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아빠들과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 몇 년 동안은 요즘 아빠들이 참 너그럽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렇게 이해심이 많고 어쩌면 그렇게 넓은 품을 가지고 있을까 하고.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아빠들과 보다 가까워지면서 산산이 깨어지고 말았다. 사실 아빠들은 아이들을 이해하고 엄마들보다 보다 넓은 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꼭 전쟁에서만 쓰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내 아이랑 잘 놀기 위해서도 내 아이를 충분히 잘 알아야 한다. 아이에 대한 정보가 없이는 1시간을 놀기도 힘들 것이다.
아이가 아빠와 놀 때 아빠에게 대가성 물건을 바랄 때가 많다고 호소하는 아빠들도 있는데 아이들이 이런 바람을 갖게 된 것은 전적으로 아빠의 잘못이다. 양적으로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적은 아빠이기에 질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많은 성과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 나머지 짧은 시간에 돈을 들여 아이들의 환심을 사려 한 결과이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음식과 먹을거리를 먹이기 위해 연일 아이들과 씨름하는 반면 아빠는 이러한 엄마의 철칙을 아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처참하게 무시해 버릴 때가 있는 것이다. 퇴근 시간 항상 아이들이 먹을 과자를 사 가는 아빠 또는 오랜만에 쉬는 일요일, 아이의 혼을 빼 놓는 장난감이나 놀잇감을 제공하는 아빠가 이런 아빠들이다. 아빠의 이러한 행동은 아이들이 엄마와 아빠를 비교하게 만들고 눈치껏 엄마, 아빠를 이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효과를 얻기 위해 아이의 환심을 사는 아빠들은 엄마와의 비교에서는 이겼지만 결국 다른 비교에서는 비참한 패배를 얻게 된다.
실 예로 매일 과자를 사 가던 아빠가 과자를 사 가지 않는 날은 아이들이 극도로 실망한 모습을 보인다. 아빠에게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할 뿐만 아니라 투덜거리고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이러한 행동은 아빠의 화를 끌어올릴 수 있는 충분한 모습이다. 아빠 스스로에게는 아빠와 과자가 비교된 것 같고 그 비교에서 비참하게 과자에게 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아빠보다 과자가 더 중요해!"
급기야 이렇게 화를 내고 나면 이 일은 더 이상 수습하기에는 먼 길을 달리고 있게 된다. 결국 아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용했던 것들에 의해 아이들과의 관계가 오히려 더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적다하더라도 그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말아야 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그 시간동안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멋진 아빠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사실 아이들이랑 노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원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바람도 아니다. 단지 노는 동안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를 바랄 뿐이다. 아빠들은 이것을 알아야 한다. 내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을. 그러므로 내 아이의 환심을 어떻게 살지를 궁리하지 말고 내 아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내 아이가 진정 어떠한 아이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엄마나 아이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하지만 아빠들에게는 이러한 작업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들의 모임과 아빠들의 모임을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다른 점 한 가지가 있다. 엄마들은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이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데 반해 아빠들은 자신을 드러내기를 가장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아이에 대해 알려고 할 때 기본적으로 버려야 할 것이 있다. 내 아이가 어떤 아이였으면 하는 바람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내 자식은 나의 장점은 닮고 단점은 닮지 않기를 은연중 바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은 닮지 말았으면 하는 것을 더 닮는다. 부모로서는 참으로 속 터지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고치기 위해 자꾸만 야단치고 윽박지른다면 오히려 장점마저도 점점 잃게 될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아이가 가진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내 아이가 다소 산만하거나 어수선하여도, 소심하여 자기 생각을 말하기까지 참 많은 인내가 필요하더라도 그것이 내 아이의 모습이다 생각하고 그 모습에서부터 출발하면 된다. 그러면 부모는 더 이상 내 아이의 모습에서 단점만을 찾아 고치려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되고 그럴 때에 비로소 아이들은 제 모습에서 장점을 찾아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교정 작업을 스스로 시작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준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부모로서 자식을 대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러한 부모의 인정이야말로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부모의 모습이다.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가운데 내 아이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져보자. 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놀이방이나 유치원 이름은 무엇이며 내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는 누구누구인지, 내 아이가 왜 그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내 아이의 식습관이나 버릇,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잠을 자는 모습은 어떠한지, 어떠할 때 화를 내고 어떠할 때 가장 기뻐하는지 등 생활 속의 모습들을 알아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빠의 모습은 집요하게 캐고 묻는 수사관이나 탐정의 모습이 아니라 한 여인을 사랑하는 젊은 남자가 그 여인에게 가지게 되는 관심처럼 조심스럽고 달콤하게 다가서자. 수사관이나 탐정들은 알면 알수록 꼬투리를 잡지만 사랑에 빠진 남자는 알면 알수록 여인의 매력에 푹 빠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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