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합니다.
여름휴가를 씻어 냅니다.
오늘은 방학하고 첫 출근하는 날
방 문을 열면 출근이고
방 문을 닫으면 퇴근이지만
출근은 출근입니다.
선생님들이 오십니다.
반가움에 찐득이 춤을 춥니다.
찐득이 춤을 보고 파리들이 쑥덕입니다.
오늘은 괜찮겠는걸?
비상연락을 돌렸는지
계엄령이 풀렸는지
파리들 세상입니다.
"어머나.. 왠 파리들이 이렇게도 많데?"
강남 아파트에서 살다 온 아줌마들처럼
파리 수 만큼 한 마디씩 합니다.
많긴 많습니다.
책상위에 가득이고
천장에 그득이고
복도에 찐득이 밥통에
줄다리기를 하듯 메달린 파리입니다.
별자리를 잇듯 파리를 이으면
대왕파리자리가 보일 듯 합니다.
파리와 모기와 한 솥밥을 먹는 선생님이 보기에도
오늘은 파리들의 장날인 듯 싶습니다.
아니면 파리들의 새해가 밝았던지..
"안되겠어요"
출근하자 마자 다시금 돌아서는 선생님들의 뒷모습에는
앞으로 다가올 파리전쟁이 선명합니다.
치이잌...
에프킬라를 뿌립니다.
파리들이 허둥댑니다.
파리 싹-
새로나온 파리약입니다.
파리들에게는 독입니다.
주황색 예쁜 알멩이들을 그릇에 담아두면
파리들이 예쁘다 예쁘다 덤비다 꼴까닥입니다.
찐득이를 천정에 붙입니다.
파리잡는 찐득이..
찐득이 소리에 찐득이(고양이) 눈이 화들짝..
어린시절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찐득이를 보고 노려보는 찐득이(고양이)
파리채가 나릅니다.
파리떼들이 질주하면
초록색 손바닥 파리채가 뒤쫓습니다.
'도망가자.. 일단 후퇴!'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걸음아 날 살려라
날개야 부러져라 도망갑니다.
1초, 2초, 3초, 4초, 5초..
정확히 5초가 지나면
한 놈이 정찰을 나옵니다.
살짝이 다리에 붙었다가
살짝이 책상에 앉았다가
아무 이상이 없다 싶으면
신호를 보냅니다.
손바닥을 비벼대며 친구들을 부릅니다.
"여기는 괜찮다.. 나와라.."
숨바꼭질을 하듯
숨었다가 나타났다
나타났다 숨었다.
"도대체 이 놈들이 어디서 나타나는 거지?"
한 손으로는 펜을 잡고
한 손으로는 파리를 쫓고
한 손으로는 책을 보고
한 손으로는 파리를 쫓고
한 손으로는 전화를 받고
한 손으로는 파리를 쫓고..
한 손은 다른 일을 하지만
또 한 손은 똑같이 파리를 쫓습니다.
"에이.. 파리잡는 로보트라도 있으면 좋겠다"
선생님 한 분이 허공으로 손을 저으면 말합니다.
"헤헤..그럼 우리도 파리 로보트를 내보내야지.."
파리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이 들리는 듯 합니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였습니다.
파리들이 개학을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파리들의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선생님을 따라 다닙니다.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합니다.
지칠줄 모르고 계속 움직입니다.
안 가는 곳이 없습니다.
혼나도 그때뿐입니다.
뭉치면 못당합니다.
많으면 정신없습니다.
"선생님 쪽으로!"
아이들에게 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펴고 파리들을 향해 외칩니다.
아이들은 '쪽'하고 쳐다보지만
파리들은 '왱'하고 외면합니다.
심지어 손가락 끝에 앉는 무모한 녀석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파리처럼 메달리고 보채고 장난하던 녀석들이
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오기까지.. 일주일
파리와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기나긴 일주일이 될 듯 합니다.
달도 잠든 저녁 컴퓨터에 앉아
자장 자장 하루를 재우고 있는데
용감이 뭔지도 모르는 파리녀석
과감이 뭔지도 모르는 파리녀석
간이 커다란 파리녀석
용감하게 과감하게 손등에 와서 사뿐.
조용하게 조용하게
파리채를 잡습니다.
조용하게 조용하게
파리채를 듭니다.
