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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천사들의 합창


건강하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지요..

몸에 병이 찾아 올 때마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우쳐 주곤 합니다..

이상한 징크스가 생겼어요..

결혼식에 가기로 한 전날이면 열병을 앓는다는 징크스..

몇달 전 부산에 사는 사촌녀석의 결혼식에 가는 전 날에도 엄청난 열병에 시달렸죠..

밤새 한숨도 못 자고 끙끙 앓다가 새벽녘에야 정신을 차렸어요..

결혼식은 커녕 일어나지도 못하겠는데 꼭 가야하는 결혼식이라 주섬주섬 옷을 입었습니다.

평소에 입지도 않는 양복이라 답답하기만 한데 아무리 껴 입어도 추운거 있잖아요?

부산까지 가는 기차안에서 별의별 희안한 꿈을 다 꾸었습니다..

꿈 속에서 괴물들이 나타나서 머리를 밟고 온 몸을 콕콕 쑤시고 지나가는 꿈이었죠..

결혼식을 무슨 정신으로 마쳤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 날 저녁 잠을 자는데 공교롭게도 보일러가 꺼져 버린거 있죠?

움크리고 잠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보니 목안에 편도선이 시뻘겋게 달아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사흘, 나흘 악몽같은 시간들이 지났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바로 지난 일요일인 10월 20일..

대학 선배형 동생의 결혼식이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결혼식은 하고 온 터라 가까운 친척들만 모셔 놓고

간단하게 결혼식을 다시 올리고, 피로연을 한다더군요..

공교롭게도 제가 진행,사회를 떠 맞게 되었는데 토요일 저녁..

또 다시 무서운 열병이 찾아 왔네요..

제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결혼식 때마다 괴롭히는 것이지 모르겠네요..

밤새 끙끙 신음소리를 내다가 신음소리에 깨고 침대가 무슨 자갈밭처럼

울퉁불퉁 여간 불편하게 느껴지는게 아니었답니다..

밤새 한 잠도 못자고 일어나니 도저히 기운을 차릴 수가 없었답니다..

그런데도 선배는 꼭 오라고, 자리라도 지키라고 해서..

겨우 겨우 그 양복을 또 입고 결혼식에 갔었더랍니다..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

회관에 와서 침대에 누으니 천정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눈앞이 캄캄했다 밝았다

정신이 없더군요..

그때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계속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입고 있던 옷이랑 이불이 몽땅 땀에 절어 버렸어요..

도저히 아이들을 맞을 자신이 없는거에요..

편도선이 너무 부어서 목구멍이 다 막힐 지경인거에요..

겨우 겨우 버스를 타고 병원에 갔습니다..

주사맞고 닝겔맞고 누워 있는데 시간을 보니까 아이들이 왔을 시간이데요..

이녀석들... 선생님이 어디있나 또 찾고 있겠네...

그러다 잠깐 잠이 들었습니다..

이틀만에 겨우 잠이 든것이지요..

한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조금 낫더군요..

점심시간이라 빨리 서둘러 가면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만큼 몸이 금방 좋아지지도 않고 무슨 닝겔주사를 3시간이나 맞았야 하다니..

몸이 근질근질 거려서 누워 있을 수도 없는거 있죠..

닝겔을 다 맞자 마자 얼른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답니다..

이런 시간에 버스를 타고 있다니...

회관에 오니 생명반 지은이 녀석이 코를 찡긋하며 제일 먼저 묻네요..

"선생님.. 괜찮아요?"

"괜찮아"

말은 입 안에서만 맴돌고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거에요..

민들레반 선생님이 민들레반, 질경이반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질경이반 녀석들... 선생님을 보자마자 우르르 달려오는데

무슨 말들을 입 안에 가득 담고서 뱉어 내지 못해 우물거리는 녀석들처럼

쳐다보고만 있는 거에요..

아이들과의 몇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녀석들 하는 모양만 계속 쳐다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자 마자 목 안이 너무나 아픈거에요..

귀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귀를 누가 마구 잡아 당기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드는거에요..

어스름 저녁이 되었지만 부랴부랴 병원으로 다시 갔답니다..

하루에 병원을 두 번이나 가다니..

아침에는 내과.. 저녁에는 이비인후과...

주사를 하두 많이 맞아서 엉덩이가 얼떨떨하네요..

겨우 겨우 밤을 또 지세웠어요..

오늘은 참으로 긴 하루가 될 것이라 미리부터 걱정이 태산같았는데..

이녀석들... 선생님을 완전히 감동시키고 말았습니다..

평상시에 텔레파시 텔레파시 운운 하며 아이들하고 자주 놀이했던게 도움이 되었던지

아니면 정말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하는거에요..

생활에서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눈빛만 보고 손짓만 보아도 알아주는 녀석들이 고맙데요..

물론 평상시에도 텔레파시가 잘 통하지 않던 녀석들은 여전했지만

그녀석들도 오늘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따라 주더군요..

칫솔이 없어졌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경민이..

선생님이 설겆이를 하면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봐도 계속 소리만 질러대는 거에요..

"칫솔이 없어졌다구요.. 제 칫솔이요.. 칫솔이 없어졌다구요..."

보다 못한 별꽃반 선생님이 한 술 거들어 주십니다..

"아.. 이놈아..없어진 칫솔을 선생님이 숨겼니? 선생님이 어떻게 알아?

경민이 네가 다시 잘 찾아 봐"

경민이 녀석 한참동안 찾다가 또 외쳐대네요..

" 없어요.. 아무리 찾아도 없어요.. 칫솔이 없어졌다구요..."

'경민아.. 그럼 오늘은 입만 잘 헹구렴...'

선생님의 마음 말이 통했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경민이 녀석은 저절로 쪼로록 가버렸답니다...

종이하고 매직을 가지고 왔습니다..

선생님이 참 칠칠맞게 잔병이 많아서 안 해 본 놀이가 없으니..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놀이이지요..

종이에 매직으로 커다랗게 씁니다..

'화장실'

그럼 아이들이 차례대로 화장실에 갔다 옵니다..

'자기 자리'

그럼 자기자리에 앉습니다..

'체조자리' '체조시간'

음악만 틀어 주면 선생님이 앉아 있어도 자기들 스스로 체조를 합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말이죠...

그녀석들 얼굴 표정을 보면 꼭 선생님이 앞에서 체조를 하고 있는것 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이고 몸이 마구 움직여 지죠..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어요..

집으로 가는 시간..

한 녀석씩 텔레파시로 부르고 살짝 살짝 안아주면..

귀에다 대고 속삭이네요..

"선생님 아프지 마세요"

녀석들 말이 귓전에 울려 댈 때마다 눈시울이 따금 따끔 하더니...

결국에는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역시 제게 가장 소중한 녀석들은 바로 이녀석들 이었어요..

장난꾸러기, 개구쟁이, 심술꾸러기, 밉살쟁이, 고자질쟁이, 욕심꾸러기..

별의 별 꾸러기, 쟁이들이 다 모여 있어도

이녀석들 조그마한 입을 모아 목청껏 울려대는 목소리는

언제들어도 천사들의 합창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고맙다..

이녀석들아..

선생님이 너희들 덕에 이세상에서 제일 좋은 약을 먹은

가장 행복한 선생님이 되었구나..

내일은 네 석들 귀에다 대고 이렇게 속삭여야지..

" 네 이놈.. 너 어저께 선생님 몰래 반찬 남겼지? 선생님이 어제 다 봤어.."

고맙다.. 얘들아..

그리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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