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고양이 살금이가 엎드려 있습니다.
힘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몰려 와 이야기 합니다.
"선생님.. 고양이가 토했어요"
달려가 보니 힘겨운 모습으로 올려다 봅니다.
종이로 살짝 덮어주고 아이들을 데려다 주러 갑니다.
다시금 회관입니다.
젖은 종이를 걷어냅니다.
세숫대아에 물을 담아 물로 닦아 냅니다.
물이 싫은지 발바닥을 연신 흔들어 댑니다.
"어디.. 아프니?"
아무런 대답도 없습니다.
제자리에 웅크리고 엎드려 머리를 숨깁니다.
병원에 갑니다.
민들레반 선생님과 함께..
처음 올 때 넣어 가지고 온 음료수 종이 상자에 넣어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종이 상자만 들여다 봅니다.
"선생님이 아파도 병원에는 안 갔는데.. 네 녀석 아프니까 가게 되는구나"
동물병원입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고양이가 아파서요"
"몸무게 좀 달아주세요"
고양이 몸무게를 잽니다.
캥캥 짖어대는 강아지 소리로 어지럽습니다.
모두다 아픈 동물들만 있습니다.
"이리로 데려 와 보세요"
살금이 녀석.. 병원인지 아는지 무서워하는 눈치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변을 봐야 겠다고 합니다.
고양이를 잡고 면봉을 고양이 똥구멍으로 밀어 넣습니다.
살금이 녀석..꼬리를 세우며 울어 댑니다.
민들레반 선생님이 고양이를 달래 줍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녀석을 바라보니
괜시리 웃음이 납니다.
'웃으면 안되지.. 많이 아플텐데..'
전자 현미경으로 들여다 봅니다.
특별한 증상은 없다고 합니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은 아닌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고..
아마도 음식을 잘못 먹은 탓으로 보인다고..
선생님들이 예쁘다고 멸치랑 생선조림을 주던 생각이 납니다.
사료를 먹던 녀석이라 탈이 난 모양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주사를 가지고 옵니다.
커다란 주사랑 작은 주사..
무척 아플 것 같습니다.
민들레반 선생님이 고양이를 잡을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선생님이 잡아줘요!"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녀석을 잡을 자신이 없습니다.
한쪽 다리에 고무줄을 감고 알코올로 소독을 합니다.
커다란 주사 바늘을 밀어 넣습니다.
고양이 녀석.. 펄쩍 뛰며 '냐옹' 합니다.
민들레반 선생님이 애기 다루듯 달래줍니다.
워낙 작은 몸이라 주사약도 천천히 넣어야 한답니다.
두 번째 주사는 등에다 놓습니다.
역시 펄쩍 펄쩍 뛰며 '냐옹'하고 웁니다.
주사를 맞고 약을 받고 조심해야 할 것을 듣습니다.
민들레반 선생님이 갔습니다.
이제는 녀석과 단 둘입니다.
올 때는 조용하더니 갈 때는 나오려고 성화입니다.
얼굴을 들이밀고 발을 내밀고 나오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길거리의 사람들이 힐끔 힐끔 쳐다 봅니다.
"괜찮다.. 이제 집에 가는 길이야.."
종이 상자가 들썩거리고 종이 긁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버스를 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녀석을 안고 종종걸음으로 걷습니다.
둥근 달이 환한 옥길동 언덕을 오를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어르고 달래줍니다.
이상하게도 집이 가까워지니 조용해 집니다.
남자 고양이 찐득이의 '야옹'소리에 '냐옹'하고 답합니다.
이제야 안심한 모양입니다.
종이상자에서 꺼냅니다.
목에 다시 줄을 달아 가만히 내려 놓습니다.
채 떠지지 않는 눈을 들어 선생님을 바라봅니다.
"주사 맞았으니 괜찮을꺼야.."
금요일이라 텅 빈 실내화 장 속에 들어가
웅크리고 잠을 청합니다.
선생님의 두 팔이 얼얼합니다.
조그만 녀석이지만 달래주고 얼르느라고 긴장했나 봅니다.
가만히 잠든 녀석을 봅니다.
"얼른 나아라..그래서 맛있는 밥.. 냠냠 먹어야지.."
새끼 고양이 살금이가 아픕니다.
컴컴한 밤에도 울지 않고
놀아 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머리 넣어 웅크리고 잠만 잡니다.
쿨 쿨 잠 많이 자고 힘을 내어서
건강하고 튼튼해져서
꽃다지반 녀석들 신내화 신을 때
가방물고 늘어지며 껑충껑충 반기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