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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샘 인형극장

쌀 한 톨의 우주


출연: 달봉이, 꽃님이, 삼룡이, 칠뜩이

 

쌀 한 톨이 얼마나 무거울까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쌀 한 톨 안에는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도 들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하는 농부님들의 땀방울도 들어 있다.

내 옷에 묻어 버려지는 쌀 한 톨

밥상 밑으로 떨어지는 쌀 한 톨

작은 쌀 한 톨 안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들어 있다.

그래서 작은 쌀 한 톨 안에는 커다란 우주가 들어 있는 것과 똑같다.

 

달봉이 등장.

달봉이: 달봉아 달봉아 뭐하니 달달봉아 달달봉아 뭐하니? (꼬르르~ ) 아이구~ 배고프다. 배고픈데 선생님은 도대체 어디 가신 거야? 혹시 혼자서 몰래 밥 먹는 것 아니야?

 

칠뜩이 등장.

칠뜩이: 형아~ 형아~ 달봉이 형아~ 여기서 뭐해?

달봉이: 야~ 김칠뜩! 너 잘 왔다. 선생님 어디 가신거니? 배고픈데 밥도 안 주시고.

칠뜩이: 어~ 선생님이 시장에 갔다 오신다고 우리보고 먼저 밥 먹으래.

달봉이: 진짜? 우와~ 잘됐다. 내가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먹으면 되겠네.

칠뜩이: 형아가 먹고 싶은 게 뭔데?

달봉이: 내가 먹고 싶은 거? 불고기! 피자! 통닭! 그리고.... 초코렛, 아이스크림!

칠뜩이: 우와~ 먹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런데 그런 거 우리 집에 하나도 없는데?

달봉이: 하나도 없다고? 그럼 뭐가 있는데?

칠뜩이: 음.... 내가 아까 냉장고를 열어 봤는데?

달봉이: 열어 봤는데?

칠뜩이: 김치!

달봉이: 읔... 김치!

칠뜩이: 시금치!

달봉이: 읔... 시금치!

칠뜩이: 도라지!

달봉이: 읔... 도라지!

칠뜩이: 그리고....

달봉이: 그리고?

칠뜩이: 미나리 볶음이 있었어.

달봉이: 읔... 미나리 볶음.... 내가 다 싫어하는 것만 있잖아.

칠뜩이: 형,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게 있다.

달봉이: 뭐가 이상한데?

칠뜩이: 이상하게 형이 싫어하는 것은 다 몸에 좋은 거다?

달봉이: 그래서?

칠뜩이: 형은 왜 몸에 좋은 것만 싫어해? 몸에 안 좋은 것은 좋아하고?

달봉이: 그래서?

칠뜩이: 그러니까 형은 음.... 자기 몸을 괴롭히는 사람 같애. 몸에 나쁜 것만 좋아하니까.

달봉이: 야~~~~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 맛있는 거다, 뭐?

칠뜩이: 형이 싫어해서 그렇지~ 나는 김치도 시금치도 미나리볶음도 도라지도 다 맛있어.

달봉이: 쳇~ 그래도 나는 밥은 많이 먹는다 뭐?

칠뜩이: 맞아. 그래도 형은 밥은 많이 먹어. 그런데 한 가지만 많이 먹으면....

달봉이: 한 가지만 많이 먹으면?

칠뜩이: 저기... 형아...내가 이런 말해도 나 안 때릴 거지?

달봉이: 나는 아무리 화가 나도 말로 하는 사람이야. 절대 때리지 않는다고.

칠뜩이: 알았어. 그럼 말할게. 형아... 그렇게 한 가지만 많이 먹으면.... 돼지 돼!

달봉이: 돼....지....돼?.... 으...... 돼.....지.....돼?

칠뜩이: 어? 어? 어? 형... 왜 그래? 지금 화나서 나 때리려고 그러는 거지?

달봉이: 으.... 돼...지....돼.....지....돼.....지....

칠뜩이: (뒷걸음질 치며) 어? 어? 어? 나...나...나 밥 준비하러 먼저 갈게.....

달봉이: 야! 김칠뜩! 너 거기 안 서!

 

칠뜩이 퇴장.

달봉이 퇴장.

 

삼룡이 등장.

꽃님이 등장.

 

삼룡이: 아~ 안 보여! 아~ 아파라! 아~ 안 보여! 아~ 아파라!