조용하게 조용하게
허공으로 재낀다음
잽싸게 잽싸게
내려 치려는데
수만가지 볼록렌즈 두 눈위로
눈물이 쭈르륵..
"어? 너 왜 우니?"
"나..이제 도망 안갈래요"
"그럼?"
"파리채로 어서 치세요. 납작해지도록.."
"왜? 왜 그러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면서 이렇게 사는 목숨..
이제는 싫다구요.. 나도 편안하게 살고 싶다구요.."
"......"
"어서..어서..파리채로 치세요"
"싫다"
"왜요?"
"나는 도망가지 않는 파리는 잡지 않는다"
갑자기 입에서 수도승같은 말이 툭-
"하지만, 언젠가는 그 무서운 파리채나
독가스를 내뿜는 애프킬라나
새로나온 분홍색 마취약에 죽게 될꺼에요.
그러느니 차라리 지금 어서..."
"싫다니까.."
"왜요?"
"나는 나를 귀찮게 하는 파리만 잡는다.
너처럼 울고 있는 파리는 안 잡는다"
"그럼.. 안 울테니 어서 저를 잡으세요"
"싫다!"
"왜요?"
"나는 나를 귀찮게 하는 파리만 잡는다"
"그럼..제가 이렇게..이렇게..
손등을 간지럽히면..."
"그래도 싫다1"
"왜요?"
"파리 잡기 싫어졌다"
"그럼..제가 모기처럼 이렇게 입을 뾰족세우고
손등을 콕 찌르면..."
"그래도 싫다!"
"왜요?"
"나는 말하는 파리는 처음 봤으니까..
항상 귀에서 왱 왱 거리기만 했지
너처럼 말하는 파리는 처음 봤으니까.."
"그럼.. 어떻해야 날 잡을꺼에요?"
"안 잡는데두..."
"싫어요.. 어서 잡아주세요.."
"그러지 말고 사람들에게 잡히지 않는 곳으로
멀리 멀리 도망가지 그러니?"
"싫어요.."
"왜?"
"나는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서 자랐기 때문에
다른 곳은 무서워서 갈 수가 없어요.."
"그럼..어떻하니? 그래도 그렇게 살아야지.."
"다른 파리들처럼 즐겁게 나르다가 갑자기 찐득이에 붙어서 죽거나
맛있는 밥을 먹다가 갑자기 온 몸에 파리약을 맞고 죽거나
밥인줄 알고 먹다가 갑자기 온 몸이 굳어져서 죽기 싫다구요..
내가 이렇게 보고 있을 때 어서 나를 잡아주세요. 부탁이에요"
"싫다니까.."
"아..내가 이 말을 하기위해 얼마나 힘들었는데..
내가 이 말을 하기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
"뭐가 힘들었는데? 무슨 고생을 했는데?"
연신 손을 비벼가면서 눈물 뚝 뚝 흘리는
파리의 이야기에 퐁당 빠집니다.
"파리나라에 갑자기 큰 일이 생겼어요.
아침에 나간 파리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거에요.
그것도 무려 360마리나..
그래서 정찰파리가 나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고 왔는데
사람들이 에프킬라에 파리채에 찐득이에
새로운 붉은 알약까지 총동원해서 우리를 잡고 있다고 하잖아요.
무서운 소식이었어요. 파리들은 날개를 부르르 떨며 무서워했어요.
그래서 어른 파리들은 긴급회의를 하게 되었어요.
무서운 파리약으로 부터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위해서요..
밤 새 회의가 계속 되었지만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거에요.
그런데 새벽녘이었어요.
회의동안 옆에서 졸고 있던 정찰병 파리가 잠꼬대를 하는 거에요.
"에이.. 잡지 말라고 말로하면 될 것 가지고.. 음냐.음냐.."
어른파리들은 무릎을 탁 쳤어요.
파리나라에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보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람말을 배울 수 있는 신비한 물약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배우지?
어른파리들은 다시 회의를 시작했어요. 말을 배우기도 힘들지만
말을 배워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해도 말을 하기 전에 파리채에
깔려 버리면 모든것이 물거품이 되니까요.. 그래서, 용감하면서도
영리한 파리가 필요했어요. 그런데 선생님도 알다시피 파리중에는
영리한 파리가 없어요. 모두들 생각들이 코딱지만큼 작아서
심지어는 파리채에 쫓겨 달아나면서도 왜 날아가는지조차 모르거든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제비뽑기를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그런데..
