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
두 개의 입으로 같은 말을 한다는 뜻인가요?
아홉개의 귀로 같은 말을 듣는다는 뜻인가요?
두개의 입이든 아홉개의 귀이든
같은 말은.. 그거 '사서고생'아닌가요?
작년 질경이반, 민들레반 녀석들
이제는 1학년이 된 녀석들과
동창캠프를 갖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서고생이란...
하지 않아도 되는 고생을 일부러 한다는 뜻인가요?
동창캠프...
일명 사서고생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정된 시간은 저녁 7시
6시 30분이 되자 볍씨 학교 1학년 녀석들이 등장
"선생님!!"
별의별 별명을 다 붙여주던 녀석들이
오늘따라 선생님...
"너희들은 자주봐서 안 반갑다"
"에이..그러는게 어딨어요? 우리도 질경이반인데..."
한 녀석은 목에 올라타고
한 녀석은 찐득이마냥 등에 메달리고
한 녀석은 팔이 떨어져라 흔들어댑니다.
온 몸에서 간질 간질 웃음이 세어나옵니다.
6시 45분...
한 뼘이나 성큼 커진 건호가 등장
"건호야!!"
"안녕하세요"
목소리마져 한 뼘커진 녀석이 훌쩍 들어옵니다.
함께 온 엄마, 아빠가 빨게지게
얼굴 한 번 돌아보지 않아 쑤-욱 들어갑니다.
쌍둥이 녀석들 등장...
주원이, 소원이...
막혔던 봇물이 쏟아지듯... 와르르 아이들이 쏟아집니다.
얼싸안고 뒹굴고...
"나 기억나니?" "너...누군데?"
십년은 못 본 녀석들처럼 머쓱해하기 일 분...
회관이 떠나갈 듯 왁자지껄한 소리...
"역시...너희들은 시끄러운 녀석들이야..."
"에이.. 선생님도 시끄러운 선생님이에요!!"
소리를 빽빽 질러대는 녀석들의 얼굴에는
지난 시간들이 줄줄이 줄줄이 사탕입니다.
"선생님...지수왔어요!"
"지수 왔어?"
"선생님..어서 가요.. 왜 이렇게 늦어요?"
손을 잡아 끄는 녀석의 손에 이끌려
못내 끌려가듯 걸음을 옮기지만
이미 마음은 현관에서 동동입니다.
"지수야!!"
서울로 이사간 지수...
졸업도 하지 못하고 전학을 갔던 지수...
지수가 왔습니다.
울컥!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님 마음에 눈물 홍수..
지수 엄마, 지수 아빠, 지수 동생...
지수네 가족이 총 출동하였습니다.
"선생님.. 얼마만인가요?"
감동은 감동을 낳습니다.
눈물은 눈물을 낳습니다.
하늘로 샘솟아 흐르는 마음은
분명 행복하여 쏟아지는 빗물입니다. 눈물입니다.
44명의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집안 사정으로 오지 못한 두 녀석과
미처 연락이 되지 못한 몇 녀석만 빼면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 눈 앞에 동그란 눈 그대로입니다.
"잘 지냈냐?"
"네"
시끄러운 소리에 선생님 목소리가 잠깁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조용하면 떨리는 목소리 분명 들통날테니...
"선생님 쪽으로!"
"쪽!"
일곱살 때 심심하면 했던 집중의 손...
잊어 버리지 않고 가슴속에 고이 고이 간직한 듯
선생님 목소리에 손가락들이 올라옵니다.
"녀석들... 안 잊었구나!'
"헤헤헤..."
온 몸이 휘청거릴 만큼 즐겁습니다.
온 몸이 넘실거릴 만큼 행복합니다.
첫번째 시간은 간식 만들기 시간...
열 한 놈씩 모둠을 이루어 떡뽂기를 만듭니다.
선생님 모둠은...
"에게? 남자녀석들 뿐이네?"
"에이.. 떡뽂기 정말 맛없겠다.."
"누구때문에? 선생님? 너희들?
어디 그럼.. 맛있나 없나 해 보자..."
커다란 냄비에 물을 담고
고추장을 풀고 물엿을 넣고 케챂을 넣고
"선생님.. 물엿 더 넣어요"
"그럴까?"
"선생님.. 케챂 더 넣어요"
"그럴까?"
고추장 한 숟가락에
물엿, 케챂이 듬뿍...
맛있을까?
"오우... 굉장히 달다..."
여자 녀석들은 노래로 떡뽂기를 만듭니다.
얼마만인가...
선생님 눈에 눈물이 고이게 했던 저 노래소리...
"우리도 노래하자"
"싫어요"
남자 녀석들... 퐁당 던지는 떡에 물이 튀고
너도 나도 앗 뜨거..앗 뜨거.. 도망갑니다.
떡뽂기를 먹는지 고추장을 바르는지
입으로 코로 숨을 먹고 떡뽂기를 먹으며
간식시간을 마칩니다.
"자.. 체육시간이다!"
"우-와!"
회관 가득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에
허리가 씰룩, 두 팔이 펄럭.. 다리가 흔들..
유난히 체조를 좋아하던 녀석들..
녀석들의 웃음이 회관 가득 되살아납니다.
"자..피구시간이다.."
"우-와!"
천정이 하늘 높이 치 솟았다 쿵 떨어집니다.
옥길동 대왕 모기들
팔뚝에 앉아 다리에 앉아 열심히 응원합니다.