꽃님이: 삼룡아! 너 왜 아까부터 자꾸 '아~ 안 보여, 아~ 아파라' 만 하고 있니?

삼룡이: 으~응, 누나. 오늘 우리 선생님이 쌀 한 톨 안에 우주가 들어 있다고 해서 내가 쌀 한 톨을 계속 보고 있었는데 우주는 안 보이고 눈만 아픈 거야. 그래서 아~ 안 보여! 아! 아파라! 만 하고 있는 거야. 누나! 누나 눈에는 쌀 한 톨 안에 우주가 보여?

꽃님이: 아니? 안 보여!

삼룡이: 그럼 우리 선생님이 나한테 거짓말 한 거야?

꽃님이: 아니? 거짓말은 아냐.

삼룡이: 눈에 안 보이는데 거짓말이 아니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꽃님이: 눈에는 안 보이는데 쌀 한 톨 안에는 정말 우주가 들어 있어.

삼룡이: 그럼 너무 너무 작아서 눈에 안 보이는 거야?

꽃님이: 아니? 작아서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쌀 한 톨이 만들어지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동안 햇볕도 매일 들어가고 바람도 많이 들어가고 비도 들어가고 그리고 밤에는 별빛도 들어가고 했어. 그리고... 음.... 아침 일찍 일어난 농부님들이 매일 땀 흘리면서 쌀이 잘 만들어지도록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쌀 한 톨이 만들어진 것이거든? 그래서 이 쌀 한 톨이 만들어지기 위해 우주에 있는 많은 것이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동안 들어갔기 때문에 이 쌀 한 톨에 우주가 들어 있는 것과 같다고 하는 거야.

삼룡이: 우와~ 꽃님이 누나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꽃님이: 으~응. 우리 할아버지집이 시골이기 때문에 잘 알아. 우리 할아버지는 정말 열심히 일을 하시거든. 그래서 쌀 한 톨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

삼룡이: 그렇구나. 정말 이 쌀 한 톨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소중한 것이구나. 정말 우주처럼!

 

이때, 달봉이, 칠뜩이 등장.

 

칠뜩이: 삼룡아 ~ 삼룡아~ 형아 살려줘!

삼룡이: 어? 칠뜩이 형아 왜 그래?

칠뜩이: 달봉이 형아가 나 때리려고 그래!

달봉이: 야! 김칠뜩! 너 거기 안 서?

꽃님이: 달봉아! 너 왜 그래?

달봉이: 어? 꽃님아! 칠뜩이가 나보고 돼지라고 했어. 돼지!

칠뜩이: 내가 언제 돼지라고 했어? 한 가지만 많이 먹으면 돼지 된다고 했지!

달봉이: 그러니까 나보고 돼지라고 한 거잖아! 나는 한 가지만 많이 먹으니까!

꽃님이: 한 가지만 많이 먹는다고? 뭘 많이 먹는데?

달봉이: 밥! 나는 밥을 많이 먹어! 왜냐하면 밥은 하늘이니까!

꽃님이: 그럼 반찬은?

달봉이: 반찬은? 음.. .반찬은...... 구름이야! 구름!

꽃님이: 반찬이 구름이야?

달봉이: 밥이 하늘이니까 반찬은 구름이 아닐까?

삼룡이: 우~~~ 달봉이 형아~ 순 엉터리다.

달봉이: 뭐가 엉터리냐? 밥이 하늘이면 반찬은 구름이지, 그럼 뭐냐?

삼룡이: 밥이 하늘만큼 소중하다는 거지. 쌀 한 톨 안에 우주가 들어 있으니까.

달봉이: 뭐? 쌀 한 톨 안에 우주가 들어 있다고? 무슨 우주가 이렇게 쬐끄만 한데 들어 있냐? 우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들어 있고 달도 들어 있고 저기 하늘에 있는 별들도 모두 들어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거라고.

삼룡이: 그러니까...우~ 꽃님이 누나... 달봉이 형아한테 말 못 하겠어. 누나가 대신 말해 줘.

꽃님이: 그래! 내가 말해 줄게. 달봉아... 그러니까.

달봉이: 히히...히히... 꽃님아... 나는 꽃님이를 정말 좋아해!

꽃님이: 달봉아~ 그러니까 이 쌀 한 톨 안에는?

