐에요?"
"내가 첫 번째 신호를 주면 바늘을 나에게 힘껏 던져. 그리고 두 번째는 실, 세 번째는 콩이야.. 순서를 기억할 수 있겠니?"
"바늘, 실, 콩.. 이렇게요?"
"그래.. 잘 했다.. 내가 신호하면 차례대로 나에게 던져.. 그 다음은 나한테 맡기구.."
"네.. 알았어요"
"좋아.. 그럼.. 네 마음에서 붉은 돼지 귀신을 데려와야겠다."
꼬마의 마음속에 다시 들어간 만득이는 물을 마시듯 바닷물을 마시고 있는 붉은 돼지 앞에 섰습니다. 만득이가 처음 꼬마의 마음에 들어 왔을 때보다 열배는 더 커졌습니다.
"야.. 빨간 아기돼지야!"
만득이의 큰 목소리에 돼지의 귀가 씰룩거리며 만득이를 바라봅니다.
"넌.. 너무 뚱뚱해서 나를 잡을 수 없겠지? 이 미련한 뚱보돼지야!"
만득이의 놀리는 소리에 붉은 돼지귀신 코에서 뜨거운 콧김이 쏟아집니다.
"그래도 화는 낼 줄 아네? 먹기만 하는 바보 멍청이 돼지인줄 알았는데?"
씩씩거리며 만득이에게 달려오는 붉은 돼지귀신... 만득이는 돼지가 가까이오자 풀쩍 뛰어 돼지 뒤로 사뿐하게 내립니다.
"거봐.. 넌 너무 느려서 나를 잡지 못해.. 이 느림보 빨간 아기돼지야"
돼지귀신은 더욱더 성을 내며 만득이에게 달려옵니다. 돼지가 만득이 코 앞까지 다가오자 만득이는 빙그레 웃으며 주문을 욉니다.
" 라와라따 라와라따.."
무슨일이 생기는 걸까 심장이 콩닥 콩닥 뛰던 꼬마 앞에 커다란 붉은 돼지 귀신이 쿵-하고 떨어집니다. 꼬마는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집니다.
"꼬마야.. 바늘던져!"
만득이의 목소리에 꼬마는 손에 들고 있던 바늘을 집어 만득이에게 던집니다. 만득이는 호주머니에서 한 손 가득 바늘을 꺼내 꼬마가 던진 바늘을 향해 던집니다. 꼬마가 던진 바늘과 만득이가 던진 바늘들이 부딪히며 펑-... 순식간에 나타난 것은 전봇대 만한 커다란 바늘입니다. 만득이는 바늘을 번쩍 들더니 정신을 차리려고 노려보고 있는 붉은 돼지를 향해 바늘을 힘껏 던집니다. 바늘은 붉은 돼지의 꼬리에 꽂히며 땅에 힘껏 박힙니다. 붉은 돼지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바늘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꼬마야.. 실 던져!"
만득이는 호주머니에서 커다란 실타래를 꺼내 힘껏 던집니다. 꼬마가 던진 실과 만득이의 실타래가 만나 줄다리기 줄 같은 굵은 동아줄이 됩니다. 만득이는 동아줄 끝을 잡고 붉은 돼지의 등을 타고 달려 꼬리에 박힌 바늘귀에 동아줄을 꾑니다. 그리고는 바늘을 뽑아 붉은 돼지가 움직일 틈도 없이 붉은 돼지를 땅과 함께 꿔메버립니다. 붉은 돼지는 바닥에 쿵하고 쓰러지며 땅과 함께 놓입니다.
"휴.. 다 됐다"
너무 놀라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꼬마를 부릅니다.
"콩 이리 줘 볼래?" 꼬마가 만득이에게 콩을 던집니다. 만득이는 호주머니에서 콩 한줌을 꺼내 함께 던집니다. 쿵-하고 떨어진 것은 붉은 돼지만한 커다란 콩 한알입니다.
"자.. 나 좀 도와줘.."
만득이는 꼬마와 함께 끙끙 콩을 밀며 씩씩거리고 있는 붉은 돼지의 입에 콩을 집어 넣습니다. 움직일 수 없는 돼지는 온 몸을 흔들기만 할 뿐입니다.
붉은 돼지만한 콩을 삼킨 돼지는 한동안 꽥 꽥 소리를 지르더니 바람빠진 풍선처럼 점 점 작아지기 시작합니다. 눈에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을 때 만득이는 땅에 떨어진 콩 한알을 줍습니다.
"자.. 받아.. 이게 붉은 돼지야.."
"콩이잖아요"
"응.. 이속에 붉은 돼지가 있어.. 이 콩을 가져다가 화분에다 심어.. 그리고 매일 매일 물을 줘.. 예쁜 싹이 날때까지.."
"알았어요..."
"꼬마야.. 규칙적인 생활이란 참으로 중요해.. 방학은 네 마음대로 하기위해 만들어진 시간이 아니야.. 이 콩을 정성껏 가꾸면서 방학을 잘 보내길 바래.. 만약 다시 마음대로 생활을 하게 된다면 이 작은 콩을 뚫고 붉은 돼지는 다시 나올꺼야... 그러면 어떻게 될지 너도 알겠지?"
"네..잘 알았어요.. 방학동안 유치원 다닐 때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할께요.. 콩도 잘 심구요.."
"그래..그럼.. 어서 가보렴.."
손을 흔들며 사라져 가는 꼬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만득이는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자..그러면 이제 열 번째 손님인 방학병에 걸린 선생님을 만나러 가 볼까?"
여름방학입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혼자서 잘도 찾아오는 방학입니다.
아무리 꼭 꼭 숨어도
아무리 깊은 밤이라도
소리도 없이 잘도 찾아오는 방학입니다.
지겨운 방학병..
열 번째 손님은 방학병에 걸린 선생님입니다..
사랑하는 꼬멩이들아..
방학동안 행복만들기, 사랑만들기 놀이 신나게 하고 오너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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