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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앙금이


얼핏얼핏 선생님들의 드라마 이야기

그게 무슨 이야기에요? 물으면 장금이 이야기...

흥얼흥얼 아이들의 노래소리

그게 무슨 노래니? 물으면 장금이 노래...

텔레비젼 안 보는 선생님

장금이 이야기인지 장금이 노래인지

안 봐도 본 것마냥 보고 듣게 되던 텔레비젼 이야기...

YMCA 선생님들이 모였습니다.

오늘은 수지침 배우는 날

손바닥에 콕콕 침을 꽂으며

보이지 않는 몸 속을 들여다 봅니다.

피가 나는 곳은 건강하지 않은 곳이라 하는데

찌르는 곳마다 피가 나는 선생님이 많습니다.

선생님들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건강하지 않을텐데...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장금이 개사곡을 만들어야 해요!"

뚱딴지 같은 말이 들립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대통령이 탄핵되어서 집회를 갖기로 했어요.

그래서, 장금이 노래로 개사곡을 만들기로 했어요.

지금 함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피식피식 웃음이 납니다.

드라마는 커녕 텔레비젼도 잘 안 보는 선생님들이

드라마 주제곡으로 개사곡을 만들다니...

"노래부터 들려줘요. 노래를 모르니까..."

다행히 대장금 노래를 녹음 해 놓으신 선생님이 계십니다.

노래를 듣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 노랫말을 붙입니다.

노랫말을 만들며 노랫말에 들어가는 마음들을 봅니다.

아무리 예쁜 말을 넣어도 예쁜 노래는 아닙니다.

아무리 곱게 불러도 고운 노래는 아닙니다.

답답하고 응어리진 마음들이 노랫말에 배여 있습니다.

"자! 이제 녹음하러 갑시다!"

"녹음? 어디서?"

"노래방에 가면 노래를 녹음 해 준데요."

"그래요? 거 참..."

좋은 시대에 살고 있어서

시위도 좋은 시대에 맞춰 합니다.

노래방에 왔습니다.

YMCA 모든 선생님들이 모여

손에손에 개사곡을 들고 노래를 부릅니다.

한 번 부르고 다시 부르고

부를 때마다 다가서는 노랫말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빰빠라빰 빰빠밤- '

92점이라는 점수가 나옵니다.

"92점이란다. 더 열심히 하자!"

92점에서 93점으로 93점에서 98점으로

결국 100점이 나옵니다.

환호성을 지르는 선생님들...

100점이 나옴과 동시에 녹음을 마칩니다.

"수고하셨어요. 자! 이제 저녁 먹으러 가요"

텔레비젼을 봅니다.

오랫만에 보는 텔레비젼.

대통령 탄핵 소식뿐입니다.

가끔씩 들여오는 일반 뉴스에는

그늘진 이야기만 가득합니다.

텔레비젼도 안 보고

신문도 안 보고

라디오도 듣지 않는 선생님

아이들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에

동그란 눈으로 세상을 대하는 선생님

세상물정을 모르는 선생님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인지도 모르지는 않습니다.

'대장금은 언제 하는거지?'

입이 아프게 노래를 불러서인지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해집니다.

장금이인지 잔금이인지 알기도 전에

마음속엔 노랫말에 담긴 앙금만 남습니다.

'장금이가 아니라 앙금이군...'

이런 노래는 더 이상 안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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