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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혼자 놀기


공기놀이를 합니다.

일단! 하나 던져 하나 잡기

이단! 하나 던져 두 개 잡기

삼단! 하나 던져 세 개 잡기

사단! 하나 던져 네 개 잡기

오단! 다섯 개 던져 손 등에 올라 간 만큼 잡기

오년. 내 나이 다섯 살.

공기놀이 하듯 나이를 먹습니다.

서른 하고도 네살!

이제 마지막 12월이 지나고 나면

오단! 다섯 개 던져 손 등에 오른 공기 하나 잡으면

세른 다섯 살이 됩니다.

공기놀이 하듯 나이를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나이 먹는게 참 좋을텐데...

저절로 먹는 듯한 나이는 재미없습니다.

긴 줄넘기를 합니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돌아서 돌아서 땅을 짚어라

짚어서 짚어서 만세를 불러라

불러서 불러서 잘 가거라!

넘다가 걸리면 순서가 바뀝니다.

다음 순서를 기다립니다.

다음 순서가 되면 다시 노래를 부릅니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돌아서 돌아서 땅을 짚어라

짚어서 짚어서 만세를 불러라

불러서 불러서 잘 가거라!

잘 못하면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면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우리네 삶도 잘못하면

다시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잘 할 때까지 할 수 있을텐데...

술래잡기를 합니다.

술래가 잡으러 옵니다.

술래에게 잡히지 않으면 됩니다.

술래에게 잡히면 술래 집에 갑니다.

친구들이 데려가길 기다립니다.

친구들이 찾아오면 도망갑니다.

모든 친구들이 술래에게 잡히면

또 다시 술래를 뽑습니다.

술래잡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술래만 피하면 됩니다.

피해야 할게 분명한 놀이입니다.

우리네 삶도 피해야 할 것이 분명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허둥지둥 어리둥절 하지 않을테니까요

술래에게 잡혀도 친구가 있습니다.

이 세상은 혼자 짊어지는 무게가 아닙니다.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알 때보다 모를 때가 더 많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합니다.

어렸을 적에는 놀이를 배웁니다.

할 것이 없어서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할 것을 위해 놀이를 배우는게 아닐까요?

우리네 삶은 놀이가 아닙니다.

하지만 놀이에는 삶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래를 부릅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간.

"퇴근합니다!"

6시가 되기가 무섭게 선생님들에게 던진 말입니다.

"선생님이 퇴근한다는 말 하니까 참 재미있어요"

그러네요.

퇴근한다는 말!

해 본지 오래 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이 퇴근을 합니다.

모두가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습니다.

노래를 부릅니다.

기타를 꺼내들고 노래책을 펴 들고

아는 노래 모르는 노래

손가락을 눌러가며 노래를 부릅니다.

손가락이 아파오고 목이 아파옵니다.

노래를 부르는데 아픈 것 투성입니다.

공기놀이도 하고 싶고

긴 줄넘기도 하고 싶고

술래잡기도 하고 싶습니다.

재미있게 나이먹고

잘 못하면 기다렸다 다시하고

술래에게 잡히면 친구를 기다리고

모두 다 잡히면 술래를 뽑아 다시 하고

공기놀이도 못 하고

긴 줄넘기도 못 하고

술래잡기도 못 해서

노래만 부릅니다.

공기놀이, 긴 줄넘기, 술래잡기 노래만 부릅니다.

손가락 아프게 목 아프게 노래만 부릅니다.

어쩌면 놀이가 하고 싶어

선생님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음․땡 놀이 할 사람 여기 붙어라!!"

엄지 손가락 세워 들고

외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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