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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를 넘어

곰순이


곰순이가 왔다.

집에 가는 길에

공원 정자에서 울고 있던 곰순이

큰 놈이라 한 눈에 보이던 녀석

스치는 길에 한 눈에 눈 속에 들어와

되돌아 와 눈을 맞추게 했던 녀석

녀석을 안고 집으로 왔다.

차에 탄 아이들이

자기들보다 더 큰 녀석을 안고

킥킥 깔깔 뒹굴다가

곰순이 배 한 번 힐끔

선생님 배 한 번 힐끔

" 닮았다~ 근데 더럽다. "

내 몸이 더러워진 것 같은 마음에 녀석을 안고 집으로 왔다.

세탁기가 작은지 곰순이가 큰 지 둘이 안 맞는다.

좁은 욕실에 눕혀놓고 큰 아이 목욕 시키듯

비누칠하고 때 밀고 물을 뿌린다.

물 먹은 곰순이는 선생님보다 더 무겁고

선생님은 녀석 덕에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힌다.

자정이 넘은 시간

꾸뻑꾸뻑 졸고 있는 곰순이를

찰캭~ 몰래 찍어본다.

울 아버지 서른아홉 먹은 큰 아이들 하는 모양에

할 말 잃고 뻐끔 담배만 피신다.

둘이 합하여 백 살이 넘는 두 남자가 사는 집에

며느리 대신 곰순이가 왔다.

2008.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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