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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무 면허


3년 전 일입니다.

시속 60킬로로 달립니다.

오토바이를 타고서.

위암으로 쓰러지신 어머니께서

갑자기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서.

서울로 넘어가는 다리위에서

검문을 하던 교통경찰이 오토바이를 세웁니다.

" 신분증 좀 제시해 주십시요 "

" 죄송합니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셔서 급히 가 봐야 합니다."

" 이것 보세요. 아저씨. 하루에도 그런 얘기 수십 번 씩 듣습니다.

신분증 제시하시죠! "

" 죄송합니다. 면허증이 없습니다. 저.. 정말... 빨리 가 봐야 합니다."

" 어허~ 이 아저씨 안되겠만. 오토바이 저쪽으로 대세요. "

길 모퉁이에 오토바이를 세웁니다.

" 죄송합니다. 정말 급해서 그래요. 오토바이 두고 갔다 와서 하면 안 될까요? "

" 어허~ 이 아저씨. 그러면 안 되죠. 잠시 기다리세요."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서 발을 동동 구릅니다.

" 아저씨~ 저 정말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구요 "

" 어허~ 이 아저씨가 정말~ "

그로부터 20분이나 지난 후에

간단한 조서를 작성하고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로 향합니다.

형사로 보이는 수염이 덥수룩한 아저씨,

눈짓으로 부릅니다.

눈짓으로 의자에 앉으라 합니다.

" 이름! "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입니다.

" 면허 없어요? "

" 예! "

" 거참, 나이도 있으신 분이 왜 아직도 면허를 안 따셨나? "

" 저기... "

" 왜... 할 말 있어요? "

" 저기.. 어머니께서 위독하셔서 그런데, 빨리 끝내고 가면 안 될까요? "

" 허참.. 이 사람이~ 뭐든 순서가 있는 법이유. 순서! "

순서라...

" 며칠 있으면 벌금 딱지 날아갈 껍니다. 벌금 잘~ 내세요, 아시겠죠? "

" 네! "

오토바이 무면허 단속 기간에

척- 허니, 보기좋~게 걸렸습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초를 다투는 시간에...

" 저.. 가 봐도 됩니까? "

" 예.. 가세요! "

" 그럼... "

다행히 어머니께서 위기를 잘 넘기셨다는 소식을

다시금 전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휴우~ "

그로부터 다시 3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옵니다.

땀을 뻘뻘 흘립니다.

시속 20킬로도 안 되는 자전거 패달을 밟으며.

면허가 없어도 탈 수 있는 자전거 있기에,

탈 수만 있으면 누구든지 탈 수 있는 자전거이기에.

옥길동 고개마루

굽이 굽이 시간의 길에서

지난 시간과

지날 시간이 만나는 길에서,

또 하나의 면허증을 생각합니다.

면허란

단순히 국가 기관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누군가가에게

어떠한 무엇을 하도록 허락하고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차갑고 둔탁한 기계를 다룸에 있어서도

엄격한 누군가의 면허를 받아야 하거늘,

펄 펄 살아 숨쉬는

살아있는 인간을 만나는 일에

왜 누구도 면허증을 제시토록 하지 않는가!

왜 누구도 면허증 없는 내게

서둘러 가는 길 막으며

내 걸어온 길 되돌아 보도록 하지 않는가!

다시금 되묻습니다.

누가 내게 선생하도록 허락했는가 물으니

누구 아닌 내가 그것을 허락하고 있고,

누가 나를 선생으로 인정 해 주는가 물으니

다름 아닌 바로 내가,

그 속에 들어 앉아 있습니다.

길 막는 이 없으니

없는 길 아니면 못 달릴 이유가 없지만,

스스로 길 막고

스스로 되물어야 되는 말!

" 당신! 선생 할 자격 있습니까! "

" 당신! 부모 될 자격 있습니까! "

운전을 하기 위해 시험을 보듯이

선생을 하기 위해 시험을 보아서는 안되겠습니다.

선생이나 부모나

되기 전에 보는 시험은 면허증과 같습니다.

선생이나 부모나

되고 난 후 보는 시험은 평생 시험입니다.

결코 면허증을 줄 수 없는,

평생 보는 시험인 것입니다.

면허없는 자전거라

마음 놓고 타서는 안되겠습니다.

면허없는 부모라

마음 놓고 살아서는 안되겠습니다.

가르칠 수만 있으면 누구나 가르치는

자전거 같은 선생님이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조그마한 실수 하나가

커다란 실사(實寫)로 뒤바뀌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무면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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