달봉이: 꽃님아~ 나는 너를 정말 좋아해!

꽃님이: 달봉아! 그러니까 내 말 잘 들어 봐? 이 쌀 한 톨은 작지만 이 쌀 한 톨 안에는?

달봉이: 흐흐흐... 꽃님아! 나는 꽃님이가 정말 좋아!

칠뜩이: 달봉이 형아! 꽃님이 누나 말 좀 잘 들어 봐. 왜 자꾸 좋아한다는 말만 하는 거야?

삼룡이: 아이구~~~ 달봉이 형아 눈에 하트가 그려졌어. 달봉이 형아가 사랑에 빠진 것 같애.

칠뜩이: 달봉이 형아가 사랑에 빠졌대요. 쌀 한 톨이랑 사랑에 빠졌대요.

삼룡이: 쌀 한 톨이 아니라 꽃님이 누나한테 빠졌다고.

달봉이: 누가 물에 빠졌어?

삼룡이: 물에 빠진 게 아니라 사랑에 빠졌다고.

칠뜩이: 쌀 한 톨과 사랑한대요.

달봉이: 쌀 한 톨이 꽃님이를 사랑한대? 그러면 안 되는데? 내가 꽃님이를 더 좋아하는데?

꽃님이: 얘들아~ 얘들아! 잠깐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잠깐만! 잠깐만 조용히 해 봐.

....................... 이거 내가 집에서 가지고 온 책인데 이 책 안에는 좋은 게 많이 들어 있거든? 내가 읽어 줄 테니까 잘 들어봐. 알았지?

삼룡이: 응~ 누나.

칠뜩이: 응! 누나.

달봉이: 응~ 누나, 아참. 나한테는 누나가 아니지. 으~응. 꽃님아.

 

꽃님이:

쌀 한 톨이 얼마나 무거울까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쌀 한 톨 안에는

바람과 천둥과 비와 햇살과 외로운 별빛도 들어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하는 농부님들의 땀방울도 들어 있다.

내 옷에 묻어 버려지는 쌀 한 톨

밥상 밑으로 떨어지는 쌀 한 톨

작은 쌀 한 톨 안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들어 있다.

그래서 작은 쌀 한 톨 안에는 커다란 우주가 들어 있는 것과 똑같다.

 

삼룡이: 그래~ 맞아. 쌀 한 톨은 우주처럼 정말 정말 대단해.

칠뜩이: 맞아. 맞아. 그래서 나는 밥 먹을 때 밥알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어. 진짜야!

달봉이: 맞아. 맞아. 나도 그래서 밥만 먹어. 반찬은 안 먹고 밥만 많이 먹어.

칠뜩이: 밥만 많이 먹으면 안 되지. 반찬도 골고루 먹어야지. 안 그러면...돼....

달봉이: 돼? 돼 뭐? 너 지금 돼... 하고 뭐라고 하려고 그랬어?

칠뜩이: 안 그러면 돼.......안된다고.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그 말이야!

달봉이: 으~응? 그 말이야? 돼....지 라고 말하려고 그런 건 아니지?

칠뜩이: 아니지 아니지 내가 왜 돼지라고 해? 돼지라고 하면 안 되지.

달봉이: 안 돼지? 안 돼지도 돼지 아냐?

칠뜩이: 안 돼지는 안 돼지야. 돼지는 돼지고.

삼룡이: 아이고 어지러워~~~ 돼지 소리 좀 그만해.

꽃님이: 그래! 이제 돼지 소리 그만하고 우리 우주가 들어있는 밥 먹으러 갈까?

삼룡이: 좋아. 누나. 우주만큼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소중한 밥 먹으러 가자. 그리고 그렇게 소중한 밥을 한 알도 흘리지 않고 다 먹을 거야. 그리고 반찬도 골고루 먹을 거야. 왜냐하면 난?

달봉이: 넌 돼지니까!

삼룡이: 맞아. 난 돼지니까....아냐 아냐 돼지 아냐.

달봉이: 하하하하... 형아가 장난한 거야. 삼룡아. 형아도 배고프다. 어서 밥 먹으러 가자.

칠뜩이: 내가 가면서 밥가 불러줄게? 밥은 하늘입니다.

꽃님이: 우리도 같이 불러 볼까? 시~ 작?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은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서로 나누어 먹는 것!

정말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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