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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이별이 뭐야?


바람 불어 좋은 날

찬 바람에 옷깃은 여미어도

따뜻한 가슴 채울 수 없는

행복한 일요일.

오늘은 동수네 집에 가는 날입니다.

평촌으로 이사 간 동수.

운동회 날 평촌에서 달려 온 동수.

하루종일 축구공만 차는 동수.

가슴 가득 ymca를 안고 사는 동수.

태권도 싸나이 한동수.

작은 키, 큰 가슴 한 동수

일곱명의 친구들과 함께 갑니다.

"선생님, 우리들은 왜 안 데려가요?"

"선생님이 다 데려갈 수 없잖아"

"왜 없어요!"

"선생님 한 명이 버스타고 데려가기에는 너무 많아"

"그럼, 견학갈 때는 왜 다 데려가는데요!"

"그때는 우리 버스로 가고, 가는 곳도 넓은 곳이니까"

"말 잘 들으면 되잖아요"

"말 안 들어서 안 데려가는게 아냐.

그리고, 함께 가는 일곱명도 선생님이 뽑은게 아냐.

선생님이 결정할 수 없어서 동수에게 부탁한거야"

"에이... 나도 가고 싶은데..."

섭섭해 하는 녀석들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 반을 데리고 나서기에는 너무 큰 모험입니다.

"너희들 마음을 담아서 동수에게 전해줄게"

"잘 가져가세요"

"그래, 그럴께"

일곱 녀석을 만났습니다.

공룡박사 창근이

방글방글 지원이(최)

안김쟁이 지원이(김)

큰목소리 승훈이

재잘동이 동우

귀염둥이 정민이

예쁜머리 제영이.

시내버스에 오릅니다.

"아참, 선생님 차비..."

아버님이 내미시는 차비를 버스밖으로 돌려 보냅니다.

손을 흔들며 출발합니다.

'보고싶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마음만 가지고 가면 됩니다.

선생님이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차비는 선생님이 냅니다'

"선생님, 얼마나 가야 되요?"

"많이 가야 해, 한 50분정도"

"내리는데 알아요?"

"몰라"

"그럼, 어떻게 내려요?"

"그래서 안내방송을 잘 들어야 해. 너희들도 잘 들어.

포일입구 농수산물 입구라고 하면 내리는거야"

"선생님, 잘꺼에요?"

"아니?"

"그런데, 왜 우리보고 들으라고 해요?"

"혹시 선생님이 못 들을까 봐"

재잘동이 동우입니다.

조그만 녀석들 일곱명이

버스 윗 좌석을 꽉 메웁니다.

성큼 성큼 타는 어른들이 빙그레 웃어줍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버스를 타긴 처음입니다.

"선생님, 어른들이 선생님보고 아빠인줄 알겠어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아빠가 어디있냐?"

"여기 있지요"

안김쟁이 지원이가 가슴에 폭 안기며 웃습니다.

예쁜머리 제영이는 말이 없습니다.

얌전하게 앉아서 친구들 수다에 귀동냥만 합니다.

"선생님, 자도되요?"

"응, 자도 돼. 도착하면 선생님이 깨울게"

"저는 잠맘보라서 자야해요. 동수집에 가도 난 잘꺼에요.

난 잠맘보거든요. 깨울때는 어떻게 깨우냐면요..."

귀염둥이 정민이입니다.

"코를 비틀어 줄까?"

"아니요? 그럼 아프잖아요. 귀를 잡아 당겨 주세요. 이렇게"

"알았다"

정민이 녀석.. 내릴 때 까지 재잘재잘

잠은, 예쁜머리 제영이가 잡니다.

"자, 다음이다. 내리자!"

폴짝 폴짝 버스에서 내립니다.

일곱명의 일곱 살 아이들이 일곱 번을 내립니다.

"야! 동수야!"

동우가 달려갑니다.

조그마한 동수가 발이 안 보이게 달려옵니다.

