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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예비군 훈련과 꼬맹이들


오늘은 남자로 태어나서

마지막으로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가는 날입니다.

군복을 입고 헤메이다가

화들짝 놀라 자리를 털어보니

새벽 5시 30분.

30분은 더 잘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눈을 감은게

2시간을 누워 버렸습니다.

큰일입니다.

세수를 하는둥 마는둥

신발을 신는둥 걸치는둥

걷는둥 뛰는둥

회관문을 나섭니다.

택시는 고사하고 버스도 보이질 않습니다.

부리나케 뛰어 가지만

어디로 뛰는지도 모릅니다.

겨우겨우 택시를 잡습니다.

"아저씨! 안산이요?"

"안산 어디요?"

"아..아저씨.. 일단 출발부터 해요!!"

30분이나 늦게 도착했습니다.

입소하기는 틀렸구나 싶습니다.

그래도 담이라도 넘어가야지라는 생각에

발등에 불을 붙입니다.

"어서 들어가세요"

너무나 반가운 소리입니다.

"정말 들어가도 되요?"

"들어가기 싫으세요?"

"아,아니요..좋아요.. 정말 좋아요"

군부대 들어가는것이 이렇게 좋은날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총을 받고 주춤주춤 자리를 줄을 맞춰 봅니다.

줄을 맞출것도 없습니다.

맞는줄이 없습니다.

이제사 조금 안도가 되어

열려진 단추며 풀려진 군화며

제대로 맞춰 봅니다.

오전부터 산으로 올라갑니다.

참으로 이상한게 있습니다.

군부대만 들어오면 왜 이리 춥고 졸린건지..

오늘따라 너무 춥습니다.

이빨이 달달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어깨가 움츠려들대로 움츠려듭니다.

짧은 훈련시간과 긴 휴식시간덕에

한겨울 추위를 마음껏 맛보고 있습니다.

저멀리 오고가는 자동차들이 보입니다.

군부대만 들어오면 왜이리 바깎세상이 그리운지

새집에 갇혀버린 참새마냥

고개를 빼고 바라봅니다.

커다란 버스들이 지나갑니다.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동네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을때가 생각납니다.

한쪽에는 총을 메고

한쪽에는 삽을 메고

그렇게 훈련을 가던 길이었습니다.

걸어가는 길이 낯설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지나는 길입니다.

시계를 들여다 봅니다.

아이들이 지날 시간입니다.

필연입니다.

아이들이 탄 버스가 나란히 나란히 줄을 맞춰

제게 달려옵니다.

버스를 쳐다봅니다.

콩나물마냥 옹기종기 앉은 아이들이 보입니다.

콩나물마냥 줄을 지어 가는 군인들 중에 제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군인아저씨들도 덩달아 손을 흔듭니다.

저도 덩달아 손을 흔듭니다.

예비군 훈련을 마친 다음날

끈끈이에 붙은 파리모양 아이들이

달려듭니다.

"선생님..어제 총들고 갔죠?"

"선생님은 왜 저를 안쳐다봤어요?"

"선생님은 총을 왜 2개나 가지고 갔어요?"

"선생님 총 어디다 숨겼어요?"

"선생님 총 진짜로 나가요?"

"선생님 그 총 진짜에요?"

"선생님은 이제 군인아저씨에요?"

"선생님은 정말 멋있는 군인이에요"

대답할 새가 없습니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묻혀

넘어지고 맙니다.

바닥에 누워 웃어봅니다.

'요녀석들.. 그 많은 군인아저씨들 중에서 어떻게 나를 찾았을까?'

'지나는 장면중에서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보았을까?'

'모두들 같은 옷에 같은 모자를 써서 찾기가 힘들었을텐데..'

"너희들..정말 선생님 봤니?"

"그럼요... "

"어떻게 선생님을 찾았어?"

"에이.. 탁 보니까 있던데요.. 우리 선생님이잖아요"

저는 아이들이 콩나물처럼 보였는데

아이들은 저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눈앞이 핑 하였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을 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 주위에는 아이들이 있는듯 합니다.

몹시도 추운 날씨이지만 기억은 언제나 따뜻합니다.

마지막 훈련이어서 인지

너무도 추워서 인지

공상을 너무 많이 한 탓인지

하릴없이 계속 졸아서 인지

시간이 벌써 지났습니다.

주민등록증을 받고 군부대를 나섭니다.

수송버스는 떠난지 한참입니다.

시내까지 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무작정 걸어보기로 합니다.

굽이굽이 산모퉁이길을 따라 걷습니다.

고개를 갸웃갸웃 거려보고

발걸음을 종종 거려보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다가

조그맣게 노래를 부릅니다.

소리가 점점 커져 갑니다.

주위를 둘러 봅니다.

보이는 차도 보이는 사람도 없습니다.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 봅니다.

오늘만큼 노래를 많이한적이 없습니다.

신납니다.

즐겁습니다.

오들오들 떨던 기운을

목청을 떨며 덜어냅니다.

1시간을 걸었습니다.

시내에 나와 좌석버스에 오릅니다.

군복을 입는것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운전사아저씨의 작은 거울을 살짝 훔쳐 봅니다.

군인모자를 쓰고 군복을 입은 모습이 보입니다.

씨익 웃어봅니다.

예비군 훈련이 끝났습니다.

지겨웠던 훈련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언제나 바쁘게 오고 갔던 훈련이었습니다.

예비군 훈련하면

아이들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예비군 훈련과 꼬멩이들..

전혀 다른 단어들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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