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여섯 살 때
처음 배운 운동이 태권도입니다.
가르쳐 달라 보내달라 보챈 기억 없는데
달랑달랑 어머니 손 붙들고
태권도장 추운 마루위에 기억 하나 있습니다.
엄마떠난 빈 자리에
커다란 사범님 그늘진 얼굴로 말씀하시길
"노래 하나 불러봐라!"
태권도에 대한 첫 기억
'노래하기 싫다'입니다.
노래에 대한 첫 기억
'무섭다'입니다.
다음날 어머니께서 분명히 태권도장 가라 했을텐데
태권도장에 대한 기억은 더 이상 없습니다.
아마도 노래하기 싫어 가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로부터 뚝 끊어진 필름이
초등학교 5학년 때로 이어집니다.
학교에 태권도부가 생겼습니다.
하얀 도복에 질끈 동여멘 띠
기억속에 하얀도복이 참 좋았습니다.
그로부터 태권도에 대한 필름은 계속 돌아갑니다.
처음으로 태권도 시합을 나가던 날
꼴깍꼴깍 삼킬 침도 없이
내 몸인지 빌린 몸인지도 모르게
허우적대던 손발이 보입니다
올림픽 선수마냥 금메달이라는 것도 걸어보며
마냥 태권도가 좋다는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대학시절, 군대시절
태권도는 끊어지지 않는 기억이 됩니다.
YMCA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태권도 할 줄 알아요?"
"네!"
"잘해요?"
"좋아하는데요"
"가르칠 줄 알아요?"
"재미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는 있어요"
"그럼 태권도 좀 가르치세요"
그로부터 7년동안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태권도를 가르칩니다.
하얀 도복을 입은 도복보다 하얀 꼬마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태권도를 좋아합니다.
태권도가 좋아 태권도를 했던 것 처럼
태권도가 좋아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조금은 싫었을 태권도는 쏘옥 빼 놓고
좋아하는 태권도만 잔뜩 가르칩니다.
'유아 태권도 시범단을 모집합니다.
신청하실 분들은 신청하세요!'
핸드폰 소리에 눈을 뜹니다.
아침부터 태권도를 찾는 전화들.
양치를 하는데도 세수를 하는데도
신발을 신는데도 아침을 걷는데도
핸드폰은 배고픈 아이처럼 계속 울어댑니다.
똑딱똑딱 30분을 못 넘기고
이름표를 꽉 채운 이름들.
"더 이상 자리가 없는데요..."
핸드폰이 뜨거워지기 시작합니다.
태권도.. 몸살이 납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는 꼭 들어가야 하는데요"
꼭... 꼭... 꼭...
꼭이라는 말이 목에 걸립니다.
내 나이 한 살 적은 서른네살 때
달랑달랑 산자락에 햇님 걸린 시간에
거뭇거뭇 밤 칠하는 모습보며
아이들 돌아가는 버스에서 생각하였습니다.
오르는 해 보고 집을 나와
내리는 해 보고 집에 가는 아이들이
선생님 마음에 참으로 미안하였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태권도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아이들이지만
좋아하는 녀석들에게 좋아하는 태권도를 가르치지만
아무리 좋아도 미안하였습니다.
'이제는 그만해야겠다!'
그런데,
'그만'이 '한번만 더!' 외칩니다.
왜 그랬을까?
모르겠습니다.
허리만큼 조그만 녀석들이
커다란 태권도복에 폭 빠져
길다란 띠 질질끄는 모습에
나도 몰래 그만 할 수 없었나 봅니다.
나도 몰래 한번만 더 하게 되었나 봅니다.
하루가 바쁜 아빠와 일 바쁜 엄마에게
참 좋은 태권도인지모릅니다.
숫기없은 우리 아이
큰 소리 연습하기
더 없이 좋은 태권도인지 모릅니다.
아이보다 엄마에게 아빠에게
더 필요한 태권도인지 모릅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태권도 띠 폼나게 질끈 메듯
마음따라 흥 따라 태권도를 할랍니다.
옷장 깊숙히 잠자던 녀석
허름한 도복 다시 꺼내며
다시금 들려 올 기합소리
가슴에 징징 울던 함성소리
마음따라 흥 따라 다시 한번 들을랍니다.
여전히 좋아하는 아이들처럼
태권도...
변함없이 좋아하며 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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