"동수가 어디있냐고 그래요?"

"저기 달려 오잖아"

"저 쬐끄만한 녀석이요?"

"아니? 걔는 동수동생 민수잖아"

"안녕하세요. 어머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고생 안 하셨어요?"

"고생이요? 재미있기만 한데요"

신호등을 건넙니다.

평촌의 명물이라는 신호등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일요일이면 나온다는 신호등 아저씨.

요상하고 괴상망칙한 동작으로

하지만 절도 있는 모습으로 호르라기를 붑니다.

"선생님, 저 아저씨 왜 저래요?"

"글쎄다. 네가 가서 물어봐라"

공룡박사 창근이가 다가갑니다. 뭐라고 쏙닥쏙닥

아저씨,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합니다.

아이들 뛰어가 한마디씩 던집니다.

"비가 와도 우비입고 나온데요"

"그래요? 참,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아저씨, 손가락으로 카운트다운을 합니다.

네 개, 세 개, 두 개, 한 개!

초록불이 들어옵니다.

살아있는 신호등입니다.

대단합니다.

"가자, 얘들아!"

동수네 집입니다.

장난감이 가득합니다.

동수네 집은 장난감 집입니다.

로봇이 많습니다.

'저렇게 많은 로봇을 버릴 생각을 했었구나'

로봇과 칼과 총은 폭력적인 장난감이라고

아이들 스스로 사지도, 가지고 놀지도 않기로 하던 날에

동수가 눈물을 글썽이면 말하던 기억.

"선생님, 로봇 다 버릴께요"

그 모습에 친구들도 덩달아 미안해 하던 마음.

"선생님, 있는 것은 버리지 말고 싸움놀이만 안 하기로 해요."

동수의 마음과 친구들의 마음이 평화롭던 날의 기억.

많은 장난감에 두 눈이 휘둥그레지던 녀석들

동그랗게 둘러앉아 나갈까 말까 얘기합니다.

축구를 하고 싶어 하는 녀석들과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자고 하는 녀석.

놀이터로 나가는 것으로 정합니다.

찬 바람 쌩쌩부는 놀이터입니다.

미끄럼틀도 추워서 얼음이 되었습니다.

그네도 덜덜덜 그네 줄을 떨고 있습니다.

시이소에 앉은 엉덩이가 '에취'하고 기침합니다.

코가 빨개진 녀석들이 축구공을 찹니다.

축구화를 신은 동수는

축구선수마냥 제법 공을 잘 찹니다.

"이야~ 동수, 많이 늘었는데?"

'선생님, 동수 공 잘 차죠?"

하얀 입김 뿜어대는 큰 목소리 승훈이입니다.

"그래, 그런데, 너무 춥다. 감기 걸리겠다. 그만 들어가자"

30분도 채 못 놀고 집으로 들어갑니다.

축구에 미련이 남은 녀석들은

집에서도 공놀이를 합니다.

한 녀석이 가운데 누워 '선'이 되고

두 녀석이 풍선 공을 번갈아 던집니다.

공을 맞은 녀석은 가운데 '선'이 되고

다시 두 녀석은 서로 공을 던지며 맞히는 놀이입니다.

피구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드는 놀이입니다.

신기합니다.

한 녀석이 끼워달라 합니다.

장난감 통을 가운데 세워 '선'을 만듭니다.

둘씩 둘씩 편을 먹고 피구를 합니다.

기가 막힙니다.

미래의 몸 놀이 선생님들입니다.

얼마나 놀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몽실몽실 더운 김이 피어 오릅니다.

"얘들아! 밥 먹자!"

일곱명의 친구들과 동수, 동수동생 민수,

동수 어머니, 그리고 선생님이 식탁에 둘러 앉습니다.

"자! 먼저 숨쉬기부터 하자"

키득 키득 아이들이 웃습니다.

"왜 웃냐!"

"그냥 웃겨서요"

ymca가 아닌 곳에서 숨쉬기를 하는 것이 우습나 봅니다.

