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시계바늘 돌리듯 고개를 빙빙 돌려
찰칵 찰칵 하루를 찍어 봅니다.
웅- 기계소리 마냥 지나가는 하루입니다.
손등에 달라붙는 파리만 찰싹 때립니다.
움직이는 것이라곤 파리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이 얼음입니다.
겨울이 왔습니다.
베란다 밑 배추밭에
하얀 모자 눌러 쓴 겨울이 보입니다.
볍씨학교 수돗가에
거울처럼 하늘담은 얼음이 얼었습니다.
불을 붙이지 않아도
입에서는 구름같은 담배 연기가 생겨납니다.
새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나뭇가지마다 폴짝 폴짝 뛰어 다닙니다.
나뭇잎 없어 허전한 빈 가지를
폴짝 폴짝 나뭇잎 넘듯 넘어 다닙니다.
고개들어 하늘을 봅니다.
하늘이 한 뼘만큼 높아졌습니다.
철새따라 사라진 구름없는 하늘입니다.
양지바른 곳을 찾아 섭니다.
그림자도 추운지 따라옵니다.
화살같은 햇볕이 얼굴에 닿습니다.
퐁-하고 터지니 따뜻합니다.
"뭐 하세요?"
늦잠 잔 졸졸이가 꼬리를 흔듭니다.
"해바라기 한다!"
해바라기 쓰러져 뿌린 씨앗이
선생님에게 한 개
졸졸이에게 한 개!
"눈은 언제쯤 올까?"
졸졸이 꼬리치며 물음표를 답니다.
"눈이 뭐에요?"
"찰싹 찰싹 네놈 등 달라붙는 차가운 벼룩이다!"
"벼룩? 아-웅, 싫어!"
기지개를 켭니다.
쩌-억!
얼음 깨지듯 잠이 깨집니다.
"자! 이제 청소 시작 해 볼까!"
고양이 '냐옹'하며 밥 달라 보채는 소리
빗자루로 한데 모아 휙 쓸어냅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동 장군을 만나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