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길동 장승처럼
물구나무 선 가을나무처럼
옥길동 풍경처럼 서 있는
조그마한 스쿠우터.
수쿠우터를 탑니다.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바람 사이를 달립니다.
붕붕붕 아주 작은 스쿠우터.
덜덜덜 떱니다.
졸음에 겨운 아이처럼 깜박깜박
시동이 꺼져 버립니다.
깨어날 줄 모릅니다.
오토바이를 끌고 갑니다.
나를 태우던 스쿠우터
스쿠우터를 태우고 갑니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가 미워집니다.
찬바람 쐬러 나왔다
더운 땀을 흘립니다.
강아지 한 마리가 걸어옵니다.
걸음을 멈춥니다.
쳐다봅니다.
강아지 옆을 지납니다.
고개를 돌려 쳐다봅니다.
졸졸졸 따라옵니다.
"저리가라!"
떨어질 줄 모릅니다.
오르막길입니다.
팔이 후둘후둘 떨립니다.
다리가 흔들흔들거립니다.
강아지가 다리에 매달립니다.
"저리가라니까! 집에 가!"
집을 잃은 녀석 같습니다.
집이 없는 녀석 같습니다.
옥길동 언덕을 힘겹게 오릅니다.
졸졸졸 따라옵니다.
30분을 걸었습니다.
쫓을 힘도 없습니다.
온 몸이 땀으로 범벅입니다.
옥길동 회관입니다.
'야옹'반기던 찐득이
등을 세웁니다.
등이 활처럼 휩니다.
온 몸의 털이 가시처럼 솟습니다.
"으................ᄆ.........."
요상한 소리를 냅니다.
땀 흐르는 등으로 소름이 돋습니다.
반갑지 않은 모양입니다.
지져분한 강아지 녀석이.
현관으로 들어오다
찐득이에게 일격을 당합니다.
'깨깽'
돌아갈 줄 모릅니다.
문 밖에 서서 왔다갔다 합니다.
'어떻하지?'
밤새 강아지 보채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침입니다.
현관문을 엽니다.
강아지 녀석이 보이지 않습니다.
'갔나 보다'
아이들과 강아지 이야기를 합니다.
졸졸졸 따라오던 강아지...
찾아보자고 합니다.
오늘 산책은 강아지 찾기!
옥길동 언덕을 내려 차도따라 걷습니다.
보이지 않습니다.
'갔나보다'
저녁입니다.
태권도 끝날 시간입니다.
아이들의 목소리.
"선생님! 강아지가 들어왔어요!"
그녀석입니다.
졸졸졸 강아지.
"선생님, 저 강아지에요?"
"응, 안 가고 있었네?"
버스입니다.
"강아지를 어떻해야 하지?"
"키워요!"
"우리 강아지가 아니잖아. 주인이 찾을텐데.."
"그럼, 알림장을 만들어서 붙여요."
"사진도 찍어요"
"이름을 지어줘요"
"이름은 짓지말자"
"왜요?"
"우리 강아지가 아니잖아."
어딜가나 졸졸졸 따라오는 강아지.
털도 뒤덥벅 꼴도 뒤덤벅
하지만 계속 생각나는 강아지.
옥길동엔 동물들이 많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 새 두 마리
토끼 한 마리, 개 한 마리
그리고, 졸졸졸 강아지 한 마리까지.
회관으로 가는 길에 가게에 들립니다.
"참치 캔 세 개만 주세요"
하나는 찐득이와 살금이꺼.
하나는 하늘이꺼.
하나는 졸졸졸 강아지꺼.
아무도 찾지 않는 옥길동 저녁에
졸졸졸 따라나선 녀석이라 밉지 않나 봅니다.
아무도 두드리지 않는 옥길동 저녁에
캥캥캥 두드리는 녀석이라 정이 가나 봅니다.
아이들 없는 옥길동 저녁에
아이들 마냥 매달리는 녀석이라 생각나나 봅니다.
그나저나 저 강아지를 어떻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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