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마야! 꼬마야! 뒤로 돌아라!
돌아서 돌아서 땅을 짚어라... "
노래하며 줄을 돌리는 선생님.
바라보는 아이들
줄을 넘는 아이.
긴 줄넘기가 한창입니다.
일곱 살 민들레반 선생님께서 오십니다.
" 선생님! 우리 반이 오늘 점심을 늦게 먹을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오늘 질경이반 아이들이랑 떡볶기를 해 먹기로 했는데...
혹시 선생님이 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
" 떡볶기요? "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 좋죠!.. 얘들아! 오늘.. 선생님이랑 떡볶기 해 먹을까? "
" 네! 좋아요! "
떡볶기... 떡볶기..
떡볶기 노래를 하며 줄을 돌리는 선생님.
" 떡볶기 노래가 어디있어요! "
" 여기 있다. 왜!... 떡볶기는 노래가 있으면 안되냐? 떡볶기 참 슬프겠다!! "
줄을 넘기며 넘어가는 아침입니다.
" 얘들아! 점심시간이다. 맛있는 밥 먹자! "
거북이 마냥 평상을 등에 지고 오는 녀석들.
상 다리를 펴고 옹기종기 둘러 앉습니다.
" 선생님! 떡볶기 언제 먹어요? "
" 밥 먹고! "
" 밥 먹고 바로 먹어요? "
" 밥 먹고 만들어야지 "
" 선생님, 떡볶기 만들 줄 알아요? "
" 먹을 줄은 안다. "
" 그럼 누가 만들어요? "
" 너희들이. "
" 어! 나도 만들 줄 모르는데! "
" 괜찮아. 선생님이 배워와서 알려줄께 "
설겆이를 하며, 민들레반 선생님께 배웁니다.
" 처음엔 물을 붓고, 물은 너무 많이 붓지 말고... "
손으로는 설겆이
입으로는 떡볶기
눈으로는 다 먹었다 식판 내미는 녀석을 봅니다.
" 아! 쉽네. 벌써 다 만들었다, 뭐! "
심심-하면 만드는 떡볶기지만
호르륵 호르륵
이빨 깨물어 먹다보면
금새 잊어 먹는 떡볶기.
후다닥 후다닥
발바닥 뜨거운 병아리마냥 뛰어 다니는 녀석들.
입으로는 연신 떡볶기 타령입니다.
" 자! 즐거운 요리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맛있-는 떡볶기를 만들기로 하겠습니다.
재료로는.... 뭐가 제일 먼저 들어갈까요? "
" 떡이요! "
" 네.. 땡입니다. "
" 떡부터 넣으면 떡국이 되죠.
제일 먼저 넣을 것은 물입니다. 물! "
" 뭐야! "
" 자.. 물을 넣고 팔팔 끓인 다음,
그 다음에 넣을 것은 뭘까요? "
" 고추장이요! "
" 네.. 맞았습니다. 고추장입니다.
고추장을 이렇게.. 이렇게 넣습니다.
자.. 고추장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아-아-악~ "
" 히히 "
" 다음으로 넣을 것은 뭘까요? "
" 물 엿이요! "
" 네! 맞았습니다. 자! 물엿을 직접 넣을 사람은? "
" 저요! 저요! "
배부른 한솔이가 나옵니다.
" 네~ 한솔이는 뱃 속에 동생을 넣고 다니나 보죠? "
" 아니에요. .히히... "
" 자.. 물엿을 거꾸로 드세요. 물엿은 느림보라 천천히 나온답니다. "
" 히히.. "
한솔이가 물엿 뚜껑을 엽니다.
피-웅!
뚜껑에 발이 달렸나 봅니다.
사방으로 물엿이 튑니다.
" 이런.. 물엿이 토했네요 "
엉금 엉금 기어오는 녀석들.
손가락으로 콕- 찍어 물엿 맛을 봅니다.
" 아..이런.. 물엿보다 먼지를 더 많이 먹겠다. 이놈들아! "
천천히를 좋아하는 한솔이답게
천천히 꾸물 꾸물 나오는 물엿입니다.
" 자.. 물엿 다음에 넣을 것은? "
" ............... "
" '양'자로 시작해서 '파'자로 끝나는 것인데... "
" 양파요! "
" 딩동댕! 자.. 양파를 넣을 사람은? "
번쩍 번쩍 손바닥들이 번쩍입니다.
