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구마 순 따러가자! 비닐봉지 다 가져왔지?"
"선생님.. 저 안 가져 왔어요!"
"그럴 줄 알고 두 장 가져 오라고 한거야.."
친구들과 비닐봉지를 나눕니다.
신발을 신습니다.
여섯살 나리꽃반 동생들도 신발을 신습니다.
동생들도 고구마 밭에 가는 모양입니다.
들쑥 날쑥 자란 무우밭을 지납니다.
"선생님.. 이거 뭐에요?"
"잘 봐라.. 뭔지..."
"앗.. 무우다.. 와 크다.. 와..여기가 더 크네.."
커다란 무우가 땅 속이 갑갑했는지
땅을 뚫고 쏫아났습니다.
고구마 밭입니다.
시골 아줌마 파마를 한 듯
고구마 순으로 부풀어 오른 밭입니다.
"자..줄기를 잘 보고 이렇게.이렇게 순을 따는거다.."
나리꽃반 녀석들은 벌써 몇 번을 올랐는지
순 따는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일곱 살 녀석들, 질경이반 녀석들
형들이랍시고 의쓱하며 데려 왔더니만
순은 아니따고 세월아 네월아 달팽이랑 놉니다.
"너희들 지금 뭐하냐?"
"순 따는데요!"
"그런데 손에는 왠 달팽이냐.. 달팽이가 순이냐?"
"순을 따는데 달팽이가 있어서요. 여기 보세요. 선생님.
많아요.."
"달팽이도 많지만 순 따는 질경이반도 많다. 그런데 어떻게 요것밖에 못 땄냐? 한 사람당 이 백개씩.. 알았지?
자....시- 작!"
동생들은 비닐봉지를 가득 채워 내려 가는데
형들은 달팽이만 가득 잡았습니다.
뒤 늦게야 순을 따서 겨우 겨우 비닐봉지를 채웁니다.
"자..내려가자!"
민들레반 녀석들은 지짐을 먹고 있습니다.
"뭐 먹냐? 혼자 먹으면 맛있냐?"
한 젓가락 낼름 먹으니 맛이 상큼한게 좋습니다.
"와! 맛있다.."
다름아닌 고구마 잎 지짐!
손을 씻고 점심준비를 합니다.
"오늘의 반찬은.. 엉? 고구마 줄기 무침이네?"
한 젓가락 떠서 먹어보니 맛이 꿀맛입니다.
"와.. 오늘은 고구마 파티다!"
"선생님... 오늘은 하루종일 고구마에요."
"그러네? 하루종일 고구마.. 하하.."
집에 가는 녀석들 손손마다
커다란 고구마 순 봉지가 들려 있습니다.
비지땀 흘려가며 페트병 물을 실어 키운 고구마
고막손 작은 손으로 직접 키운 정성 가득 고구마
아마도 오늘 저녁 메뉴는
집집마다 고구마 순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