제가 그만 제비를 뽑고 말았어요. "
"아하..그래서 네가 그 물약을 마셨구나.. "
"네.."
"그런데, 물약을 먹므면 바로 말을 하게 되는게 아니구?"
"아니에요.. 아까 말한대로 물약을 마셨어도 말을 할 수 있게 되는게
아니에요.. 한 가지 어려운 일을 더해야 되는 거에요.. 그래서 아까 제가 말을 배우기도 힘들다고 했잖아요.."
"아참.. 그랬지.. 알았어.. 계속 해 봐.."
"말을 배우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동물을 찾아야 해요. 왜냐하면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말을 다 가지고 있죠.. 말만 못할 뿐이지 못 알아 듣는것은 아니거든요."
"그렇지..그렇지.. 사람들과 오래 지낸 동물들은 사람들의 말을 잘 알아듣지.. 그래서?"
파리의 이야기가 점점 재미있어집니다.
"여기서는 파리를 잡아먹는 저 고양이가 되겠죠"
옆을 보니 찐득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습니다.
"아하.. 찐득이?"
"네.."
"찐득이를 찾아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고양이의 귀에 들어가서 귀에 묻어있는 사람의 말을 먹어야 해요.
그러면 사람의 말을 할 수도 들을수도 있게 되는데.. 문제는 저 고양이는
파리를 잡아먹는다는 거에요.'
"그렇지.. 찐득이는 파리를 잘 잡아먹지.."
"기회는 고양이가 잠을 잘 때인데... 그런데...
내가 조금만 '왱' 하고 다가가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어나서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지..고양이는 작은 소리도 잘 들으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친구 파리한명이 그만... 흑..흑.."
"그게..그게 무슨 소리니?"
"친구 파리 한명이 고양이에게 덤볐어요. 고양이가 친구를 덮치는 사이
저보고 귀에 들어가서 사람의 말을 먹으라고.. 친구가 저 때문에...
저 때문에..흑...흑.."
"그렇구나..."
'그래서, 겨우 사람말을 배우게 되었어요.."
"그런데...좀 이상한게 있다?"
"뭐가요?"
"그럼 네가 나에게 파리를 그만 좀 잡으라고 얘기를 했어야 할 것 아냐..
그런데 너는 너를 잡아달라고 나한테 부탁했잖아..이상하지 않아?"
"그것은요.. 그것은요..."
"그래..어서 얘기해 봐.."
그런데.. 그때부터
파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손만 비벼댈 뿐입니다.
말하라고 계속 말해도 손만 비벼댈 뿐 아무말도 없습니다.
바로 그 때였습니다...
허벅지가 따끔!
아야!!
눈을 떠 보니 꿈입니다.
옥길동 왕 모기가 허벅지를 꾹 찌르고 도망갑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보니 역시.. 꿈인것 같습니다..
파리가 말을 하다니..
그런데.. 점 점 궁금해집니다..
과연 그 파리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을까?
파리와 전쟁을 하다보니
선생님이 이상해졌나 봅니다.
별의별 생각을 다 합니다.
문제입니다.
맞추시는 분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기회는 자주 오는게 아닙니다.
자..지금 맞춰보세요..
파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왜.. 살려 달라고..
이제 파리를 그만 잡아달라고 얘기하지 않고..
왜.. 자기를 잡아 달라고 했을까..
그 이유가 도대체 뭘까?
꿈이었지만
허벅지를 쿡 찌르고 도망간 모기의 흔적처럼
너무나도 생생한 꿈이라 자꾸만 생각이 납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시원한 물에 샤워하고
채 마르지도 않은 머리를 흔들어대며,
제비뽑기에 뽑혀 신비의 물약을 마시고
고양이 귀에 묻은 사람의 말을 먹은
사람말을 할 줄도 들을 줄도 아는 파리를 찾아
아침부터 파리찾기에 나섭니다.
"네가 말하는 파리냐?"
왱-
"네가 말하는 파리냐?"
왱-
"그럼 너냐?"
왱-
수백마리가 넘는 파리중에
말하는 파리는 없습니다.
말을 알아듣는 파리가 없습니다.
아..정말 꿈이었단 말인가..
