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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를 넘어

가을 타령


가을이면 가을 향이 짙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동장군인지라

제각각 제 향을 뽐내느라 분주하다.

그런데도 그 많은 향이 결코 독하지 않은 것은

자연만이 갖고 있는 조화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자연과 가장 닮은 모양이

바로 아이들이다.

하나하나 다른 녀석들이 엉켜 사는데

엉켜도 엉키지 않는 것이 아이들인데

제 풀에 스르르 풀리기 전에

주제도 모르고 풀어주려 안간힘을 쓰다 보니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부자연스러운 모양이 된다.

배움에 있어서는 아이, 어른이 따로 없는데

왜 나이를 먹어 갈수록 배움은 더디어만 가고

괜한 심통만 늘어 가는지

배움에 있어 가장 겸허해야 할 때가

나이 한 살 더 먹어가는 지금이 아닐까 싶다.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모가지에 힘 바짝 주고 버텨보았자

잔병만 하나 더 보태게 됨을 잊지 말고 살자.

 

그나저나

계절마다 타는 기운 땜시

오늘도 나는 어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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