" 시온이! "
" 나.. 양파 싫은데..."
" 양파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양파만 주겠습니다. "
" 그러는게 어딨어요 "
" 여기에 있다. 이놈아! "
양파도 넣고 깻잎도 넣고
그리고..고구마도?
에잉? 고구마가 왜 있지?
"선생님! 고구마를 왜 넣어요? "
" 고구마를 왜 넣냐면...
야채 통에 들어 있으니까 넣는다. 자.. 고구마도 넣고...어묵도 넣고... "
" 에이~ 뭐야~ "
" 뚜껑을 덮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
기다리기 심심하다. 노래 하나 하자. 달팽이 나오는 노래~ "
" 오늘은~ 비-오는 날이에요~ "
얼쑤~ 얼쑤~
사분의 사박자.. 지휘도 하고...
" 자! 다 되었습니다. 떡볶기! "
" 떡을 넣어야죠! "
" 아참.. 떡을 안 넣었네. .미안..미안... "
한 녀석, 두 녀석 손 맛 가득
떡을 넣습니다.
" 자! 가방에서 식판 꺼내서 줄 서자! "
" 식판이 더러운데요! "
" 그럼, 부엌가서 씻어 오면 되지. "
부글 부글 떡이 뛰어 오릅니다.
남태평양(?) 돌고래 마냥.
" 선생님이 먼저 먹어볼께~ "
" 맛있어요? "
" 와우~ "
" 맛있어요? "
" 뜨거워! "
" 에이~ 뭐~야~ "
한 국자, 두 국자 퍼줍니다.
으잉?
모자르네?
뒤로 갈수록 점점 줄어드는 떡볶기...
" 난 왜 이렇게 쪼끔 줘요! "
" 미안..미안... 또 만들면 되지.. 뭐.. "
" 난 어묵 줘요 "
" 어묵? 어묵 조금 밖에 안 넣었는데..."
" 그래도 어묵 줘요 "
" 안 돼! "
" 왜요! "
" 어묵이 화 내. 너만 준다고.. "
" 그래도 어묵 줘요. "
" 한 국자씩 줄 꺼야. 숫자세서 주다간 선생님 할아버지 돼. "
" 에이~ "
" 에게~ 떡볶기가 없네? 또 하자~ 또 만들자~ 신나는 떡볶기 아저씨~ "
이런.. 재료가 없습니다.
남은 재료는 고추장 뿐.
뭐 어때! 떡볶기니까 떡만 있으면 되지...
고추장 넣고 떡볶기 넣고 부글 부글..
" 얘들아! 아까보다 맛 없을꺼야 .고추장이랑 떡만 넣었어. "
한 국자, 두 국자 떡이 옮겨 집니다.
" 선생님! 아까보다 더 맛있어요! "
" 정말? 고마워! 고마워! 맛있는 떡볶기~ "
신나는 요리시간이 끝났습니다.
" 자~ 모두들.. 입 닦고 오세요. 고추장 입~ "
" 싫어요. 엄마한테 가서 자랑할꺼에요 "
" 에잉~ 자랑할게 없어서 고추장 묻은 걸 자랑하냐~ "
신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맛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떡볶기 시간!
집에 가는 녀석들
가슴에 폭- 안아 넣으며
몸에 묻은 떡볶기 냄새를 먹습니다.
어리둥절 엄마들의 표정이 보입니다.
" 이상하다~ 식단표를 아무리 뒤져봐도 떡볶기는 없는데~ "
달봉이처럼 혼자 웃다 말고
오~?
' 그런데, 오늘... 떡볶기를 왜 만들어 먹은거지? '
입에 남는건
떡볶기 몸 담군 고추장 맛 뿐입니다.
'달봉샘의 성장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병 (0) | 2010.05.05 |
---|---|
왜 이럴까? (0) | 2010.05.05 |
나의 삶은 행복이다! (0) | 2010.05.05 |
밤이 되면 나는 죽는다! (0) | 2010.05.05 |
무 면허 (0) | 2010.05.05 |
서울 나들이 (0) | 2010.05.05 |
하늘이의 하소연 (0) | 2010.05.05 |
보물 찾기 (0) | 2010.05.05 |
도대체 가을은 언제 오는 거야? (0) | 2010.05.05 |
세연이 (0) | 2010.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