이토록 생생한 것이 꿈이란 말이지..
더운바람 폴 폴 날리는
길다란 복도에 철퍼덕 앉습니다.
"찾아봐도 없다니까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사무실을 바라봅니다.
사무실에 앉은 선생님들은
제각기 일에 바쁩니다.
'누가 말했지?"
"찾아봐도 없다니까 그러네요.. 헛수고에요.."
"누구야!"
고개를 돌린 곳에는 찐득이 입맛을 다시고 있습니다.
"혹시.. 네가 말했냐?"
"여기에 저말고 또 누가 있나요?"
이런..
찐득이가 말을 하네..
어제는 파리가 말을 하더니
오늘은 고양이가 말을...
날씨가 너무 더워 계속 헛소리가 들리나?
"찐득아?"
"제 이름은 찐득이가 아니에요. 찐득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듣기에 거북하다구요.."
"거북? "
"싫다는말이에요.. 몰라요? 거북이라는 말?"
아니.. 고양이가 거북하다는 말까지..
"그럼.. 네 이름이 뭔데?"
"제 이름은요... 냐아아옹이에요.. 냐아아옹.."
"냐아아옹?"
"네.."
"그 이름은 누가 지어 줬는데?"
"우리 엄마가요.. 우리 엄마가 나를 낳았을 때 나를 그렇게 불렀어요.. 그러니까 그게 내 이름이지요.."
"그렇구나.. 근데..그건 그렇다 치고.. 찐득아.."
"냐아아옹이라니까요?"
"아..알았어.. 냐아아옹아.. 그런데.. 궁금한게 있다."
"말해 보세요"
"넌 어떻게 사람말을 하게 되었어?"
"그거야..간단하죠.. 어저께 말하는 파리녀석을 잡아 먹었거든요.. 선생님이 모기한테 물려서 다리를 긁고 있을 때 파리녀석이 울면서 나한테 날아왔어요.. 자기를 잡아 먹어달라구요.. 그래서 낼름 먹었죠.. "
"뭐라구? 말하는 파리를 먹어 버렸다고?"
"네.. 왱왱 거리는것도 시끄러운데 사람말을 하니까 더 시끄럽더라구요.. 그래서 낼름 먹었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사람말을 하게 되더라구요.. "
"아... 말하는 파리가 정말 있었다니..."
뭐가 뭔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다.
꿈인줄 알았더니 생시고
생시인줄 알았더니 꿈이고..
"너..혹시..그 파리가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는말.. 못 들었니?"
"뭐라고 뭐라고 하는데.. 하두 시끄러워서 그냥 낼름 먹었어요.. 난 시끄러운것은 딱 질색이거든요..."
" 그래? 그랬구나... "
파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이제는 정말 알 도리가 없게 되었습니다.
코 밑으로 한 숨이 푸욱 세어 나옵니다.
"그렇게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나는 파리가 하려는 말을 알고 있으니까.."
찐득이의 말에.. 아니.. 냐오오옹이의 말에
귀가 번쩍 뜨입니다.
"그래? 그..그게 무슨 말인데?"
"쩝쩝.. 그냥은 말 못해요.."
"그럼?"
"대신 참치캔 하나만 주세요. 배고파요"
"참치캔?"
"있잖아요? 선생님 방에.. 어제 들고 들어가는것 봤어요"
으잉? 이녀석이...
감히 선생님에게 흥정을 하자고 하네?
"그래.. 줄테니까..어서 말해 봐... 어서.."
"싫어요.. 먼저 주세요,.."
" 이 놈이 준다니까!"
" 지금 안 주면 얘기 안할래요.."
"알았어. .줄께..줄께.."
고약한 놈.. 어디 이야기 들은 다음에 보자..
방에서 참치캔 하나를 가져다가 톡-따 줍니다.
입맛을 다시며 다가서는 녀석
한 입에 한움큼을 낼름 집더니
우걱 우걱 씹어 먹습니다.
한참을 먹습니다.
고양이가 참치 먹는것을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언제 얘기 해 줄껀데?"
"기다리세요.. 다 먹을때까지... '기다리기'모르세요?
아이들한테는 맨날 기다리라고 하면서 선생님은 그것도 못 기다려요?"
선생님에게 훈계까지 합니다.
오냐..이 놈. .얘기 들은 다음에 보자!