"이 녀석들! 숨 쉬기하고 느낌나누기 하고 '밥가'를 부르고 하는 것은

ymca에서만 하는게 아냐"

"선생님은 왜 우리보고 자꾸 이 녀석들, 이 놈들 하고 불러요!"

안김쟁이 지원이가 말합니다.

"예쁘니까, 귀여우니까"

"그래도 나는 그 말 싫어요."

"이놈이..."

"또 그러네?"

"자, 밥가 부르자!!"

밥가를 부르고 맛있는 반찬을 서로 나누고

밥을 먹습니다.

"선생님, 질경이반에 온 것 같아요"

"그래요? 후후.."

동수 어머님의 즐거운 마음과

사랑 가득한 진수성찬입니다.

"얘들아! 많이 먹어라!"

"예, 배 터지게 먹을께요!"

"하하하" "헤헤헤"

"우리 밥 먹고 청소하자. 장난감 정리할 사람!"

"저요, 저요!"

"밥 먹은 것 정리할 사람!"

"저요, 저요!"

밥을 먹은 녀석들은 "잘 먹었습니다!"

시키지도 않아도 척 척

먹은 그릇은 설거지 통에 가져다 놓고

장난감을 정리하고 밥상을 치웁니다.

"동수야, 이것 좀 치우게 좀 비켜줄래?"

열심히 치우는 녀석 때문에

밥 먹던 친구들이 비켜 줘야 합니다.

"이 녀석아! 다 먹은 데만 치워야지..."

"선생님, 전에 엄마들하고 아이들이 왔었을 때는

가고 나서 치우는데 2시간이나 걸렸어요.

그런데, 오늘은 정리할 게 없네요."

"전에는 아이들은 놀기만 했나 보네요."

"에, 그래요. 유치원에서 하듯 집에서도 한다면 참 좋겠네요."

"유치원에서는 생활을 나누는데 집에서는 엄마가 독차지하니까 그렇죠."

"에, 맞아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집에 갈 시간입니다.

동그랗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가 ymca에서 소원 들어주기를 하듯 오늘은 동수 소원을 들어주자!"

"좋아요"

"선생님하고 친구들이 들어줄 수 있는 소원으로 얘기하면 돼!

동수 소원은 뭐니?"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는거요"

"이곳에 아직 친구가 없나 보네? 그럼, 우리가 어떻게 도와줄까?"

귀염둥이 정민이가 말합니다.

"동수엄마가 먼저 다른 아줌마랑 친해져서 아줌마 집에 놀러가서

집에 있는 친구랑 친구하게 하면 되요"

"그렇구나"

큰 목소리 승훈이가 말합니다.

"친구한테 가서 너 몇 살이니? 이름은 뭐니? 하고 물어보면 되요"

"그래, 그렇게 하면 친하게 되겠네.

그럼, 너희들이 동수에게 얘기 해 주면 되겠네"

승훈이, 정민이가 손짓, 발짓을 하며 설명을 합니다.

"선생님, 왜 자꾸 웃어요?"

"너희들이 이제는 일곱 살 같지 않아서."

"우리.. 일곱 살이에요"

"너희들이 너무 예뻐서..."

"난 맨날 일곱 살이면 좋겠다"

방글방글 지원이가 말합니다.

"선생님, 동수 엄마가 웃고 있어요"

가슴에서 쏫아나는 감동은

웃음으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버스에 오릅니다.

"안녕히 계세요"

"동수야, 안녕"

"잘 가!"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한 녀석, 두 녀석 고개를 떨굽니다.

선생님 가슴에 얼굴을 묻은 녀석들을 감싸 안습니다.

어쩌면... 어쩌면...

이 녀석들은

정말 이 녀석들은

살아있는 천사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헤어짐은 없습니다.

이별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합니다.

다음주에는 인천으로 이사 간 내경이 집으로 갑니다.

내경아! 조금만 기다려!

친구들과 선생님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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