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짝 폴짝 줄넘기를 넘는 아이들을 봅니다.
한 녀석은 솜털처럼 가볍게
땅에서 솟아오르듯 사뿐사뿐
바람처럼 출렁이는데
또 한 녀석은 쿵쿵 지진이 난 듯
발바닥이 깨져라 뜁니다.
가벼운 녀석은
열 번을 넘어도 숨결이 고운데
쿵쿵 땅을 부수는 녀석은
세 네 번에 혓바닥이 길게 땅까지 늘어집니다.
가만히 뛰면 콩콩 잘도 뛰는 녀석이
줄만 들었다 하면 온 다리에 체중을 싣습니다.
“ 줄이 없다 생각해 봐! ”
“ 발에 줄이 걸릴까봐 그래요. 걸리면 아프다구요 ”
“ 그럼 안 아픈 줄로 하면 되겠네~ ”
마치 철로 된 갑옷을 입었던 녀석이
갑옷을 훌훌 벗어 던진 듯 발구름이 가벼워집니다.
“ 거봐! 잘되지? ”
배드민턴을 칩니다.
커다랗고 동그란 그물망에
폭신폭신한 셔틀콕 머리를 맞춥니다.
그런데 커다란 곳에 작은 것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눈은 공을 보는데 라켓은 빗나가기 일쑤입니다.
한 손으로 셔틀콕을 잡고
또 한 손으로 라켓을 잡아
천천히 가져다 대었다 뒤로 물러났다
다시 가져다 대었다 뒤로 물러났다 하다 힘을 주면
또다시 셔틀콕은 셔틀콕대로 라켓은 라켓대로 허공을 가릅니다.
“ 왜 안 되지? ”
“ 몰라요. 안 맞아요.”
“ 우리 배드민턴으로 야구 한 번 해 볼까? ”
라켓을 야구 방망이 마냥 들고
셔틀콕을 야구공처럼 던져줍니다.
“ 이야~ 맞췄다.! ”
배드민턴을 치면
열에 아홉은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아이들이
야구를 하니 열에 아홉은 맞춥니다.
“ 참 이상하다~ 왜 그럴까? ”
야구 연습을 몇 번 하다가 다시 배드민턴을 칩니다.
역시나 마찬가지입니다.
알고 보니 옆으로 치는 것은 얼추 치는데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치는 것은
무척이나 어색합니다.
연습이 없었던 탓입니다.
그래서 연습을 합니다.
“ 자! 공 튀기기 해 보자. 아래에서 위로! 다섯 번까지 한 번 해 볼까? ”
한 번에 한 번씩 셔틀콕을 줍던 녀석들이
둘에 한 번, 셋에 한 번에 허리를 구부리기 시작합니다.
연습만 끝나면 숲속 놀이터로 줄행랑을 쳤다가
이름을 부르면 쏜살같이 달려오던 한 녀석도
한 번에 다섯 번 셔틀콕을 맞힌 순간
스스로 못 믿겠다는 듯이 라켓 한 번, 셔틀콕 한 번 쳐다봅니다.
“ 그래~ 그렇게 하는거야! ”
익숙하지 않았던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되기까지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금세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가는 길에는
이렇듯 눈에 잘 띄는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과가 쉽게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낙담하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그림 그리기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관계를 풀어가는 것은 더욱 그렇습니다.
허구헌날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다투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녀석들 사이는
하루 이틀 지속된 것이 아닙니다.
금세 풀어진 듯 했던 관계도
다시 보면 실타래가 엉킨 듯 뒤엉켜 있을 때가 많습니다.
성과가 영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기에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더합니다.
믿음이 곧 성과가 될 것을 기대합니다.
오늘도 선생님은
이러한 믿음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