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반 아이들이 생태나들이를 가는 날입니다.
아침부터 찌뿌둥한 기분에
기지개를 여러번
하품이 연신 납니다.
한녀석이 미리 와 있습니다.
'선생님'하고 달려드는 녀석이 품에 안깁니다.
포근한 숨결을 느끼며
아침내내 맴돌던 피곤함이 사라집니다.
손을 꼬옥 잡습니다.
처음에는 눈을 마주치기도 어색했던 녀석들이
처음에는 손 한번 잡아주기도 어렵던 녀석들이
처음에는 품에 한번 안으려면 엉덩이를 쏘옥 빼던 녀석들이
이제는 살며시 다가와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한녀석이 톡톡 건드립니다.
웃음이 만발한 정겨움이 가득한 얼굴입니다.
"지원이구나.. 어떻게 왔어?"
"푸후............"
작은 웃음에는 모든것을 담고도 충분합니다.
작은 웃음에는 모든것이 담겨 있습니다.
지원이는 몇달전에 이사간 우리반 녀석입니다.
선생님과 헤어질때는 무엇이 그리 속상한지
인사도 하지 않고 입이 퉁퉁부어 갔던 녀석입니다.
괜시리 엄마에게 심통만 잔뜩 부리다간 녀석입니다.
오늘은 사진사입니다.
나무를 붙들고 열심히 설명하시는 선생님과
조그만 노트에 빼꼼하게 적고 계시는 어머님들과
그 아래 이리저리 장난거리를 찾고 있는 아이들속에서
오늘은 사진사입니다.
한녀석이 노래를 부릅니다.
설명도 들리지 않고
나무람도 들리지 않습니다.
싱그러움이 가득한 노래소리가 있습니다.
즐거운 노래소리에 찰칵!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를 합니다.
가위를 닮은 나뭇잎
바위를 닮은 나뭇잎
보를 닮은 나뭇잎
아이들을 닮은 자연속에서
아이들이 정겹습니다.
재미있는 가위, 바위, 보에 찰칵!
지원이가 선생님 손을 놓질 않습니다.
선생님이 도망가랴 놓아 주질 않습니다.
다른 녀석들이 곁눈질로 샘을 냅니다.
오늘만큼은 친구들도 이해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귀여운 지원이를 바라보며 찰칵!
한녀석이 미국자리공을 가지고 옵니다.
미국자리공은 귀화식물입니다.
미국자리공은 아이들의 그림물감입니다.
볼록한 볼에, 오목한 눈자위에, 오똑한 코끝에
두손 가득 그림들이 그려 집니다.
선생님 얼굴도 스케치북입니다.
선생님 두손도 스케치북입니다.
미국 자리공과 함께 찰칵!
점심시간입니다.
맛있는 도시락에
종종걸음으로 살며시 내미는 작은 귤하나에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배가 불러오는 점심시간입니다.
자유놀이 시간입니다.
사진기를 내려놓고 아이들과 함께 합니다.
돌멩이 장난을 하는 녀석에게 다가 갑니다.
손가락으로 꾸욱! 똥침!!
"내가 안 했어"
"거짓말"
"정말이야.. 제가 했어"
"거짓말이면 코가 길어지게?..................
어?......... 코가 길어진다."
"에이.. 거짓말쟁이"
달려드는 녀석들을 피해 낙엽을 한움큼 집어 듭니다.
"자.. 잠깐.. 선생님이 신기한거 보여줄까?"
"뭔데요?"
"자... 이리와봐... 뭐냐면?.........
받아라....."
얼굴 가득 낙엽을 뿌립니다.
당한 녀석들이 벌때처럼 달려 듭니다.
"어? 저기 봐.. 엄마가 부르신다"
뒤를 돌아보는 녀석의 바지를 벗깁니다.
조그마한 줄무늬 팬티가 보입니다.
"에이... 가만 안둘꺼야..."
아이들이 뛰어 놉니다.
아무렇게나 자란듯한 자연이지만
아무렇게나 뛰어 노는 듯한 아이들이지만
자연스러움이 부럽습니다.
자연스러움이 사랑스럽습니다.
나무에 살짝이 귀를 대어 봅니다.
"나무가 무엇을 먹고 살까"
"물이요"
"나무가 물을 빨아 들이는 소리를 한번 들어볼까?"
"와... 꾸슈슈 소리가 나요!"
선생님 귀에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고개를 갸우뚱 갸우뚱 엄마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청진기를 귀에 꼽고 살며시 대어 봅니다.
표정에서 부터 나무와 교감하는 아이들을 바라 봅니다.
표정에서 부터 나무가 살아있음을 압니다.
청진기를 한쪽씩 꽂고
가슴의 쿵쿵거림을 듣습니다.
살아있음을 눈으로 보여 줍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생명에 찰칵!
헤어질 시간입니다.
지원이가 다가옵니다.
"선생님.. 간데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지원아.. 또 만나자"
지원이를 꼬옥 안아 줍니다.
한참이 지났습니다.
지원이가 빼꼼히 고개를 내밉니다.
"선생님.. 이제 진짜 간데요..
선생님 얼굴이 너무 보고 싶어서 다시 볼려고 왔어요"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심장이 빨갛게 달아 오릅니다.
가만히 안아 줍니다.
가만히 들어 올려 품에 안습니다.
이세상에는 보고싶은 얼굴들이 있습니다.
이세상에는 보고싶은 얼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보고도 보고도 또 보고 싶은 얼굴은
꾸밈없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희망이의 얼굴입니다.
솔직한 희망이의 얼굴입니다.
지원아...
고마워..
감기걸리지 않게 건강하고
언제나 운동 열심히 하고
그리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