쪽쪽쪽쪽.. 질경이반 이겨라...
쪽쪽쪽쪽...민들레반 이겨라...
꼬로록...
배고픈 소리.. 풍선배마냥 폭 꺼진 배를 만지며
수박 한통을 쩍 가릅니다.
우걱...우걱...우걱..
유난히 잘 먹던 녀석들...
또 한 통, 또 한 통.. 또 한통..
"더 줘요!"
"그만 먹어라.. 이놈들아.. 배 터지겠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없는
그리움.. 보고픔.. 반가움.. 그리고.. 웃음...
촛불 나눔 시간...
초를 들고 앉은 녀석들 얼굴이
방안 가득 촛불이 됩니다.
아이들의 노랫소리
회관 가득 그리움의 떼를 씻습니다.
작은 세상..
함께 나누는 기쁨과 슬픔..
함께 느끼는 희망과 공포..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알았네-
작고 작은 이 세상...
노래가 아니라 마음이 울리는 소리
작은 세상 큰 아이들..
영화보기 시간..
'영화제목이 뭐에요?"
"보면 안다..."
"뭔데요?"
"보면 안데두..."
"아 글쎄 영화제목이 뭐에요?"
"아 글쎄 보면 안데두..."
계속 묻는 녀석이나
끝끝내 안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나 똑 같습니다.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은 마음 똑 같습니다.
'이제 자자!"
"선생님.. 우리 오늘 밤 셀꺼에요"
"그래? 그럼 어서 세라.. 하나.. 둘.. 셋..."
'헤헤헤..."
'안되겠다.. 이리 모여라..."
아이들을 이불속에 폭 담궈놓고
이야기 하나 풀어 봅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어요?"
" 너희들 얼굴에 써 있다.. 네 얼굴 얼굴에도, 저 녀석 얼굴에도..너희들은 안 보이지? 선생님 눈에만 보이나 보다.."
천천히 천천히
이불 위로 흐릅니다.
천천히 천천히
아이들의 마음으로 흐릅니다.
스르륵 스르륵
꿈 나라로 빠져드는 녀석들의 모습이
선생님 마음에는 하나같이 천사입니다.
잘 자라.. 귀여운 녀석들...예쁜 녀석들..
눈을 감자마자
한 녀석이 칭얼댑니다.
후다닥 달려가서 안아줍니다. 등을 토닥여 줍니다.
스르륵 스르륵
선생님 마음에 폭 담기도록 스르륵 스르륵
선생님 눈꺼풀에 잠이 걸립니다.
한 녀석이 잠꼬대를 하며 일어섭니다.
후다닥 달려가서 살핍니다.
음냐..음냐..음냐..
한참을 쩝쩝하던 녀석이 새우눈을 뜨더니
'베게가 없어졌네?"
"여기있다.. "
음냐..음냐,..음냐..베게다...
쿵- 쓰러져 잠이 듭니다.
한쪽 눈이 잠이 듭니다.
스르르...소리가 들리도록 눈이 감깁니다.
"이.... 왜 이렇게 오줌이 자꾸 마려운거야...'
한 녀석이 고추를 잡고 일어섭니다.
우걱 우걱 먹던 수박이 고추를 잡고 장난을 하나 봅니다.
화장실로 데려가기를 다섯 번..
결국에는 속옷이 젖었습니다.
"속옷만 벗자.. 선생님이 빨아서 줄게.."
바지만 입고 스스륵 잠이 듭니다.
잠나라 대왕이 화가나서 가버립니다.
어스름 새벽에 잠깐 눈을 붙이는데
쿵쾅..쿵쾅.. 아이들이 뛰어 다닙니다.
벌써 아침인가?
다섯시가 겨우 넘었는데
녀석들.. 새벽을 쫓아다니느라 잠을 쫓아버리느라
아침부터 달음박질입니다.
"선생님.. 잠 좀 자면 안될까?"
"일어나요..일어나요..잠꾸러기 선생님!!"
지끈 지끈 작은 발이 온 몸에 도장을 찍습니다.
"알았어.. 일어날께..."
도깨비 머리에 빨간 눈, 덮수룩한 수염이 볼만합니다.
아침 간식을 먹고.. 아침 체조..
나들이 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바깥놀이하자...
어른이 보입니다.
효흔이 아빠입니다.
아.. 벌서 돌아 갈 시간..
"얘들아.. 교실로 들어가자.."
베낭을 둘러 멘 녀석들 앞에서
노란 의자 꺼내놓고 앉습니다.
낮익은 모습..
선생님.. 작은 선물 하나씩 건네며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
부등켜 안고 뽀뽀하고 사랑을 묻히고 행복을 바릅니다.
잘가라.. 또 만나자..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헤어짐은 또 다른 행복을 준비하며
그렇게 그렇게 나타납니다.
사서고생 캠프..
누가 그러던가.. 사서고생이라고...
덮수룩한 수염, 빨간 눈, 도깨비 머리를 바라보며
씨-잇 한 번 웃으며
중얼 중얼 되네입니다.
"잘 했다 캠프.. "
'사서고생캠프'가 아니라 '잘 했다 캠프'입니다.
12월..
또 다시 찾아 올 시간을 위해
오늘 부터 한 밤, 한 밤 가슴으로 세어볼까 합니다.
건강해라.. 이놈들..
사랑한다.. 이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