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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의 성장통

꼬마의 일기


제 이름은 토끼입니다.

저를 처음보는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입니다.

하지만 저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저를 꼬마라고 부릅니다.

제 이름은 꼬마입니다.

저의 집에는 저 말고도

토토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토토는 온몸이 전부 새까만

토끼입니다.

토토는 저보다 몸집이 두배가 큽니다.

집만큼 큰 친구들이 양배추를 줄 때에도

하늘 만큼 큰 선생님이 맛있는 당근을 줄 때에도

토토는 항상 제 머리를 두발로 누르고

먼저 먹으려고 합니다.

저는 토토가 먼저 받을때까지 기다립니다.

선생님이 책을 읽어 주셨습니다.

'토끼의 결혼식'이라는 동화입니다.

토토가 제 등을 뛰어 넘는것이

깡총깡총인것을 책을 보고 알았습니다.

토토는 양배추를 먹든 당근을 먹든

제 몸을 깡총깡총 하며 먹습니다.

하지만 저는 깡총깡총 하지 못합니다.

토토가 너무 커서 제가 뛰어 넘을 수가 없습니다.

옆집에는 눈두덩이 까만 용기가 살고 있습니다.

용기도 토끼입니다.

용기는 집에서 혼자 삽니다.

하지만 용기도 깡총깡총 못합니다.

용기는 뛰어넘을 친구가 없으니까요.

가끔씩 혼자서 뛰어 보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기도 하고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깡총깡총은 못합니다.

작은 토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토토처럼 깡총깡총 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습니다.

눈을 감고 눈을 뜨고

눈을 감고 눈을 떠도

집만큼 커다란 친구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하늘만큼 커다란 선생님은

하늘만큼 커다란 나무문으로 들어간 후

나오지를 않습니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나무문이 잠깐씩 열리기는 하지만

어디론가 잠시 갔다가

다시 나무문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시간이 되었을 때

하늘만큼 커다란 선생님이

하늘만큼 커다란 나무문에서 나왔습니다.

노란나무로 된 의자를 갖어다 앉습니다.

선생님의 손에는 맛있는 당근이 있습니다.

조그맣게 조그맣게 작은 당근을 만들어서

용기 하나, 토토하나, 그리고 저에게도 하나를 줍니다.

토토가 제 머리를 눌러도 당근은 언제나 맛있습니다.

선생님이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어제 눈을 떴을 때는

눈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눈이라는 것은 용기처럼 하얀것으로

선생님보다 더 높은 곳에서 부터

소리없이 내려 온다고 합니다.

소리없이 내려 와서

세상을 온통 용기처럼 하얗게 만든다고 합니다.

다음에 또 눈이 내려오면

꼬마에게도 보여 주겠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용기처럼 하얀것이라..

하지만 그 눈이라는것도 깡총깡총은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이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용기처럼 가만히 있기만 합니다.

오늘은 토토도 깡총깡총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용기의 발등을 살짝 문질러 주지도 않고

머리를 누르고 있는 토토의 발을 치워주지도 않고

꼬마의 눈을 가만히 쳐다 보지도 않고

선생님은 조용히 당근만 넣어 줍니다.

깜깜한 밤처럼

선생님의 얼굴이 까맣습니다.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선생님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깡총깡총하는 선생님을 볼 수 있는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선생님과 함께 볼 수 있는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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