'그래..알았어.. 기다릴께.."
고양이가 참치를 배불리 먹을때까지
고양이 참치 먹는것만 하릴없이 바라봅니다.
"음냐.. 배부르다.."
"이제 다 먹었어?"
"아뇨? 물 좀 갖다 줄래요?"
"물?"
"네.. 물이요.."
이놈이 이제는 별의별 것을 다 시킵니다.
그래도 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 .기다려"
고양이 물통에 물을 받아다 물을 줍니다.
낼름 낼름..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물을 먹습니다. 그것도 한참이나..
"아.. 물 맛있다.."
"그래? 그럼 이제 얘기 해 줘.."
"알았어요.. 아이구.. 배부르다..."
"어서..어서..어서.."
"서두르지 마세요..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알았어.. 알았어.."
고양이가..이름이 냐아아옹이라는 고양이가
입맛을 쩝쩝다시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제가 어저께 파리를 열마리 정도 잡아 먹고
배 불러 잠을 자고 있는데 그녀석이 왱-하고 날아왔어요
그런데.. 배가 부른 참이라 무시하고 잠을 자는데
내 앞에서 계속 훌쩍 훌쩍 울잖아요..
시끄러워서 귀를 막고 잠을 자는데도 귀 옆에까지 와서
훌쩍 거리잖아요.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말했죠..
너.. 이놈.. 당장 가지 않으면 꿀꺽 삼켜 버린다 하구요.
그랬더니 이놈이.. 제발 좀 그래주세요.. 제발 좀 그래주세요..그러는거에요.. 그러는 모양도 하두 시끄러워서 좋다 그러마 하고 입을 벌리는데.. 그 놈이 잠깐만 잠깐만 하더라구요.. 그래서 또 뭐냐..하고 물으니 한마디만 하게 해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래.. 해 봐라.. 했더니.. 자기는 말하는 물약을 먹은 파리라서 말을 하는 것이고.. 그리고 말하는 물약을 먹은 파리는 하루가 되기전에 죽는다고 그러더라구요.. 게다가 사람말은 워낙 복잡하고 어려워서 12시간이 지나면 다시 잊어 먹게 된다구요..."
"그래서? 그래서? 그 다음말은?"
"너무 시끄럽다 이리와라 하고 다시 입을 벌리는데 따악 한 마디만 더 들어달라고 통사정을 하는거에요. 그래서 그래..그래..해봐라.. 했더니.. 자기가 선생님에게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자기를 잡아 달라고 했다고.. 그렇게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말하게 되었냐면 하면서.."
"그래..그래.. 왜 그렇게 말했데?"
'왜 그렇게 말했냐 하면은... 딸꾹!"
갑자기 고양이가 딸꾹질을 하기 시작합니다.
"물 먹어.. 물 먹어.. "
물통을 입 앞에 가져다 주니 다시금 혀를 낼름거리며 물을 마십니다.
"그 다음말은..그 다음말은 뭐야?"
고양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 봅니다.
"그 다음말은 뭐냐니까!"
고양이 놀란 눈으로 하는 말이
"냐- 옹"
악!!!
고양이가 다시 야옹거립니다.
배부른 고양이 배부른 탓에 딸꾹질하다
이제는 야옹 야옹 거립니다.
'12시간이 되면 사람말을 잊어 먹는다!~'
고양이의 말이 귓가에 파리처럼 왱 왱 거립니다.
"이 놈의 고양이.. 진작에 말하지.. 빨리 말하지!"
소리를 빽 지르니 고양이 냐-옹 거리며
구석으로 발뺌을 합니다.
아...
파리의 이야기..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까지 날아가 버렸습니다..
파리가 왜 그랬을까
파리가 파리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사무실을 봅니다.
파리채를 들고 이리저리 헤메는 선생님이 보입니다.
에프킬라를 뿌리는 선생님이 보입니다.
천정에 붙은 찐득이에는 납작한 파리들이 가득입니다.
파리가 파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다시금 사람 말을 하는 파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람들과 파리와 그리고,
저 파리먹는 고양이와의 싸움은
아마도 계속 될 듯 싶습니다..
파리전쟁 끝..
재미있으셨나요?
파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요?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시고..
궁금하시면.. 직접 물어 보세요..
궁금해지면 더 더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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