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이 마치 한 겨울 날씨 같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훌쩍이는 현이의 울음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이다. 운전을 하는 현이 아빠도 이런 상황이 영 불편한 모양이다. 헛기침을 몇 번 하는가 싶더니 라디오를 켠다. 라디오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앞만 보고 운전을 하는 아빠의 마음에 두 눈을 질끈 감고 팔짱을 끼고 있는 엄마의 마음에 은은하게 스며든다. 딱딱하게 굳어 바늘 하나도 꽂일 것 같지 않았던 마음이 어느새 스르르 녹아 신경을 거슬리기만 하던 현이의 울음소리가 애틋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 그렇다고 진짜로 차를 돌리면 어떻게 해? 아빠 맞아? ”
먼저 입을 뗀 것은 엄마였다. 어느새 팔짱을 푼 엄마는 훌쩍이는 현이 옆으로 다가가 현이의 어깨를 가만히 안아주고 있다.
“ 차 돌려도 된다면서...... ”
현이 아빠는 말을 하다 말고 얼버무리고 만다. 마치 변명을 하는 것 같은 자신이 구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 그럼 다시 차 돌린다? ”
급하게 차를 돌리는 현이 아빠 얼굴이 벌게진다. 모든 잘못을 현이 아빠가 한 것 같다.
‘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하지? ’
현이 아빠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운전을 하다 살짝 올려다 본 실내 거울을 통해 현이를 꼬옥 안아주고 있는 현이 엄마 모습이 보인다. 순간 고개를 든 현이 엄마의 눈과 마주친다. 그런데 현이 아빠를 쳐다보는 현이 엄마 눈에도 더 이상 미움이 없다.
현이 아빠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어색한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모면할 수 있을까......
그때였다. 앞에 있던 차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이!
순간 현이 아빠도 본능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앞 차와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급브레이크의 충격은 차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 현이 아빠는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거칠게 열고 나간다. 드디어 빠져나갈 구실이 생긴 것이다. 앞 차도 문이 열리면서 운전을 한 사람이 내리는데 아~ 온통 머리가 하얀 백발의 할아버지가 내리신다. 할아버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고개가 땅에 닿을 듯 연신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한다. 현이 아빠 표정이 가관이다. 할아버지와 같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며 부딪히지도 않은 할아버지 차를 살펴보는 척 하느라 정신이 없다. 현이 엄마와 현이는 현이 아빠 하는 모양이 우습다. 덥지도 않은데 땀을 뻘뻘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하던 현이 아빠가 차 안에 있는 현이 엄마와 현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현이 아빠도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벌려 웃을 수밖에 없었다. 현이 엄마와 현이가 배를 잡고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현아! 아빠가 아까 차 돌려서 미안해! ”
“ 현아! 엄마가 현이 마음도 모르고 소리부터 질러서 정말 미안해~! ”
현이는 엄마를 꼬옥 껴안는다.
“ 아빠도 안아줘야지? ” 엄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이는 의자에서 일어나 운전을 하고 있는 아빠의 뒤에서 아빠의 목을 꼭 껴안는다.
“ 현아.... 현아.... 아빠 숨 막혀! 숨 막힌다고!!"
놀이 천사
: 어때요? 이 놀이 천사의 능력이? 뭐라고요? 이것이 어떻게 놀이 천사의 능력이냐고요? 아~참 모르시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잔잔한 음악, 기억하시죠? 그 음악도 사실은 제가 튼 것이고요 그리고 앞에서 운전하던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도 사실은 놀이 천사인 바로 저였다는 사실! 모르셨죠?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도 나와 같다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인 내 아이까지도 말이지요.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솔직하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부터 내 아이에게 나는 솔직한가 한 번 되짚어 보셨으면 합니다. 감정에 솔직하고 솔직하게 표현해야 하는 것은 어른이고 어린이고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솔직한 감정에 따른 표현에 올바른 행동을 덧붙여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잘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이로부터 생길 수 있는 시작의 작은 오해들을 많이 줄여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놀이동산에 도착하였습니다.
일요일이라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참 많았습니다. 현이 손을 꼭 잡은 현이 아빠는 ‘오늘만이라도 현이를 슬프게 하는 일이 또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해야지’ 다짐을 합니다.
“ 현아! 어때? 기분 좋지? ” “ 응! 최고야! 엄마, 아빠 최고! ”
현이 아빠는 현이 말에 기운이 불끈 솟습니다.
“ 좋아! 아빠가 우리 현이 목마해 줄게. 자! 이렇게~ ”
현이를 번쩍 들어 올린 아빠는 현이 다리를 벌려 아빠 어깨에 올려놓습니다.
