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풀씨를 넘어

소 주인


소 두 마리가 있었습니다.

한 마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죽어라 일만 하는 소였고

또 한 마리는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모르게

웬 종일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소였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두 소는 생김새가 하도 닮아서

겉으로 봐서는

어떤 소가 일만 하는 소인지

어떤 소가 놀기만 하는 소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소 주인은 중대한 결정을 하였습니다.

일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소를

장에 내다 팔기로 한 것입니다.

음식만 축내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주인의 이런 결정을 눈치 챈 두 소는

누구랄 것도 없이

밤 새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소 주인은

밤 새 울어 두 눈이 퉁퉁 부은

두 소 중 한 마리를 이끌고 장으로 향합니다.

장으로 끌려가는 소를 보는 또 한 마리의 소는

슬픈 나머지 일어설 줄을 모릅니다.

 

정오가 지날 무렵

소 주인이 돌아왔습니다.

생각보다 헐값으로 소를 판 주인은

기분이 몹시 상했습니다.

오후 한 나절동안 방구석에만 처 박혀 있다가

날이 어둑해질 무렵에야 문을 열고나옵니다.

날이 마저 저물기 전에 조금이라도 일을 할 모양입니다.

 

홀로 남은 소를 이끌고 밭으로 향합니다.

오늘따라 소가 말을 잘 듣질 않습니다.

밭으로 가는데도 한참이나 씨름합니다.

밭에 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놈의 소가 통 일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안 좋은 기분에

소까지 말을 안 들으니 주인이 화가 납니다.

힘 가는대로 채찍질을 해댑니다.

그래도 소는 마찬가지입니다.

 

주인은 소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있는 대로 화가 난 주인은

저녁밥을 챙겨주지도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깜깜한 밤이 되었습니다.

외양간에도 밤이 찾아옵니다.

외양간에 홀로 남은 소는

떠나간 소를 생각하며

또 다시 밤새 눈물짓습니다.

 

소는 그 다음 날도 일을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일은 일대로 못하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게 된 주인은

화가 난 나머지

'나머지 소 한 마리도 장에 내다 팔 결정을 내립니다.

 

다음 날 주인은

소를 이끌고 장으로 향합니다.

이제는 울어 주는 소도 없는데도

소는 꺼이꺼이 소리 내어 웁니다.

 

며칠 사이

두 마리의 소를 모두 팔아 버린 소 주인은

방바닥에 누워 이렇게 투덜거립니다.

 

" 망할 놈의 소들... "

 

오늘은 내 사는 모양이

'꼭 이 소 주인 같아

함 적어봤습니다.

'풀씨를 넘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24일 생활나눔  (0) 2010.05.05
생활나눔  (0) 2010.05.05
비가 온다.  (0) 2010.05.05
아이들 농사  (0) 2010.05.05
구름산에 대한 전설  (0) 2010.05.05
고요와 침묵  (0) 2010.05.05
나만의 명상법  (0) 2010.05.05
곰순이  (0) 2010.05.05
한바탕 싸우기  (0) 2010.05.05
스승과 제자  (0) 2010.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