“ 우와~ 신난다. 아빠 힘세다! ” “ 힘세지? 힘세지? ”
놀이 천사
: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자식으로부터 인정받는 부모 마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겠지요? 에구~ 자식이 없는 놀이 천사가 부모 마음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부러울 따름입니다. 자~ 여기서 한 가지! 조심할 것이 있는데 모름지기 무엇이든 과하면 안 되는 법! 과해서 좋을 것은 아무것도 없죠? 현이 아빠의 들뜬 마음과 힘자랑도 금방 바닥이 날 텐데 현이 아빠는 과연 그 순간을 어떻게 모면할까요? 기대하세요!!
※ 조정
- 이번 주부터 마음둘레 마침 말을 바꿉니다. (놀이동산에 갔다 → 놀이동산에 갔습니다.)
현이를 목마 태운 현이 아빠는 의기양양하여 걸어갑니다. 코끼리 마냥 성큼성큼 걷는 현이 아빠를 바라보는 현이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들뜬 기분에 힘자랑을 하다 5분도 못 돼 제풀에 힘이 꺾여 안한 만 못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성큼 걷던 현이 아빠가 갑자기 쿵쾅쿵쾅 뛰기 시작합니다. 현이 아빠가 뛰어가는 앞으로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아마도 동물 공연이 있나 봅니다. 현이 엄마도 서둘러 걷기 시작합니다.
원숭이 공연입니다. 세 마리의 원숭이들이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물구나무서기를 하기도 하고 축구공을 차 축구골대에 골인시키기도 합니다. 원숭이의 묘기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누구보다 높은 곳에서 보고 있는 현이의 목소리도 크게 들려옵니다. 그런데, 현이 엄마 눈이 고정된 사람은 현이가 아니라 현이 아빠였습니다. 원숭이의 재롱이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있었지만 현이 아빠는 결코 웃는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비지땀을 흘리며 오만가지 인상을 쓰고 있었습니다. 현이 엄마의 걱정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원숭이 공연이 시작한 지 5분도 안 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적어도 20분은 더 저 자세를 유지해야 할 텐데... 보다 못한 엄마가 현이 아빠에게 다가섭니다.
“ 현아! 아빠 힘드시겠다. 어서 내려와라. ”
“ 아냐! 아빠 힘세다고 했어. 그리고 원숭이 공연 보려면 이렇게 봐야 잘 보여. ”
“ 현아! 아빠가 아까부터 목마를 태워 줬잖아. 힘 센 사람도 지금쯤이면 어깨가 많이 아프단 말이야. 그러니까 어서 내려와! ”
“ 그럼, 원숭이 공연 안 보인단 말이야! ”
“ 너는 아빠보다 원숭이가 더 중요하니? ”
엄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땀에 젖은 현이 아빠의 손이 현이 엄마 팔목을 붙듭니다.
“ 여보! 나 괜찮아. 그러니까 현이한테 내려오라고 하지 마! ”
“ 아니, 땀을 이렇게 흘리면서 뭐가 괜찮다는 거야! 응? ”
“ 괜찮대도~ ”
“ 아니 뭐가......... ” 답답한 마음에 따질듯 하던 현이 엄마는 현이 아빠 얼굴을 보는 순간 말끝을 흐리고 말았습니다. 비 오듯 땀을 흘리고는 있지만 현이 아빠의 눈은 그 어느 때 보다 힘차 보였기 때문입니다. 현이 엄마는 현이 아빠가 안타까우면서도 현이 아빠의 변화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놀이 천사
: 현이 아빠에게 박수를 보내 드립니다. 정말 멋진 아빠의 모습입니다. 무엇을 하든, 잘 하든 못 하든 최선을 다하는 아빠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게 귀감이 되고도 남습니다. 아하~ 이제 현이 아빠도 무엇인가를 느끼고 계신 모양입니다. 참 행복한 일입니다.
“ 현아! 이제 공연 끝났으니 내려도 되지? ”
“ 응! 아빠! 정말 재미있었어. ”
하지만 현이를 내리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한 자세로 서 있었기에 마치 몸이 얼어붙은 듯 마음대로 움직여지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 여보! 나 좀 도와줄래? ”
“ 그래! 어떻게 도와줘? ”
마치 자고 있는 아이를 깨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조심 내리듯 현이 아빠 어깨에서 현이 다리를 하나씩 밑으로 내립니다.
“ 우리아빠 최고! ”
아빠 어깨에서 내려 온 현이는 아빠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습니다.
구부정한 자세로 서 있는 현이 아빠도 현이에게 엄지를 들어 보입니다.
두 남자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현이 엄마도 자기도 모르게 엄지를 들어 보입니다.
놀이 천사
: 현이에게 크게 점수를 딴 현이 아빠군요. 이런 모습을 잘 유지하면 좋을 텐데.... 하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지요. 중요한 것은 이렇듯 항상 그렇지 못할 때, 아이와의 소중한 약속을 어기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현이 아빠의 모습에 기대를 한 번 가져봅니다. 그래도 될 것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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